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사도 4,32-34r)

1987년 5공의 군사독재로 많은 이가 고통을 받던 시절, 서울 상계동 철거민들의 철거 잔해 아래에서 놀던 철거민 어린이가 철거된 집 담이 무너지면서 목숨을 잃는 참 가슴아픈 사건이 있었다. 그때 수녀원에 오기 전 복음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고민이 많던 청년이었던 나는 그 현장으로 달려가 무너진 담을 붙들고 많이 울었다.
그 어린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

그리고 20여년이 지났다. 사도행전에서 말씀하시는 모두가 한 몸 한 형제 되어 서로를 자신처럼 보살피고 돌보는 공동체 건설은 여전히 내 가장 큰 꿈이다.
이 꿈이 내가 살고 있는 수도원 공동체 안에서만이 아니라 전 지구공동체와 함께 연대하여 이루어져가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는다. 우리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사도들을 통해 이미 당신의 공동체를 건설해 가고 계심을 사도행전은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오로와 실라스가 마케도니아를 여행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필리피’라는 도시에 머무르고 있을 때, 두 사람은 붙잡혀 매질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그들은 한밤중에도 찬미와 기도를 했다.”(사도 16,23-34 참조, 만화로 보는 사도행전 36쪽)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실천하다 감옥에 갇혔음에도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며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바치셨던 바오로 사도와 실라스의 모습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게 된다. 우리 어린이들이 가야 할 목적지는 바로 이러한 태도요, 이와 같은 공동체이다.

『만화로 보는 사도행전』이 고마운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참된 꿈을 꾸게 해주기 때문이다. 초대 교회 공동체의 아름다움과 열정이 생생히 묻어있는 사도행전을 간결한 만화로 표현하여 성령으로 충만한 부활의 증인들의 발자취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했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더 이상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없기를…. 사도행전을 읽는 어린이들이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이 땅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해 가는 주역으로 성장해 가기를 기도한다.

- 주민학 벨라뎃다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 바로가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