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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미사·봉사도 좋지만 생각하고 질문하는 신앙생활 필요해” - 가톨릭 평화신문

by 바오로딸 2019. 4. 5.

가톨릭 평화신문 2019.04.07 발행 [1509호]

 

송용민 신부

인생에 고통은 왜 있을까? 교회 없이 믿음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일까? 성경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웬 엉뚱한 물음이냐’고? 그런데 조금만 따져보면 미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봉사활동 열심히 하는 것만이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하느님의 숨결로 세상에 태어난 만큼 내가 이 세상에 왜 오게 됐으며, 어떤 부르심을 통해 하느님을 믿고 따르게 됐는지 돌아보는 ‘신앙적 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 속 ‘암호화된 성령의 활동’을 읽는 일, 바로 ‘신학’이다.

기초신학 박사 송용민(주교회의 사무국장, 인천교구) 신부가 신학 하는 방법과 믿는 삶의 의미를 쉽게 풀어 안내한 「신학 하는 즐거움」을 펴냈다. 더 많은 신자가 ‘생각하는 신앙생활’을 통해 성숙된 기쁨의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010년 가톨릭평화방송TV 강좌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신학의 의미를 전하고, 2005년부터 운영 중인 ‘신학 하는 즐거움’ 카페 활동을 통해 3700여 명의 신학생과 신자들에게 신학의 진면목을 전해온 노력의 또 다른 결실이기도 하다.

3월 29일 만난 송 신부는 “신학은 쉽게 말해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라며 “‘나’라는 존재에서 시작해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돌아보고, 내 믿음을 성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신학은 나, 하느님, 그리고 세상 만물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내포하는 사유의 산물이다. 그 뿌리와 과정은 철학, 인문학과도 연결되지만, 세상 만물을 있도록 한 거룩한 하느님의 뜻을 향하고, 알아간다는 점에서 다른 학문들과는 다르다.

송 신부는 “올바른 신앙을 갖기 위해선 내 신앙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며 “일상 속에서 믿음의 언어를 찾고, 마침내 나의 진정한 안식처가 어디인지 깊이 사색해 보는 것이 신앙의 시작이고, 신학의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나의 믿음이 이성을 만나 사유를 거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경탄이 일어난다. 이런 물음이 쌓여 진정한 믿음에 이르면, 희망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하느님의 존재에 다가가는 은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학은 장막으로 가려진 믿음의 눈을 깨워주는 이성의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송 신부는 책을 통해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신학의 문턱을 한층 낮춰주고 있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나아가 세상 모든 일을 주님의 섭리를 통해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이 전문 신학자나 신학생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은 세상과도 긴밀한 학문. 당장 눈을 감고 묵상을 통해 짧은 사유를 해볼 수도 있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거나 친한 교우들과 삶의 주제를 놓고 대화하는 것도 일상 속 신학이 될 수 있다.

송 신부는 “제가 유학했던 독일의 신학대학은 신학생보다 신학자가 되려는 평신도가 훨씬 많고, 거기서 배출된 평신도 신학자들이 각 본당에 파견돼 평신도 사목 협력자로서 다양한 영적 프로그램 제공에 힘쓰고 있다”며 “한국 교회에도 가톨릭교리신학원과 다양한 신학 강좌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교회 미래를 위해 평신도 신학자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학 서적만 들여다보는 것이 신학은 아닙니다. 정치, 문화, 환경, 경제 등 모든 세상 움직임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고, 신앙과의 접점을 찾는 것도 신학의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냥 믿기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내가 따르는 믿음이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그러면 신학은 신앙이 될 것이고, 깊어지면 영성이 될 겁니다. 생각하면 하느님께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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