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성경 여행 스케치』, 바오로딸, 2011


사랑 고백서인 성경

“하느님 내 하느님, 당신을 애틋이 찾나이다.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하나이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 이 몸은 당신이 그립나이다.”(시편 62편)

수도자들의 기도서인 성무일도를 바칠 때에 가장 많이 바치는 시편기도다.

지난 5월,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8일간의 연피정 때 성서학계의 원로이시고 대가이신 신부님을 모시고 피정을 하게 되었다.

피정을 시작하는 날, 신부님께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열정을 가지고 하느님을 찾는 길을 떠나라고 하셨고 피정 내내 신부님께서는 전부이신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빛을 만드신 하느님이시니 어둠도 그분의 손에 있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빛으로써만 아니라 암흑과 어둠 속에서도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빛과 어둠 전체로 그분의 뜻을 깨닫는 것이 온전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전부이신 하느님, 숨으시는 하느님, 이런 말씀들이 지금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성경말씀이 곧 내 삶의 전부가 되어야 하고 빛이요,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이 되어야 함을 나날이 새롭게 깊이고 있는 때에 만난 책이 [성경여행 스케치]다.

김혜윤 수녀님 특유의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통찰로 그려내는 성경말씀 이야기가 감동적이면서도 맛깔스럽게 읽힌다. 아마도 같은 수도자로서의 고민에 공감했기 때문일까?

흔히 성경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투쟁하듯 공부하고 읽고 쓰는 우리에게,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머릿속에 담으려는 행동이 부질없음을, 아니 개선되어야 함을 자신의 체험으로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저자는 또 성서학계의 거장 알론소 쇠켈의 고백을 전하면서 자신의 감동과 놀라움을 함께 전하고 있다. “쇠켈같은 대학자도 자신의 성경연구가 태평양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으며 아직도 신랑을 만나지 못해 밤거리를 헤매는 신부의 마음 같다고 고백하는데, 능력과 열정이 턱없이 부족한 내가 감히 성경을 정복하리라 덤볐으니.” (성경여행 스케치, 69쪽)

“성경을 ‘복음’ 곧 ‘기쁜 소식’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안에 엄청난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결점과 한계 때문에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스스로도 사랑하기 어려운 나 자신을 끝까지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급기야는 그렇게 죄인인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신 예수님의 놀라운 희생과 사랑을 전해주는 책이 성경인 것이다.” (같은 책, 75쪽)

성경이 이렇게 놀라운 사랑 고백서라는 것을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알고 체험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조근조근 타이르듯, 그러나 교과서처럼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경여행 스케치라는 책 제목에서 묻어나듯이 끝까지 경쾌한 느낌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자신을 옭아매던 사슬에서 풀려나 해방과 구원, 자유와 기쁨을 누리길 바라는 저자의 간곡한 초대에 응하고 싶은 복된 갈망을 느낀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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