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신 주님,
저희를 각자의 길로 불러주신
당신의 한 없으신 사랑에
모든 이들의 성소를 맡겨 드리오니
부르심 받은 모든 이들이 사랑에 응답드리고,
항구하게 걸어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로 함께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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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 주님의 자리는 어디쯤일까요?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이라는 주제로 올해 10월 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주교 시노드에 맞춰 출간된 이 책은, 아메데오 첸치니 신부가 2015년에 ‘성소와 거룩함: 아름다움과의 접촉’이라는 주제로 제38차 심포지엄(이탈리아 성소사목 전국위원회 주관)에서 강의한 ‘지고의 아름다움이신 분과 그분을 찾아가는 긴 여정에 대한 성찰’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첸치니 신부는, 지고의 아름다움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부르심이란, 부르심을 받은 이들 각자의 작고 유한한 삶 안에서 무한한 아름다움을 재생산해 내라는 부르심이며, 성소를 증진한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 표징을 알아차리는 것을 배우고, 지고의 심미가이신 분과 함께 미적 일치를 이루는 아름다움으로의 여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부르심’이라는 용어는 직접적으로 사제·수도자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많은 경우에 ‘성소’라는 용어로 번역했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사제·수도 성소의 길을 준비하는 이들과 특히 그들의 여정을 돕는 양성자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부분에서는 우리를 어느 한 방향으로 이끄는 ‘아름다움의 길’에 대해, 둘째 부분에서는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지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에 대해, 마지막 부분에서는 특별히 부름 받은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지 ‘부름 받은 이를 위한 아름다움에 대한 교육’에 대해 다룬다. 


진리와 선, 아름다움을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은 사제나 수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부르심이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의 삶을 궁극의 아름다움이신 분께 합치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아름다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 안내한다. 또한 매일의 삶과 모든 관계에서, 말과 행동, 또 일과 휴식 안에서 그들이 지고의 아름다움이신 분을 퍼뜨리도록 부름 받았다는 것과, 그들의 삶이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아울러 아름다움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 안에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되짚어 보면, 본당마다 성소자들이 한두 명 많게는 네다섯 명까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위기감마저 느낄 정도로 성소자들이 줄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위기의 본질은 신앙이 우리의 삶에 얼마만큼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가? 일상의 힘겨운 일을 겪을 때 하느님께로부터 힘을 얻는가?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가? 

각자 자신에게 물어보자. 앞서의 물음들에 선뜻 ‘예’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 내 삶에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어디쯤 있는지, 첫째 자리가 아닌 둘째, 셋째, 어쩌면 훨씬 더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저자는 이 글을 통해서 이러한 물음에 본질적인 답을 준다. 곧 우리가 신앙을 첫자리에 두고 살아가는 이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이유는 그럴 때 우리가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의 여정이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으로 이루어질 때, 오늘날 현실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회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과 ‘부르심 자체의 아름다움’과 ‘부르심에 응답하는 여정의 아름다움’이 교회를 구원한다.


우리 삶에는 우리가 즉시 파악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금방 깨닫지 못하고,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어서야 발견하게 되는 아름다움 말이다. “늦게야 님을 사랑했나이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나이다.” 아름다움의 위대한 신비가 아우구스티노의 고백처럼.


자신 안에 예수님이 지니셨던 마음을 간직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곧 그분과 함께 살고 그분과 함께 죽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에게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신다는 것은 내가 하느님께 중요한 존재이고, 하느님의 시선과 말씀이 나를 향해 있으며, 나에 대해 갖고 계신 당신의 생각을 알려주신다는 아름다움의 표지가 아닐까? 

소명,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소명은 무엇이고, 그 부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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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헌 주교가 나누어 주는

진솔한 마음의 소리


이기헌(베드로) 주교(의정부교구장)가 오랜 기간 사목자로서의 삶의 체험을 나눈 묵상 수필집이다.

가족, 성소, 기도, 친구, 영성적 주제를 진솔하고 친근감 있게 풀어내고, 신앙 성숙에 도움이 되는 내용과 민족화해에 대한 간절한 염원 등 이기헌 주교의 소박함과 따듯함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본문 그림(구민정) 또한 먹그림 특유의 담백함으로 글의 감동을 더한다.

 

평생 자녀들이 하느님 자녀로 살아가기를 늘 기도하신 어머니, 동창 신부의 진심 어린 눈물로 오랫동안 냉담한 교우의 마음을 움직인 일, 군종신부 때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많이 외로워했던 시절, 자신을 그렇게 힘들게 했던 그 외로움이 참 의미 있는 일이었고 또 주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해주는 큰 선물이었음을 깨달았던 일, 묵주기도의 추억 등 잔잔하던 수면 위에 작은 파문이 번지듯 소소한 마음의 소리를 들려준다.

 

오래전부터 사목자다운 수필을 쓰고 싶었습니다.

사목현장에서 만난, 착한 사마리아인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며,

라자로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시던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살아온 날들을 꺼내어 보는 시간입니다.

앞으로도 글 쓰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싶습니다. _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은 이기헌 주교가 꺼내 놓는 신앙과 삶, 추억의 조각들을 오목조목 맞춰 이은 고운 조각보와 같다.  바쁜 일상 속 사무치게 그리운추억 한 조각 살포시 꺼내어 보는 건 어떨까


생명의 샘이신 주님,

당신의 부르심을 듣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성소자들에게 용기를 주시어

그들이 당신만이 알고 계시는 원대한 꿈을 믿고

기쁘게 응답드릴 수 있도록 함께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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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란 지음 | 박인숙 정리 | 140*200 | 208쪽 | 바오로딸

 

 윤영란 수녀님(성바오로딸수도회)이 들려주는

성소 이야기, 사도직 이야기!

수녀님은 전국을 다니면서 어르신들과 함께 성경공부, <새로 나는 성경공부>를 한다.


책을 읽기보다는

수녀님의 고유한 말투와 표정으로 듣는 느낌이다.

인용한 본문이 좀 길긴 하지만 함께 느껴보고 싶어서 올려보았다.


****

어르신 학생들과 성경공부를 하다 보면 절로 신명이 납니다. 수업에 집중을 하는 듯 마는 듯해도 한 주일, 두 주일 시간이 흐르면서 어르신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9월에 시작한 성경공부가 어느 새 넉 달이 지나 겨울 방학이 다가왔습니다. 한 학기를 마감하며 이런저런 당부를 드리고 있는데 교실 밖에서 한 중년 부인이 서성이고 있었어요. 화려한 모피 코트에 멋진 모자를 쓰고 화장도 짙게 한 차림새가 본당 신자는 아니고,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 같았습니다.

 ‘혹시 할머니와 5년 동안 소식 없이 지냈다는 며느리일까?’ 했던 짐작은 틀리지 않았어요. 학생들이 돌아간 뒤 저와 마주앉은 그 며느님은 시어머니께 전화를 받던 날 소스라치게 놀랐다면서 이야기 시작부터 눈물을 비쳤습니다.

“처음에는 좀 마음이 무거웠어도 연락 없이 지내는 햇수가 쌓여가면서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 지냈어요. 명절이나 연말이 다가오면 찜찜하기는 해도 제가 뭘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으니까요. 어느 날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나다.’ 하는데 시어머님 목소리였지요. 갑작스런 전화에 깜짝 놀라 ‘어머나!’ 하는 순간 전화는 뚝 끊어지고요. ‘무슨 일이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두근두근 하는데 …어쨌든 통화를 해봐야겠기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었지요. 다급하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이번에는 또 ‘일은 무슨 일! 숙제하느라고.’ 소리치더니 다시 뚝 끊으시고요. 얼마나 황망한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소파에 앉은 채 한참 동안 덜덜 떨었어요.”

소파에서 덜덜 떨다가 좀 진정이 되고 나자 며느님 마음속에서 무언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대요. 그 다음 며칠 동안 내내 망설였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를 찾아뵐까 말까. 가면 무슨 말을 건넬까, 어떤 선물을 사나….

어느 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시댁으로 향했답니다. 시어머니도 자신을 보고 무척 놀라시는 듯했다고요. 첫날엔 “가!”라고 소리를 질러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왔고요.

며칠 뒤 다시 시댁을 가서 여기저기 집 안 정리를 하다 보니 안방에 색연필이랑 성경책이 있어서 성경공부를 하시나 보다고 짐작했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무슨 학교를 다니시냐고 물었더니 아주 반색을 하면서 책가방을 가져오시더래요. 교재를 꺼내 한 장 두 장 책을 넘겨 보여주며 뭐라 뭐라 설명을 하시더랍니다. 색칠하는 것도 직접 보여주시고요.

“어머님은 열심히 설명을 하셔도 저는 그게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신이 나서 밝고 높은 목소리로 설명하시는 어머니가 어느 순간 마치 천사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런 느낌은 평생 처음이었어요. 색칠하기를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 요즘 새로 나온 고급 색연필을 사다 드렸지요.”

… 고부간이 5년이나 왕래를 끊고 살았을 정도라면 얼마나 큰 상처가 있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며느리한테 전화를 걸라는 숙제를 받았을 때 할머니는 얼마나 부담스러우셨을까요? 애써 잊고 지냈던 며느리가 새삼스레 눈앞에 아른거리고, 그럴수록 더 얄미워져서 ‘숙제? 그까짓 거 안 하면 그만이지 뭐’ 외면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숙제를 하셨어요.

‘나도 예쁘지만 너도 예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귀한 존재다.’

수업 중에 들은 말이 떠오르면서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아픈 상처, 며느리와 아들이 생각나 할머니 마음이 크게 흔들렸을지 모릅니다. 흔들리는 그 마음이 할머니의 몸도 전화기를 향해 움직이도록 했겠지요?

 

                                                                                                         (「나도 예쁘고 너도 예쁘다」 42-47쪽)

 

- 유 글라라 수녀

* 유 글라라 수녀님 블로그 '바람 좋은 날'에 실린 글입니다.
'바람 좋은 날' 바로가기

김문태 지음, 『세 신학생 이야기, 바오로딸, 2012


해마다 9월이 되면 우리 공동체는 가까운 성지를 방문하곤 한다. 성지 방문이 때로 무덤덤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여름 내내 흐트러진 삶을 추스르게 하고 한줄기 빛을 받는 정화의 때가 된다. 그러면서 순교자 성월을 정해준 교회에 감사드리게 된다. 전례력을 따라 살아가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신학생인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세 청소년이 천주교 사제가 되기로 한 배경, 유학길에서의 두려움과 고난의 여정을 사실에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산속에서 박해를 피해 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부르심은 있었다. 세 신학생 모두 각기 다른 상황과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부르심에 응답한다.

서울에 모여 신학교에 가기 위해 미리 교리 공부와 언어 공부를 한다. 먼저 온 양업과 방제 그리고 나중에 합류하게 된 대건. 이 세 사람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큰 공감을 주었다. 남보다 잘하고 싶은 경쟁심리, 대접받고 싶은 마음 등.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목표를 향해 하나가 되는 과정은 감동적일 뿐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딘지를 일깨워 준다.

그들은 박해의 손길을 피해 생각보다 일찍 마카오로 유학을 가게 된다. 낯선 환경에서 오는 어려움, 그 가운데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을 저자는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 담담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과 더 일치하게 하고 아픔을 느끼게 한다.

숱한 어려움 중에서도 서로 힘이 되어주며 사제 성소를 열심히 키워가던 중 동료 방제에게 죽음이 닥쳐왔고, 이는 독자에게 더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두 신학생에게는 절망을 주었다. 그러나 김대건, 최양업은 그 절망을 뛰어넘어 사제가 되었고 박해받던 한국 교회에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 최방제의 죽음이 두 신학생에게는 커다란 거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어렵게 사제가 되었음에도 1년 만에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님이 계셨기에, 또 두 친구를 먼저 보내고도 전국을 횡단하며 온몸으로 사목하신 최양업 신부님이 계셨기에 한국 교회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세 신학생의 삶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인간적인 그 모든 약함과 어려움에도 끝까지 주님의 길을 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신학생이 거쳐 간 성지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흘린 눈물과 기도, 고뇌가 더욱 생생히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천국에서 우리를 지켜볼 그분들에게 신앙의 은총을 전구해 보자. 그들의 열렬한 신앙의 불이 우리 안에서도 타오르기를 기도한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마산 주보 문화면에 실린 글입니다.
 마산 주보 바로가기


 

김문태 지음, 『세 신학생 이야기, 바오로딸, 2012

 

삶의 뿌리가 되는 이들

오래도록 유교 집안이던 우리 가족은 성당에 처음으로 나가신 큰오빠로 인해 대부분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고 많은 신자분들과 우리 수도회 수녀님들의 방문과 기도를 받으며, 우리 가족은 신앙을 가진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체험했다.

그때 큰오빠는 내게 “내가 제일 먼저 신자가 되었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응, 오빠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오빠는 내게,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손수 아침을 차려주는 섬세하신 예수님 같았다. 늘 나를 잘 챙기고 또 우리 집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오빠가 한 달 전에 너무 젊은 나이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슬픔을 견디어 나가면서 오빠가 내게 남겨준 것을 하나둘씩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빠는 흔들리는 내 삶을 지켜주고, 나를 하느님께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이끌어 주었다. 지식으로만 존재하던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문제 등 모든 것을 하느님 안에 희망을 두며 다시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시는 삶에 대한 정립을 하게 했다.

그런 오빠의 세례명이 ‘대건 안드레아’다. 오빠는 우리 가족의 신앙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 주었다. 뿌리 없이 나무가 자랄 수 없고 뿌리가 튼튼하면 할수록 나무는 튼튼해지고 하늘을 향해 키를 높일 수 있다.

내 오빠처럼 한국 교회 초창기 성인들 또한 내 신앙의 뿌리가 되셨음을 최근에 읽은 [세 신학생 이야기]를 통해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생 최방제, 최양업, 김재복(나중에 대건이 된다) 세 명의 신학생 이야기다. 그들이 신부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과정 그리고 세 명이 만나서 친해지고 마카오로 가는 과정, 최방제의 죽음까지 작가의 세심한 추리와 상상으로 쓰여 있다.

그들의 노고와 아픔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최방제의 마지막 모습! 모두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나지막이 “모든 사람의 아버지와 같은 신부님이 되고 싶었는데”라는 말을 남기며 하늘나라로 가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막연하게 알았던 세 신학생의 노고와 고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최양업 신부님과 김대건 신부님이 훌륭한 사제가 되는 데에 최방제의 죽음이 뿌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제가 되고 1년 만에 하늘나라로 가신 김대건 신부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우리 삶의 튼튼한 뿌리가 되어주었기에 한국 교회가 이렇게 성장하고 있음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우리도 각자가 처한 상황 안에서 튼튼한 뿌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5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큰오빠가 하늘나라로 가고 첫 번째 맞는 축일이다. 내 신앙의 뿌리가 되어준 오빠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싶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 바로가기

 

 

사람들 앞에서 신앙체험을 나누는 일은 즐겁다.
신앙은 삶의 보물이요, 기쁨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기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주님이 계시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천천히 다가가라고
그분은 말씀하신다.

앞으로도 나의 성소, 이 오솔길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다.

 

* 그동안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이 사피엔자 수녀 | 그림 주 벨라뎃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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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를 다녀온 뒤에는
서원에서 사도직을 하며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공부를 했다.

사도직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모두 내가 원해서 한 일이었다.
주어진 기회에 감사, 또 감사를 드렸다.

 

* 목요일에 계속 *

 

이 사피엔자 수녀 | 그림 주 벨라뎃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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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세 신학생 이야기」 쓴 김문태 교수

김대건·최양업·최방제의 성장기
한국교회 최초 신학생 통해 10대의 고난·여정 그려내
청소년, 미래 생각 기회 갖길
발행일 : 2012-07-08 [제2803호, 17면]

 ▲ 청소년들을 위해 김대건·최양업·최방제 세 신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 「세 신학생 이야기」를 펴낸 김문태 교수.

“이공계 전교 1~10등 은 모두 의대를 가야 한다? 인문계 전교 1~10등은 법대를 가야 한다? 누가 정한 진로일까요? 이 시대 청소년들이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호도되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 진로를 결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굳건히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사람마다 그의 가치가 다른 것이 아니라 역할이 다를 뿐입니다.”

김문태 교수(힐라이오·가톨릭대 ELP학부)는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나만 힘들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누구나 나름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는 것을 깨닫고 자존감을 탄탄히 키워나가길 바란다”고 전한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조차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책이 크게 부족한 현실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한 고민에서 특별히 써내려간 책이 김대건·최양업·최방제 신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 성장소설 「세 신학생 이야기」(275쪽/1만2000원/바오로딸)이다.

김대건·최양업 신부는 한국교회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제이며, 최방제는 마카오 유학 중 병으로 선종한 신학생이다. 「세 신학생 이야기」는 10대 초반 청소년들이 사제가 되기로 마음먹은 배경과 낯선 유학 여정에서 겪어야만 했던 두려움, 고난의 여정을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사제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탁월한 자질을 갖추고 태어나진 않는다.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서도 젊은 열정만이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과 좌절감을 엿볼 수 있다. 누구보다 끈끈한 형제애로 한길을 걸었지만, 서로 티격태격 갈등하고 경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들이 유학 중 남긴 라틴어 편지 내용 중 각자 생활에 대해 언급한 짧은 내용과 교회사 사료를 근거로 상상력을 넓혀 소설을 완성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세 신학생들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한 가치관을 뚜렷이 키운 덕분에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올곧게 지켜냈다”며 “이들의 삶을 통해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 전혀 생각할 틈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청소년들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과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져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자인 김문태 교수는 20여년간 신학생들을 위한 강의도 담당한 덕분에 이번 소설을 쓰는데 큰 힘을 얻었다고.

하지만 고전구비문학을 연구하고 관련 저서도 다양하게 편찬해 온 학자가 청소년 성장소설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다수 펴내온 작가라고 하면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 교수는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1, 2」로 동화작가의 여정을 시작, 「행복한 할아버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하느님께 뽑힌 바오로」 등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다수 집필한 바 있다.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국가와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먼저 어린이들의 마음에 올바른 가치를 담은 씨앗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될 책을 지속적으로 펴낼 계획입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사진 조대형 기자 (michael@catimes.kr)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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