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산나 글, 전정화 그림, 『예수님, 제 기도를 꼭 들어주세요』, 바오로딸, 2011
어렸을 때 금붕어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붉은 금붕어, 얼룩무늬 금붕어, 검은툭눈금붕어… 모양도 빛깔도 다 다른 금붕어들을 보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시간 맞춰 밥을 주는 일도 재미있었습니다. 금붕어들이 뻐끔뻐끔 입을 벌리면 꼭 내게 말을 거는 듯해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었지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집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습관처럼 어항 앞으로 달려갔어요. 오늘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며 밥을 주자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금붕어 한 마리가 뒤집힌 채 물 위에 떠 있었어요. 숨이 끊어진 것이었습니다. 죽음을 그토록 가까이에서 접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더 이상 헤엄치지 않는 금붕어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군요.
이제 너와는 이야기 나눌 수 없구나. 밥을 줄 수도 없구나. 친구를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건져서 쓰레기봉투에 담아버릴 수가 없었지요. 무슨 일이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금붕어 앞에서 읽을 짧은 글을 끼적거렸습니다. 훌쩍이며 그 글을 읊조렸습니다. 어쩌면 그때 필요했던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기도’였는지 모릅니다.
애완동물이 죽었어요
저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준 ○○이(가) 세상을 떠났어요.
이렇게 빨리 떠날 줄 알았다면 더 잘 보살펴 줄 걸 그랬어요.
사랑이 많으신 하느님,
슬픈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 제 눈물을 닦아 주세요.
○○이(가) 편안히 잠들게 해 주세요.
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를 위해 기도해요. 아멘.
- p. 55
『예수님, 제 기도를 꼭 들어주세요』는 어린이 기도서입니다. 생활 속에서 드릴 수 있는 여러 기도문이 실려 있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드리는 기도, 밤에 잠들 때 드리는 기도, 식사 때 드리는 기도, 기쁘고 감사할 때 드리는 기도, 보호와 도움을 청할 때 드리는 기도, 부모님을 위해 드리는 기도, 친구를 위해 드리는 기도 등 다양하지요.
물론 기도를 한다고 해서 예수님이 다 들어주시진 않아요. 기도 중에는 떼쓰는 기도, 하소연하는 기도, 욕심을 부리는 기도도 있으니까요. 예수님은 공평하신 분이기에 간절한 바람이 담긴 기도나 바람직한 지향이 깃든 기도를 먼저 들어주실 겁니다. 삶이 녹아 있는 기도, 진심과 정성이 어린 기도가 그런 기도이겠지요. 이는 어릴 때부터 좋은 기도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기도를 올리기보다는 예수님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기도하도록 구성되었답니다. 책과 함께 기도하다 보면 어느 새 예수님은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시는 벗이 돼 있을 거예요.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님, 교사들에게도 권해드립니다.
- 광고팀 고은경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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