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 베르나르딘 지음, 강우식 옮김, 『평화의 선물』, 바오로딸, 2012


그 날 신부님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강론을 시작하셨다. 나도 한참이나  ‘뭐지? 사랑인가? 기쁨인가?’라며 머릿속을 헤매고 다녔다. 정답은 그날 복음에 있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렇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평화이다. 부활하시어 당신이 누리고 계신 평화를 우리에게 주셨기에 우리는 그 평화를 받아들일 수 있고 실제로 만날 수 있다. 그 평화는 실제이기 때문이다. 그 선물 안에서 우리는 행복을 맛보고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평화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것이다. 부활은 수난과 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평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난과 죽음의 과정을 거치고 부활한 후 비로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누구랄 것도 없이 한 가지씩 근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하루도 빠짐없이 어려움과 고통을 만난다. 충분히 감당할 것이 있는가 하면 때론 그 무게에 짓눌리기도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회피하고 싶고 때론 회피하기도 한다. 

이 책은 요셉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에 관한 얘기이다. 추기경님은 1996년 11월 1일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이 책은 돌아가시기 전 3년의 과정을 담고 있다. 돌아가시기 13일 전에 이 책을 마무리하셨다. 표지와 서명은 그분이 마지막 손길로 쓰신 것이다. 

추기경님은 췌장암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교회를 미워하고 그래서 자신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사람에게 성 추행범이라는 고소를 당한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변호인단과 주변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준비하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내적 평화 안에서 자신의 진실함으로 사건과 세상을 대면하고 해결하신다. 

그 사건이 해결되고 안정을 찾고 교회를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암이라는 자신의 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사목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추기경님은 모든 계획을 뒤로하고 병원에서 그리고 환자들을 위한 사목을 하신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죽음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공개하신다. 

고통과 죽음을 평화롭게 받아들이신 추기경님의 모습은 당시 수많은 이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신앙의 해를 맞으며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의 삶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시련 속에서도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간직하며 믿음을 키워나가기를 기도한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광주교구 간행물 <하늘지기>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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