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
당신과 함께 희생된 영혼들이
당신과 함께 부활하여 생명을 누리고 있음을 믿습니다. 

아드님의 부활을 믿음으로 기다리셨고
누구보다 기쁨으로 만나뵈었을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도하오니,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지낸 유가족들을 
특히 미수습자 9분의 가족들을
당신 부활의 빛으로 위로해주소서. 

뭍으로 인양된 세월호와 함께
진실과 정의의 부활로
저희 모두 새 생명을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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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만과 편견 

오해와 편견이 이해와 사랑으로 바뀌는 만남의 은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2005년) / 감독 : 조 라이트/ 제작국가 : 프랑스ㆍ영국 / 등급 : 12세 이상/ 상영시간 : 127 분/

장르 : 로맨스, 드라마


인간은 누구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관계가 형성된다. 이 사이에 끼어드는 내면의 불청객이 있다면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만남의 신비」에서 "만남이란 하나의 신비이며, 이 만남 안에는 진귀한 보물과도 같은 사랑ㆍ용서ㆍ구원ㆍ감사ㆍ생명ㆍ희망ㆍ평화ㆍ기쁨 등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남녀간 사랑 역시 만남에서 시작되고 헤어짐의 발단도 만남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인간 군상들 속에 펼쳐지는 만남의 진실을 보여주는 영화 「오만과 편견」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첫 무도회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되는 다시와 리지.



▲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리지와 다시는 격렬하게 부딪친다. 

리지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다시 역은 매튜 맥퍼딘이 맡았다.



▲ 떠오르는 아침 햇살은 두 사람의 미래를 예고하듯 환히 비춘다. 

오해에서 이해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용서와 사랑으로의 과정은 은총이었다.


줄거리

 사랑이 싹틀 무렵 남자들이 빠지기 쉬운 실수는 '오만'이고, 여자들은 깨기 힘든 '편견'에 사로잡히기 일쑤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선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진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리자베스'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결혼까지 이어지는 것임을 굳게 믿고 있는 자존심 강하고 영리한 소녀다. 좋은 신랑감에게 다섯 딸을 시집보내는 것을 부모의 목표로 생각하는 극성스러운 어머니와 자식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너그러운 아버지를 중심으로 화목한 베넷가(家)의 다섯 자매 중 둘째 딸이다. 조용한 시골에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빙글리'와 그의 친구 '다시'가 여름 동안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서 처음 만난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서로에게 야릇한 호감을 품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시'는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저울질만 한다. '다시'는 아름답고 지적인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둔 뜨거운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결혼의 조건은 오직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엘리자베스'는, '다시'가 그의 친구 '빙리'와 그녀의 언니 '제인'의 결혼을 앞두고 '제인'이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그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하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골이 깊어지는데 '엘리자베스'와 '다시'는 과연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키워갈 수 있을까….

 첫 만남

 영화의 첫 장면은 소설책을 읽으며 걷는 리지(엘리사베스를 엘리자나 리사, 리즈, 리지, 베스, 베티 등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를 클로즈업하며 시작된다. 그녀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순하면서도 짙은 색감의 드레스! 아침 햇살이 그녀를 환히 비춘다. 자신의 선입견을 넘어가듯 다리를 건너 집으로 향하는 그녀를 따라 카메라는 롱테이크(long take)로 베넷 집안으로 들어간다. 천진한 모습으로 뛰어 다니는 딸들! 엉망인 집안! 거기에 개까지 집 안을 들락거린다.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리지는 자기만의 창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듯 창문을 통해 엄마, 아빠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다. 부각되는 장면은 베넷가 집 밖 전경으로 이어진다. 집 앞에는 연륜을 드러내는 깊게 주름진 표피의 큰 나무 밑둥치가 양쪽에 서 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뿌리 깊은 인간 내면의 대결을 상징하듯이….

 모든 남자들은 단순하면서도 멍청한 속물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리지는 무도회에서 다시와 첫 만남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에게 용기를 내어 춤 파트너가 되어주길 신청하지만, 그는 무뚝뚝하게 정중하고도 냉정하게 거절한다. 더욱이 그가 친구에게 리지의 외모에 대해 폄하하는 말을 엿듣고는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친절한 구석이라곤 없어 보이는 무뚝뚝하고 잘난 척하는 다시, 언제나 검은 정장에 흐트러짐 없는 반듯함을 지닌 귀족의 풍모를 지닌 그는 고상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여자는 완벽해야 하고 그림이나 춤, 피아노도 할 줄 알고, 독서로 지성도 쌓아야 한다며 베넷 가문의 여자들을 속물로 바라본다. 그는 누구의 말에도 동요되지 않으며 쉽게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다시가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 리지는 위크햄을 만나 다시와의 관계를 듣는다. 그의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리지는 다시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더 굳힌다. 콜린즈의 청혼을 당당히 거절한 그녀는 맨발로 집 뒤뜰 그네에 앉아 빙글빙글 꼰다. 편견에 대한 집착에 가득 차 계속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느 날 다시의 숙모를 돕는 피츠윌리암을 만나게 되는데 리지는 언니 제인의 결혼을 파경에 이르게 한 장본인이 다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와 실망의 어두움에 깊이 빠져든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비에 흠뻑 젖은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들의 만남! 둘은 언성을 높이며 극한으로 치닫는다. 이 공방전을 통해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다시는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리지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한다. 하지만 언니를 불행에 빠트린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하는 리지!


 난 장님이었어 

 다시와 헤어진 리지는 아주 캄캄한 방안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허공을 응시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거울 이론과도 같은 심리적 갈등 속에서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는 리지. 그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리지의 내면을 관객에게 들키는 효과와 함께 관객 또한 그녀와 같은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상징했다.

 인생이란 깨달아 가는 과정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 이 역사는 언제나 만남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으로 이뤄진다. 리지는 언니 제인에게 고백한다. "난 장님이었어." 다시는 잠옷 바람으로 리지의 거실을 찾아와 오해를 풀기 위한 편지 한 통을 놓고 간다. 언니와 빙리와의 관계, 위크햄의 거짓말로 빚어진 오해가 얽혀 있었음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새로운 마음의 시선으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그날 밤 오렌지색의 둥근 원과 어두운 그림자들이 빅 클로즈업(big closeup)된 리지의 눈동자 속에서 춤을 추며 스쳐지나 간다.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벌판을 지나 절벽에 올라 바람을 쏘이는 리지! 이제 편견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은총의 만남

 캐서린 부인의 방문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리지는 다음날 새벽 안개 자욱한 벌판에 서 있다. 멀리 저편에서 풀어헤친 셔츠 바람으로 급하게 그녀를 향해 오고 있는 다시! 캐서린 부인의 무례함으로 고통 받았을 리지를 위로하며 사랑을 거듭 고백한다. 어두운 밤의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정화된 사랑의 순수함이 드러난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은 두 사람의 미래를 예고하듯 환히 비춘다. 오해에서 이해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용서와 사랑의 과정을 겪은 진솔한 만남이며, 은총의 시간이다.

 다시는 오만했던 마음을 비운 겸손한 모습으로 리지를 기다리고, 청혼 허락을 받기 위해 리지 역시 진심을 말한다. "그분은 교만하지 않아요. 제가 오해한 거예요…. 우리 서로가 잘못 봤던 것이에요…. 제가 분별력을 잃었어요. 둘 다 고집이 센 점이 많이 닮았어요."

 예수님은 인간 그 자체를 믿으셨기에 모든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으셨고 편견의 잣대로 저울질하지 않는 분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모든 관계는 참된 만남에서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TV 미니시리즈로 네 번이나 영국 BBC에서 제작돼 인기를 모았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2005년 영상의 귀재이자 탐미적 낭만주의자인 감독 조 라이트는 이 영화를 맡기 전 오스틴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문학보다 시각예술과 그 문법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영화 「오만과 편견」 한 장면 한 장면에 정성을 기울였다. 사랑 받는 작품들은 모두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고,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진실을 담아내고 있다.

 사랑의 관계는 남녀 관계뿐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이기도 하다. 이 만남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진실하려면 다음의 성경 말씀을 마음에 품어야 할 것이다.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평화신문 :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498140&path=2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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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문화산책]<23>

영화(5) 더 헌트 - 뒤틀린 소통의 관계

군중 심리에 가려진 '진실' 알아보는 혜안 필요


더 헌트(2012, 덴마크)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그 
 상영 시간 : 115분 
 장르 : 드라마(15세 관람가)



 인간은 끊임없이 소통한다. 한순간도 소통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침묵도 하나의 언어로 뭔가를 계속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구두로, 몸의 언어로 소통하며 이웃과의 관계, 공동사회 전반과

관계를 맺으며 관계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소통이 없는 관계는 이미 생명을 포기한 관계이며 죽은 집단의 사회다.

살아 있는 소통은 상대방을 읽어내는 것이자 건네지는 말에 대한

경청이다. 소통은 상대방을 인식하고 신뢰하는 타자 중심의 관계를

형성케 한다. 이것이 진정성을 동반하는 소통이며 생명을 살리는 소통이다.

사랑에 메말랐던 어린 아이의 즉흥적 거짓말이 한 사람을 이웃으로부터

매장시키는 '뒤틀린 소통'의 관계를 다룬 영화

'더 헌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줄거리

이혼 후, 고향으로 내려온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새 여자 친구를 사귀며

아들 마커스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루카스의 친구 딸 클라라의 사소한 거짓말이 들불처럼

소문으로 번지며 루카스는 유치원 원장과 마을사람들로부터 의심과 함께

누명을 뒤집어쓴다. 그것도 아동 성추행이라는 누명이었다.

루카스는 마을 사람들의 눈총과 집단 따돌림, 폭력을 견뎌내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화

루카스는 유치원 교사다. 원생들과 허물없이 놀아주고 대소변까지

닦아주는 이성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균형 잡힌 사람이다.

루카스의 절친한 친구 테오의 다섯 살 된 딸 클라라는 부부싸움이 잦은

가정에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지낸다.

자기 생각에 자주 몰두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클라라는 가끔씩 길을

잃기까지 한다. 친절한 루카스는 그녀를 유치원과 집으로 데려다준다.

이런 루카스 아저씨에게 클라라는 애정을 품고 있다.

어느 날 클라라는 하트(♡) 모양을 만들어 루카스의 코트 주머니에

몰래 넣어두고 루카스에게 입맞춤을 한다. 루카스는 부드럽게 클라라를

타이른다. 하트는 엄마에게 주거나 만든 사람한테 돌려주고 입술 뽀뽀는

엄마, 아빠에게만 하는 거라고 분명한 가르침을 준다.

거절당한 클라라는 원장에게 루카스가 자신에게 하트를 선물했고

루카스의 성기를 봤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는 클라라 오빠들이 보여준 남성 성기 사진을 떠올리며 말한 것.


유치원 마당을 나오던 루카스는 아이들 놀이공에 뒤통수를 맞는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원장은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화적 믿음에 사로잡혀

루카스의 성추행을 의심한다. 루카스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족과 마을, 학교 전체에서 진솔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일방적 단죄의 상황에 휘말린다.

원장은 이 거짓된 사건을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확대시키고,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고자 클라라를 아동심리전문가와 인터뷰하게

한다. 심리전문가가 추궁하는 질문에 클라라는 어린아이로서의 불안과

억압충동을 느끼며 "그랬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임으로 반응한다. 어리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의 영악한 태도가

섬뜩하다.

원장은 이 사건을 더 부풀려 성학대를 당했다고 단정한 뒤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를 살핀다. 언제나 사회는 선과 악이 묘한 충돌을 일으켜

진실을 가리는 때가 많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그런 어리석음을 범한다.

하지만 인간은 군중심리에 휘말려 진실을 보지 못한다. 특히 어린이,

또는 통념적인 약자 편에 동조하기 마련이다. 진실은 그 뒤에 숨겨질

때가 종종 있다. 그것도 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치원을 찾아가던 날 아침, 햇살은 루카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루카스의 진실을 입증해 주는 상징적 햇살이다.

 

 #친구들이 뭐 이래, 친구도 아냐!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는 데 비언어적 몸짓과 얼굴 표정, 눈 등은 많은

진실을 말해준다. 클라라의 아버지 테오는 맹세코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는 루카스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딸은 거짓말이라곤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루카스를 몰아부친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라는

"아저씨는 잘못 없어. 내가 바보 같은 말을 했는데, 이젠 다른 애들까지

이상한 말을 하고 있어"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지만, 엄마는 아이 말을

흘려듣는다. 인간은 들려오는 많은 말뿐 아니라 움직임에서 드러나는

많은 것을 관찰하고 사유하지 않는다.


아들 마쿠스의 외침 속에 진실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친구들이 뭐 이래요. 친구도 아냐!"


철저히 아동 성범죄자로 내몰려 고립과 막막함, 슬픔이 배어나는

루카스의 얼굴이 압권이다. 인간은 저마다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고

타인의 작은 잘못에 대해선 엄격히 단죄한다. 여럿의 잘못된 판단과

증언으로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기는 순식간이다. 더구나 군중의

힘이 결집될 때는 더 깊고 큰 상처를 남긴다.

  

▲ 손을 잡고 친절하게 클라라를 유치원에 데려가는 루카스.


▲ 클라라가 유치원장 앞에서 아동심리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며 상담을 받고 있다.


▲ 성탄 밤 성당에서 그간 핍박을 당해온 감정이 폭발해 눈물을 흘리는 루카스.


 #진실의 눈빛

마켓에서 부당한 모욕과 폭행을 당한 루카스는 돌아와 자신의 방에서

피를 흘리며 앉아 있다. 크게 부각된(big close up) 그의 두 눈은

죽은 자의 눈처럼 정지돼 있다. 거울 앞에서 옷과 핏자국을 닦아낸

루카스는 구두끈을 단단히 매고는 성탄 밤 마을 사람들이 모인 교회로

간다. 유치원 아이들이 부르는 캐럴을 들으며 그는 테오에게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라고 소리친다. 슈퍼 직원들에게 폭행당해 부서진 안경은 이제

필요 없다. 진실된 눈, 거짓 없는 눈으로 테오에게 외친다.


"내 눈을 봐. 내 눈을 보라고. 뭐가 보여? 뭐가 보이기나 해?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그만 괴롭혀…." 가슴속 깊은 절규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가 말하는 눈은 인간 내면을 반추하는 거울이자 오해와

편견으로 굽어진 사람들을 향한 양심의 외침이다.


그날 밤 테오는 결국 루카스에게 음식을 싸들고 찾아온다.

순간, 무겁고 깊은 침묵이 흐른다. 루카스가 먼저 테오가 들고 온 성탄절

음식을 맛본다. "맛있군…." 이 한 마디가 화해와 용서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마음을 추스른 루카스는 테오의 집으로 간다.

성탄 파티를 여는 가족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클라라를 본다.

여전히 바닥에 새겨진 복잡한 사선 무늬에 신경 증세를 보이며 계단

끝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클라라에게 루카스는 장난스럽게 말한다.

"난이도가 높구나. 선이 얼키고 설켜 있네. 이 많은 선들을 어떻게

피하겠니?" 하며 클라라를 안아 건네준다. 진실이 거짓까지도 끌어안아

선을 넘어가게 하는 포용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오늘의 희생양


1년 뒤, 루커스는 마을 사람들, 아들 마커스와 함께 사슴 사냥을 간다.

사슴을 쫓고 있는 그때, 누군가 루커스를 겨냥해 총을 쏜다.

갑작스런 상황을 피하며 산 위를 바라보지만 역광 속 언덕으로 사라지는

누군가는 아주 상징적이다. 거짓된 소문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암시를 주는 듯하다.

 

사회 공동체의 집단 본성을 과감하게 드러낸 '더 헌트'는

덴마크 어느 마을 이야기만을 소재로 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주위에도 온라인 마녀사냥, 이른바 '네카시즘(Netizen+McCarthyism)'이 있지 않은가.

다수의 네티즌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 등에 일방적으로 여론몰이를 통해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는 현상에 대해 사회 정보윤리적 차원에서 깊이 새겨볼 일이다.

 

 그룹대화 :

 -우리 가족이나 동네, 직장, 학교, 교회에서 누군가를 따돌린 체험이 없는지 대화 나누기.
 -검증되지 않은 뜬소문에 대해 우리의 반응은 어땠는지.

 성경구절 :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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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도로 거듭나게 해주소서

가톨릭 언론인 전국 대회를 주님께 맡기며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교회를 통해 ‘신앙의 해’를 마련하시어 

저희를 당신께로 더 가까이 인도하고자 하십니다.

당신 자비에 의탁하오니 

저희 모두 당신 안에서

당신을 더욱더 사랑하고 알아가게 해주소서.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이 은혜로운 ‘신앙의 해’에

저희 전국 가톨릭 언론인들을

12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불러 모으시려 하십니다.

당신 사랑의 성령께 의탁하오니

저희에게 넘치는 생기를 주시어

서로 일치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소서.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가톨릭 언론인 전국 대회를 통해

‘신앙의 해와 가톨릭 언론인의 사명’

새롭게 일깨우려 하십니다.

진리와 정의의 근원이신 당신께 의탁하오니

복음적인 식별력과 용기를 주시어

저희에게 맡기신 대중매체 수단을 통해       

공정한 보도와 진실을 추구하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저희 모두 오늘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오늘의 사도로 거듭나게 해주소서.


글·그림 주민학 수녀(벨라뎃다·성바오로딸수도회)

 

- 가톨릭언론인협의회보 10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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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가장 효력 있는 통교 수단 ‘진실’ / 민남현 수녀

발행일 : 2012-04-08 [제2790호, 31면]

 
‘진실’만큼 감동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소통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진실은 다른 모든 수단에 앞서 가장 효력 있는 통교 수단이다. 진실 앞에선 어떤 실수와 잘못도 용서받을 수 있고 분열된 마음들이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다. 진실은 우리에게 삶의 의지와 희망을 솟아나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점점 깊어만 가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사회적·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진실함’이라 생각한다. 정으로 무장된 우리 국민의 정서는 진실이 소통될 때 나라의 큰 어려움을 기꺼이 함께 지고 갈 수 있는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멀지 않은 과거, IMF 외환위기를 기억한다. 우리는 그때 나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인 결혼예물, 아이들의 돌반지를 기꺼이 내어놓던 눈물 나게 착한 우리 국민의 마음을 보지 않았던가!

솔직하지 못한 홍보만화

진실에 대한 목마름이 갑자기 더 절실한 이유는 얼마 전에 중대한 정책을 알리는 홍보만화를 보고 우리 현실의 심각성을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 우리 딸이 달라집니다.”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서 만화를 들여다보았다. 아, 참담함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순간이었다. ‘레몬, 오렌지, 치즈 등의 착한 가격으로 피부가 좋아지고, 다이어트하고…. 미국산 화장품, 가방 등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마음껏 멋내고…. 외국인 투자증대로 일자리가 늘어 취업에 성공하고….’

이 홍보기사의 출처가 정말 정부일까 의구심이 들만큼 진실함과 진지성이 결여된 소통의 부재가 적나라하게 전달되었다. 빈말에 불과한 외적 부풀림이 적용될 만큼 우리 삶이 단순하다면야 얼마나 좋을까. 당연히 모든 결정 앞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더구나 나라의 살림살이가 달린 국정을 논할 때 찬반론이 충분히 오고가야 한다. 그래야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국민은 각 관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어떤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지 객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정 중요한 것은 ‘왜?’라는 물음이다. 왜 찬성하고 왜 반대하는지 타당한 논리로 솔직하게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1-2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주인인 국민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관리하도록 대표 임무를 맡겨준 이들에게서 바른 정보를 듣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국민이 이 권리에서 소외된다면 이런 현실은 급히 바로잡아야할 심각한 오류의 현장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홍보만화의 문제점

내 마음과 생각은 이 홍보만화 때문에 무척 소란스럽다. 사회 정세에 밝지 않은 한 개인의 의사 표현이 아니라 국가의 중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기에 그곳에서 진실함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심각한 위기를 느꼈다.

이 홍보만화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이 사사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지나치게 축소시켜 삶의 외적 측면만을 부각시킨 비전문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일 이 정책노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서도 이러한 얕은 방식의 홍보를 했다면 국민을 속인 도덕성의 부재이고, 만일 인지하지 못했다면 현실 파악 능력의 부재라 보아야 할 듯하다. 그리고 국민에게 이 정책 노선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소통의 부재현상, 곧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적 힘이 느껴진다.

또 다른 문제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나라의 여성들은 나라의 살림살이와 타인의 아픔을 뒷전으로 하고 자신의 외모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속없는 얼간이들이라는 말인가? 여성을 잘 포장된 상품으로 여기는 여성 비하 시각이 다분히 느껴지고, 외모지상주의와 소비주의를 조장하는 건설적이지 못한 생각이 엿보이기에 불안하다. 그리고 특정 소수에게 편중된 이익도 읽혀진다. 이로 인해 웃는 우리의 아들딸이 있는 반면 불이익으로 신음하며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아들딸 또한 있음이 기정사실인데 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걸까?

진실한 마음이 오고갈 때 국민은 밝고 행복해진다.

 
민남현 수녀 (엠마·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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