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11)성 바오로 딸 수도회

파란 수도복 입은 편집인·VJ·PD… 미디어 선교의 주역


<평화신문 2015.04.05 발행>

파란 수도복 입은 편집인·VJ·PD… 미디어 선교의 주역


▲ 성 바오로 딸 수도원의 녹음실.


▲ 3월 3일 ‘행복한 책읽기’ 모임에 참석한 서울 마장동본당 신자들이 이 요셉피나 수녀와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책 만드는 수녀들


부슬비가 내리던 지난 3월 어느 날, 서울 미아동 바오로딸출판사에는 베일을 쓴 수녀들이 한창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글자 크기를 더 키울까요?” “이미지는 이게 더 낫지 않겠어?” 수녀들이 컴퓨터에 원고를 띄워놓고 의견을 나눈다. 수녀가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모습이 상상이 잘되지 않지만, 바오로딸에는 포토샵이나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도 능숙하게 다루는 수녀들이 많다. 

‘출판 사도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책의 기획부터 제작, 편집, 판매까지 전 과정을 수녀들이 담당한다. 영성과 신학, 성경, 철학, 심리ㆍ교육, 아동문학 등의 서적부터 음반과 영상, 인터넷 성경공부 프로그램까지 수녀들이 담당하는 분야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성 바오로 수도회와 함께 오디오방송 팟캐스트를 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홍보 담당 이 레나타 수녀는 “바오로딸은 모든 매체에 선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담아 교회뿐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며 “특히 시대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찾아내 활용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오로딸의 사도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가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본당에서 교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해왔고 1990년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는 교회 소식을 전하는 것은 물론 수녀들이 고민 상담을 해주는 ‘가톨릭마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는 ‘이러닝 학습’을 실시하면서 사도직의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행복한 책읽기’

바오로딸의 새로운 사도직 중 하나가 미디어를 통한 영성 교육이다. 5년 전부터 ‘행복한 책읽기’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바오로딸의 출판 사도직이 진화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면서 신앙을 성숙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행복한 책읽기는 지역별로 10명 정도의 소그룹이 수녀 1명과 10주 동안 만남을 이어간다. 1주에 1권씩 책을 읽고 나눔을 하는 식이다.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그동안 멀리했던 책을 가까이 두게 된 이들이 많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이인숙(마리아, 서울 마장동본당)씨는 모임을 시작한 뒤 침대맡에 항상 책을 놓게 됐다. 이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제가 책을 들고 있는 것만 보고도 깜짝 놀라곤 한다”며 “책은 여전히 잘 읽히지 않지만 예전보다 책과 친해진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씨가 모임에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모임을 이끌어주는 이 요셉피나 수녀 덕분. 행복한 책읽기 회원들은 하나같이 “수녀님이 있어 모임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나눔이 훨씬 풍요로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요셉피나 수녀는 매주 책 내용과 관련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해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말하도록 한다. 어떤 경우에도 말을 중간에 끊거나 토를 다는 법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자기 마음을 읽고,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요셉피나 수녀는 “책은 읽어도 자기 마음까지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내 안의 숨기고 싶은 부분까지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말하면서 성숙한 신앙인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성 바오로 딸 수도회

1915년 6월 15일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가 이탈리아에서 창립한 성 바오로 딸 수도회는 성 바오로 수도회와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 선한 목자 예수 수녀회, 사도의 모후 수녀회와 4개의 재속회, 협력자회와 함께 바오로 가족에 속해 있다.

시작은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이탈리아 알바의 한 집에서 재봉 기술과 교리를 가르치던 여성 모임이었다. 성 바오로 수도회의 인쇄기술학교에서 인쇄한 서적들을 보급하면서 모임 인원이 늘어나자 테클라 메를로(초대 총원장) 수녀의 지도 아래 첫 번째 서원을 개설했다. 2015년 현재 전 세계 50여 국가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는 1960년 진출해 1961년 서울 충무로에 서원을 열면서 매스미디어 사도직에 투신해왔다. 출판 사도직 외에 음반과 영상을 만들거나 인터넷서점을 운영하고 통신성서교육원을 통해 우편 학습과 성경 공부(사이버 성경 공부)도 직접 제작한다. 2013년에는 가톨릭 콘텐츠를 무료로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 ‘바오로딸 콘텐츠’를 개설했다.


현재 한국관구에는 서울 미아동 본원 외에 인천, 일산, 원주, 부산 등 10개 지역에 분원이 있으며 전국에 15개 서원을 운영하고 있다. 3월 기준으로 국내에 종신서원자 204명, 유기서원자 24명이 있으며 해외선교사로 28명이 파견돼 있다.

바오로딸의 로고는 지구 모양과 알파벳 ‘P’자로 구성돼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바오로딸의 사명을 상징한다. ‘P’는 ‘바오로의 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Pauline’의 머리글자이자 알베리오네 신부가 성 바오로 딸 수도회의 모범이며 스승이 되기를 바랐던 바오로(Paulus) 사도의 머리글자이기도 하다.



글ㆍ사진=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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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스틸 앨리스’(2014)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치매’로 도망쳐만 버리는 기억
쌓아온 인생을 붙들기 위한 사투


세계적 추세의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노년기에 대한 영화도 부쩍 늘어났다. 특히 노인병이라고 여겨졌던 치매, 즉 알츠하이머병이 젊은 사람도 걸릴 수 있는 뇌질환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기억이 지워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한 관심을 얻고 있다. 살아있어도 과거가 지워진 사람과는 맺어온 관계도 지워지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기억 앞에서 자기 존재의미도 부정당하는 과정을 눈 뜨고 겪어야 하는 환자와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족이나 연인의 슬픔은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극장가 한쪽에서는 ‘장수상회’가 치매를 겪는 가족의 비극을 다소 유별나고 소란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한 미국여성이 조용하면서도 사력을 다해 치매를 겪어내는 영화 ‘스틸 앨리스’가 상영되고 있었다.


      ▲ 영화 ‘스틸 앨리스’ 포스터     ‘스틸 앨리스’는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소설가인 리사 제노바가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알츠하이머 증세의 전문가다운 안목으로 주인공 앨리스가 어떻게 기억을 잃어가고, 그로 인한 삶이 어떻게 변하며, 어떤 문제를 겪고, 가족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담담하게 그려냈다. 환자를 대상화시켜서 그를 지켜보는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환자 본인의 상태를 함께 느끼고 충분히 동참하도록 끌어들였다.

앨리스는 결혼생활과 자신의 일 모두에 성공한 언어학자다. 50번째 생일을 축하받는 것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은 앨리스가 정말 ‘이상한 나라’에 들어서게 된 것을 알린다.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서 있는 곳을 못 알아보고, 단어를 잊어버리기 시작하면서 ‘조기성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는다.

세계적 명성에 걸맞은 인기와 실력을 인정받았던 그의 강의는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자신의 몸과 집도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다. 앨리스는 자꾸만 도망쳐버리는 기억을 붙들고, 이제껏 자신이 쌓아온 인생의 보람을 붙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하지만 자신이 증발되어버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사투에 가까운 노력으로 인간의 품위를 지키려는 앨리스는 상실과 무력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 영화는 리처드 글랫저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가 함께 만들었는데, 루게릭병을 심하게 앓고 있던 리처드 글랫저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영화를 찍었고 후에 사망했다. 그래서인지 ‘스틸 앨리스’는 그의 유언 같은 작품이다. 우리의 기억이 지워지거나 육체가 마비되더라도 우리 존재는 여전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다독임이 잔잔한 위로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기사 원문보기 :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8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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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루르드’(Lourdes, 2009)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장애인 여성 순례길 따르며
기적과 신앙의 문제 탐구
<가톨릭신문 2015.05.24 발행>

 ‘루르드’는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성모발현성지로서 불치병을 치유 받은 사람들의 흔적이 숱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영화 ‘루르드’는 이 기적의 장소를 찾아온 한 여성의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기적과 신앙의 문제를 탐구한다. 단순하고 절제된 미장센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화면에서 대사로 전달되는 메시지보다 관객 스스로가 생각하고 찾아내야 할 것이 더 많은 작품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다. 그런데 그에게는 치유나 기적에 대한 갈망이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비극을 하느님 탓으로 돌리며 우울하게 살아온 그녀는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남자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순간, 누군가 자기를 불러낸 것처럼 혼자 몸을 일으켜 걷게 된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기적의 주인공이 된 크리스틴은 활력을 얻고 기뻐하지만 그녀
보다 더 간절한 기도와 희생으로 기적을 바랐던 사람들은 실망            ▲ 영화 ‘루르드’ 포스터.            과 질투의 눈길을 보낸다.

‘하느님이 전지전능하고 선하시다면 모든 이를 낫게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어떤 사람의 병은 고쳐주시고 어떤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두시는 건가?’,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순례단의 입을 통해 하느님과 기적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그 질문들에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관객인 자신도 토론에 참여하게 된다. 영화는 섣부른 답을 내놓기보다 순례단 신부를 통해 조심스럽게 말한다.

기적은 ‘외적 치유’만이 아니라 ‘내적 변화’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이 불현듯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도 기적이고 외적인 치유를 받았다 해도 그것을 통해 영혼까지 변화되지 않는다면 은총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베 마리아’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잘 정돈된 식탁 위로 음식이 놓이고, 식당 안에 한 사람 한 사람씩 등장하는 첫 장면은 서로 다른 상처와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교회의 모습이기도 하고, 다양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하늘나라의 잔칫상에 초대받은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식탁에서의 기도처럼 일상 안에서 축복을 발견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때, 그것이 행복이고 기적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적의 주인공으로 계속 서 있으려고 하다가 넘어진 크리스틴이 다시 평온하게 휠체어에 앉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따르기 위해 기도하면서도 내가 바라는 표징을 요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은총은 외면한 채 남이 받은 것만 보고 부러워하면서 하느님의 능력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 영화는 묻는다.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기사 원문보기 :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8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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