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머튼 지음, 안소근 옮김, 『토머스 머튼이 길어낸 사막의 지혜』, 바오로딸, 2011


빛과 위로의 벗

토머스 머튼은 생애 마지막 시기에 트라피스트 수도원 내에 있는 숲속에다 자신이 직접 ‘은수자의 집’을 지었다. 그만큼 머튼은 은수생활에 대한 동경이 컸으며 고독과 침묵 속에 은수자로 살고자 했던 치열한 원의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머튼이 라틴어로 된 사막교부들의 금언집에서 150편의 짧은 이야기를 골라 번역했다. 주제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수도생활을 함께하는 형제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을 골랐는데 그것은 머튼이 20세기의 수도승으로서 초기 수도승들이 누린 특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나름대로의 선집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막교부들의 전성기인 4세기에 은수자들은 참된 자아와 구원을 찾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아라비아, 페르시아의 사막으로 가 수행을 했다.
방대한 교부들의 금언집에서 골라낸 짤막한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금언(金言)으로서 촌철살인의 힘을 발휘한다.

“교부들은 겸손하고 말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며 할 말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속성에 대해 긴 연설을 하거나 성경의 신비적 의미를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이들이 하느님에 대해 조금밖에 말하지 않은 것은, 하느님께서 계신 곳 가까이 이르면 수많은 말보다 침묵이 더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마카리오 아빠스가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할 때 당신이 분노한다면 당신은 격정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악은 결코 악을 몰아내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악을 행한다면 당신은 그에게 선을 행함으로써 그 선행이 악을 무너뜨리게 해야 합니다.”
“다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수도승이 아닙니다. 악을 악으로 갚는 사람은 수도승이 아닙니다. 분노하는 사람은 수도승이 아닙니다.”

초기교회의 은수자들이 탈혼가라든가 기적을 행한다든가 광신적 고행을 하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선입관도 바로잡아 주며 지금 이 시대에도 참된 자아와 구원을 찾아 깊이 고민하며 길 떠나는 이들과 기도생활을 갈망하는 이들, 수도생활과 영적 성장을 위해 매진하려는 이들에게 빛과 위로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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