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말로운 지음, 유정원 옮김, 『여성과 그리스도교 3』, 바오로딸, 2012


허난설헌이 복음을 알았더라면…

이조 중기의 “허난설헌”이라는 아름답고도 뛰어난 여성을 떠올릴 때면 참으로 놀라움과 감동, 동시에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 같은 여러 상념에 젖게 된다.

여성이 교육받을 수 없는 시대였지만 난설헌은 어렸을 때부터 오빠들과 손곡 선생 아래에서 공부하고 시문을 익히면서 그 천재성이 일찍이 드러났다. 그러나 15살에 결혼을 하면서부터 가부장제도에 갇히고 그의 뛰어난 미모와 재능은 남편과 시어머니로부터 끝없는 질시와 불화의 요인이 되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난설헌은 그 당시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자주의식과 평등사상에 대하여 그리고 남성 중심적, 봉건사상에 대하여 문필로 저항하였다. 여성의 자유로운 작품 활동이 허용되지 않았던 조선조 남존여비의 사회에서 탁월한 사상으로 여성적 감정을 형상화하고 한문학을 즐겨 다루며 빼어난 한시 작품 활동을 하던 난설헌은, 병약한 육체적 고통과 가정적 불화 그리고 어린 두 남매를 한꺼번에 잃게 되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27세에 요절하고 만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여성으로서의 난설헌의 생애는 너무나 불행하여 비통한 마음을 다스리기가 어렵다.

만약 난설헌이 복음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 멋진 페미니스트 예수님께 매료됐을 텐데… 특히 루카복음은 여성들의 활동을 많이 전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인격과 그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부각시키면서 남성과 여성이 하느님 앞에서 차별 없는 존재라고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난설헌에게 있어 그야말로 “복음”이었을 텐데 말이다.

사실 여성들의 불운한 역사는 유럽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메리 말로운이 지은 [여성과 그리스도교]에서도 알 수가 있다. 메리 말로운은 [여성과 그리스도교] 1.2.3권에서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 나타난 여성들의 이야기를 살려냈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전체 역사를 추구하며 그 역사 안에서 여성의 흔적을 찾는 이들한테 길잡이가 되고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여성한테는 감탄과 환희를 안겨줄 것이다.

난설헌에 대한 비통과 억울한 마음이 이는 동시에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여성의 활동과 능력을 구가하는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가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여성과 그리스도교] 3권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교육받을 권리를 원천봉쇄 당하는 시대적 어둠 속에서도, 심지어는 교회 내에서마저 소외당하는 가운데 가톨릭의 개혁수도원을 이끈 아빌라의 대 데레사와 개신교의 여성 선교사들 그리고 도로시 데이와 마더 데레사 등의 면모와 활동을 다루며 역사의 어둠을 걷어낸 빛나는 여성들의 뛰어난 영성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소중한 존재의식과 자주의식을 일깨우는 데 큰 몫을 하리라 본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 바로가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