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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사순절 묵상 1, 포기할 수 없는 것

by 바오로딸 2012. 2. 28.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의 수요일,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토빗기 구절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물음들이 이어집니다. 쉬우면서도 진중합니다. 간결하면서도 웅숭깊습니다.

“나의 삶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30쪽


포기할 수 없는 것.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그 구절이 마음에 남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지 생각해봅니다. 우선 사랑하는 가족이 떠오릅니다. 절친한 친구들도 떠오르네요. 그리고…


오랜 꿈이 생각납니다. 작가가 되는 것. 글을 쓰며 사는 것. 글로 빛과 소금을 만들어내는 것. 날마다 어루만져 주진 못하지만, 오래되어 잊히지 않는 꿈입니다.

언젠가 기도중에 책을 보았습니다. 두툼하고 속은 비어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채워라.” 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채워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소설을 쓰고 동화를 지었습니다. 책 리뷰와 요리 에세이도 끼적였습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잘 쓰는 사람은 널렸어, 난 재능이 부족해, 이렇게 스마트한 시대에 누가 글을 읽겠어 하며 혼자 짜부라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구겨졌던 마음이 펴졌습니다. 그 속에 이야기가 고였습니다. 다시 종이 앞에 앉아 연필을 쥐었습니다. 이거라면 빈 책을 채울 수 있을까 하며 글을 썼습니다. 마침표를 찍고 나면 더없이 기뻤습니다. 누가 인정해준 것도 아닌데, 고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글이 참 소중했습니다. 꼭 내 숨결과 손길로 이루어진 것처럼.

빈 책을 채울 이야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전에는 찾게 해달라며 조르는 기도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비울 뿐입니다. 빈자리에 두터운 시간과 경험이, 뚜렷한 지향과 소명이, 또 새로운 이야기가 깃들리라 믿으면서.

어쩌면 책은 채워지는 중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주신 분만이 알고 계시겠지요. 사순절이 흘러갑니다. 한손에 책을 들고, 다른 한손에 못 자국 난 손을 잡고 있습니다.

- 홍보팀 고은경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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