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미할릭 엮음, 성찬성 옮김, 『느낌이 있는 이야기』, 바오로딸, 2006
2003년, 두껍고 어려운데 꼭 읽어야 할 책들과 씨름할 때 「느낌이 있는 이야기」를 만났다. 책꽂이에 꽂아 놓고 잠깐 쉬고 싶을 때 꺼내 읽었다. 아무 곳이나 눈길 머무는 곳에서 편안하게 들여다봤다. 그때 신선한 충격을 준 이야기가 몇 편 있는데 지금도 생생하다.
#17 모서리 양심(20쪽)
“물론이지요, 난 내 양심이 어떤 것인지 알지요. 세 개의 모서리를 지니고 여기에 들어 있는 작은 물건이 양심이지요.” 그는 가슴에다 손을 얹었다. “내가 착할 때 양심은 가만히 서 있어요. 그러나 내가 나쁜 짓을 하면 양심은 빙글빙글 돌아 모서리가 심한 통증을 일으키지요. 그런데 잘못을 계속 저지르면 모서리가 다 닳아 통증을 일으키지 않지요.”
#51 중국 속담
“어둠을 욕하기보다 촛불을 하나 밝히는 게 낫다.”
#81 알파벳의 기도(77쪽)
어느 날 밤 노인의 손녀딸의 방 앞을 지나가다가 제법 경건한 목소리로 알파벳을 외우는 소리를 들었다. “얘야, 지금 뭘 하고 있는 게냐?” 그러자 어린 손녀딸이 말했다. “기도드리는 거예요. 근데 오늘 밤에는 말이 잘 생각나지 않아 아는 글자를 전부 바치고 있어요. 하느님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시니까 저 대신 글자를 모아 말이 되도록 짜맞추실 거예요.”
이 책 속의 짧은 이야기들은 바짝 마른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거울에 비추어 보듯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내가 나한테, 내가 이웃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알파벳의 기도’에 나오는 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신앙을 갖고 싶은 열망을 일으켜 주었고, 내가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2012년 다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 유 글라라 수녀
* 하늘마음 1506호(2012. 4. 15)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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