[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스틸 앨리스’(2014)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치매’로 도망쳐만 버리는 기억
쌓아온 인생을 붙들기 위한 사투


세계적 추세의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노년기에 대한 영화도 부쩍 늘어났다. 특히 노인병이라고 여겨졌던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이 젊은 사람도 걸릴 수 있는 뇌질환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억이 지워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한 관심을 얻고 있다. 살아있어도 과거가 지워진 사람과는 맺어온 관계도 지워지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기억 앞에서 자기 존재의미도 부정당하는 과정을 눈 뜨고 겪어야 하는 환자와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족이나 연인의 슬픔은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극장가 한쪽에서는 ‘장수상회’가 치매를 겪는 가족의 비극을 다소 유별나고 소란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한 미국여성이 조용하면서도 사력을 다해 치매를 겪어내는 영화 ‘스틸 앨리스’가 상영되고 있었다.


      ▲ 영화 ‘스틸 앨리스’ 포스터     ‘스틸 앨리스’는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소설가인 리사 제노바가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알츠하이머 증세의 전문가다운 안목으로 주인공 앨리스가 어떻게 기억을 잃어가고, 그로 인한 삶이 어떻게 변하며, 어떤 문제를 겪고, 가족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담담하게 그려냈다. 환자를 대상화시켜서 그를 지켜보는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환자 본인의 상태를 함께 느끼고 충분히 동참하도록 끌어들였다.

앨리스는 결혼생활과 자신의 일 모두에 성공한 언어학자다. 50번째 생일을 축하받는 것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은 앨리스가 정말 ‘이상한 나라’에 들어서게 된 것을 알린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못 알아보고, 단어를 잊어버리기 시작하면서 ‘조기성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는다.

세계적 명성에 걸맞은 인기와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의 강의는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자신의 몸과 집도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다. 앨리스는 자꾸만 도망쳐버리는 기억을 붙들고, 이제껏 자신이 쌓아온 인생의 보람을 붙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하지만 자신이 증발되어버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사투에 가까운 노력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키려는 앨리스는 상실과 무력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 영화는 리처드 글랫저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가 함께 만들었는데, 루게릭병을 심하게 앓고 있던 리처드 글랫저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영화를 찍었고 후에 사망했다. 그래서인지 ‘스틸 앨리스’는 그의 유언 같은 작품이다. 우리의 기억이 지워지거나 육체가 마비되더라도 우리 존재는 여전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다독임이 잔잔한 위로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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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선정도서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9-21 [제2911호, 17면]


‘가톨릭독서문화운동-제2차 신심서적 33권읽기’ 도서선정위원회는 지난 9월 4일 모임을 갖고, 10월의 도서로 다음과 같이 세 권의 책을 선정했다.

선정된 책은 「기도하라 저항하라」,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차쿠의 아침」이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에 접어들어 좋은 책에 더 깊은 사랑과 관심을 줄 때이다.

「기도하라 저항하라」는 예수의 제자들인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위해 불의에 저항할지를 고민하게 하고,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는 18명의 사제들이 그리움으로 고백하는 어머니들에 대한 사랑이다. 「차쿠의 아침」은 ‘증거자’로서 시복이 추진되고 있는 최양업 신부의 신앙과 삶을 그린 소설이다. 깊은 고민과 그리움, 그리고 신앙 선조에 대한 현양 등 10월의 선정도서들은 풍성한 영적 양식을 선사한다. 



기도하라 저항하라 / 헨리 나웬 지음 / 김정수 옮김 / 성바오로


오늘날 평화는 첨예한 관심사이자 가장 막중하고 힘든 과제이다. 저자는 평화를 거스르고 깨뜨리는 힘에 ‘저항’해 ‘기도’하면서 실천하는 신앙을 촉구한다. 

평화의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제자들, 우리 모두는 그분을 따라서 평화를 건설해야 할 소명을 지닌다. 그리고 평화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은 바로 ‘기도’와 ‘저항’이라고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특별히 저자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한 참된 연대, 전쟁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자리에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로서 연대를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 김수환 추기경 외 17명 / 생활성서


‘사제가 쓴 어머니 이야기’. 저자는 모두 18명의 사제들, 그들의 어머니들은 다른 모든 어머니들과 똑같으면서도 다른 점들을 지닌다. 당신들의 아들들이 평범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봉헌된 삶을 살아가기로 했기에 어머니들의 애환은 남다르다. 그런 어머니들을 바라보고 돌아보며, 18명의 사제들은 그리움이 듬뿍 담긴 사모곡을 노래한다.

당연히 어머니들은 그럴 줄 알았지만 지나고 나서 어머니들을 돌아보면 범상치 않은 인내와 사랑 없이는 불가능했었던 일들이 많았음을 사제들은 이제야 알았음을 고백한다. 



차쿠의 아침 / 이태종 신부 지음 / 바오로딸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124위의 한국 순교자들을 시복했다. 다만 ‘증거자’인 최양업 신부의 시복 추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양업 신부 사목 활동의 보금자리였던 배티성지 인근 출신으로, 최 신부의 신앙과 삶을 닮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사제이다. 저자는 유서 깊은 사적지 ‘차쿠 성당’과 신학교 터, 그리고 교우촌 ‘백가점’을 처음 찾아냈고 거기 오래 머무는 것이 소원이다. 최양업 신부를 직접 주인공으로 구성한 소설은 1845년 차쿠에서 사제수품을 앞둔 김대건 신부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시작, 1849년 조선 입국까지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2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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