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을 돌아온 기억- 『눈물 한 방울』
언 땅속에서 먼 길을 돌아 나온 수액들은 죽은 듯
나목으로 서있는 모습을 천천히 변모시켜 갑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아! 이것 봐” 하며 꽃눈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죠.
자연의 순리는 이렇게 되돌아올 줄 아는데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절체절명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무심한 듯, 아니 이미 저편 세상으로 가 있는 사람처럼
가냘픈 생명줄 하나만 놓을 듯 말 듯 남기고 있을까.
앙젤 리에비의 체험기, 『눈물 한 방울』은 갑자기 급성희귀병으로
몸이 완전히 마비되어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가 되었던
놀라운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병원 의료진은 그녀를 죽은 사람처럼 대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듣고 알고 느끼고 있었고,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는 처절한 노력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먼 길을 돌아오는 어둠의
터널 속에서 혼자만의 의식 속에서의 외침일 뿐.
의료진도 포기한 상황에서 장례식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통보가 있은 지 며칠 후, 엄마가 살아있는 것처럼
걱정하지 말라며 다정하게 건네는 딸아이의 말에
앙젤의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흐릅니다.
사랑과 슬픔과 두려움이 범벅이 된,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거대한 밤을 뚫고 밀어올린 눈물 한 방울….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말하고 싶었던 그 절규가
눈물 한 방울로 표현된 순간을 발견한 딸이
“엄마가 울어요!”라는 외침으로 모든 상황이 갑자기 달라집니다.
앙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는 마치 내 몸의 감옥이
내 마음의 격렬한 공격으로 틈새가 벌어진 것 같았다.”(본문 123쪽)
책의 내용 갈피갈피마다 가족이 포기하지 않은 소중한 사랑 때문에
그녀의 운명은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됩니다.
저자의 체험이 주는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치료는 기술적인 일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경청하고 침묵 너머의 소리까지 알아들어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
환자와 교류하는 사랑과 인내의 시간을 살아낼 때야말로
죽음 너머로 부활의 기쁨을 안겨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석과 같은 사랑의 눈물이
우리 굳은 마음을 적실 것 같습니다.
전영금 세실리아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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