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예수님의 관심은 어려운 사람들에 있었고, 예수님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들을 만나셨죠. 이들이 교회의 관심거리가 돼야 합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73) 주교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 바오로딸 서원에서 열린 '희망의 길을 걷다'(바오로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주교는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이 우리가 받은 최고의 계명"이라며 "나만의 사적 공간을 벗어나 사회 전체와 생태계, 피조계 전반에까지 관심과 사랑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의 길을 걷다'는 강 주교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한 강의와 강론, 신문과 잡지에 발표한 기고문 등을 엮은 책이다.
책에는 제주교구장으로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지난 10년을 회고하는 글도 새로 실었다.
강 주교는 "강정마을을 통해 '평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근본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며 "참된 평화는 무기나 무력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책에는 강정마을 문제를 비롯해 제주 4·3 사건, 핵발전소와 생태 문제, 세월호 참사, 탄핵 정국 등에 대한 강 주교의 사목자로서의 고민이 담겼다.
참사 발생 3년 만에 서서히 선체를 드러내고 있는 세월호 인양작업을 바라보는 소감도 밝혔다.
강 주교는 "바다 밑에서 오랫동안 녹슬고 상처투성이가 된 세월호를 보면서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엔 부디 제대로 인양이 돼서 진상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성찰'이라는 글에서도 신앙인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은 성전 안에 조용히 머물러 계시지 않았다"며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려면 눈물짓고 고통받는 이들, 오늘의 가장 작은 이들 곁에 다가서고 그들의 아픔과 한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촛불시위를 통해 '희망'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때로 민주주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경험도 하지만 역사는 큰 흐름에서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역사는 절대 뒷걸음치지 않는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합니다."
1945년생인 강 주교는 일본 조치(上智)대 철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교황청립 우르바노 신학대학에서 수학했다. 1974년 사제품을, 1986년 주교품을 받았으며 가톨릭대학교 초대 총장,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를 역임했다. 2002년 제주교구장에 임명됐으며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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