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된 희망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지난 10월에 너무나 뜻밖에도 동료수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암 말기이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장례미사 전날 수도공동체와 유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고별식을 가지면서 함께 수련 받고 같은 날 서원을 한 동기수녀가 고별사를 하였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10월의 아름다운 날, 우리 동기 친구 수녀는 빨리도 우리 곁을 떠났네요. 그렇게 서둘러 떠나고 보니 그곳 하느님 품속이 편안하고 즐거워요? 그럼 됐어요…! 모든 사람과 사랑을 잘 나누려고 많이 애쓰고 고민했던 친구 수녀야,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숨을 쉬며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았던 고마운 친구 수녀야, 잘 가라고 우리 모두 이제서야 손 흔들어 줄 수 있네요!”

임종소식을 들은 순간 공동체와 유가족은 충격과 슬픔이었지만 장례절차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밝아지며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에 함께 하리라는 희망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도가 끝날 때마다 부르는 노래는

“나 부활 믿노라 이 몸으로 구세주 뵈오리라…”
“기쁨과 평화 넘치는 하느님 계신 곳…”
백장미와 백합의 오브제가 놓인 하얀 관이 제대 앞에 자리하고 동료수녀를 보내는 정중하고도 간절한 신앙을 고백하는 장례미사는 마치 천국의 길목 같은 아름다운 분위기였다.

지상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곁에는 아무도 죽음을 체험한 이가 없기에 죽음 이후의 미지의 세계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서 『죽음 후에는 무엇이 오는가?』의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자신의 확신과 신념을 전해 준다.

“내 삶의 마지막은 불안이 아니라 하느님께 옮아감이다. 이런 옮아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죽음 속에서 빛이 기다리고 있고, 하느님이 나를 자비로운 당신 팔로 안아 주실 것이며, 연약하고 무기력한 자신을 하느님 사랑에 맡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것은 불안에서 비롯되는 공포와 절망을 덜어준다. 죽음은 옮아감이지 끝이 아니다.”
- p.160


이 책은 우리 자신이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서 복된 희망으로 맞이할 것과 또 죽어가는 이를 돌보는 이가 가져야할 마음가짐도 잘 준비시켜준다.
임종 직전의 날들은 가장 진지한 시간이므로 임종동행자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임종하는 이가 자신에게 허용된 시간을 진지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임종하는 이가 영혼 깊은 곳에서 하느님 사랑의 신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한다.

죽음은 이제 더 이상 타인의 세계가 아니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
가톨릭교회 묘지 입구에 있는 말처럼 조만간 맞이할 죽음을 희망으로 기다리며 친숙해지기를 빌어본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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