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노년, 아름다운 인생, 신명나는 성경공부
어르신 성경공부 봉사자 교육 10년간 이어온 윤영란 수녀
"사목 대상의 이해, 봉사자들에 대한 격려, 열정을 이어갈 기회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2011년 11월 23일 (수) 19:52:57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한국사회 노령화 추세가 빨라지는 가운데, 교회 고령지수는 한국사회 평균보다 2% 이상을 앞서며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노인 사목 현황은 아직 미비하다. 각 교구별 노인사목은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며, 본당 노인대학이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은 체계적이고 노인층에 맞는 신앙 프로그램 보다는 노래, 춤, 여가선용에 대한 부분들로 ‘경로당’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인세대의 특성에 맞는 신앙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동시에 교회 안에서 노인들이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신앙생활의 중심은 무엇보다 성경을 제대로 접하는 데 있다. 노인들 역시 신앙의 계기, 각자 삶의 모습이 다르고 무엇보다 사회와 교회에서 ‘어르신’으로 자리하는 만큼, 성경 공부를 통해서 자신들의 신앙을 가다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활동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10년 전부터 노인들을 위한 성경공부와 봉사자 교육을 진행해 왔던 성바오로딸수도회 윤영란(일마) 수녀를 만나 '어르신 성경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마침 윤영란 수녀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마르코 복음서에 대한 성경 교재가 나온 터였다.

2002년부터 노인 성경공부를 위한 봉사자 교육에 투신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 하느님과 관계 맺는 법 고민

2002년 노인 사목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교회 안에서는 노인 사목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인대학이라는 형태로 운영되기는 했지만 성경이나 교리에 대한 것보다는 문화활동에 치중해 왔다.  

노인사목을 생각하면서, 윤 수녀는 ‘성경’을 떠올렸고, 교육 방법 또한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자고 생각했다. 당시 만났던 어르신들은 글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전반적으로 성경에 대한 지식이나 하느님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다. 

윤 수녀는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분인신지' 잘 알지 못하면 신앙 심 역시 어느 이상 깊어질 수 없다고 판단해서, 구약성경, 복음서, 사도행전 등으로 구성됐던 <새로 나는 성경공부>를 통해 성경의 내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읽고, 쓰고, 나누고 작업하면서 체험하는 성경
성경을 통해 지난 삶을 아우르고 내일을 결심하도록

봉사자들을 통해서 성경을 읽고, 성경 그림에 색칠을 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10년을 이어가면서 어르신들의 상황이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같은 교재로 몇 번 씩 교육을 받는 이들이 생기자 새로운 교재가 필요했다.  

그렇게 어르신들에게 보다 세부적으로 하느님과 직결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달라진 교육 대상자들의 수준, 상황에 대한 고려와 10년간의 경험을 통합한 것이 올해 11월에 선보인 <마르코와 함께 쓰는 나의 복음서> 다.

   
▲ 지난 2월부터 구체적인 제작을 시작, 11월에 선보인 이 책은 윤영란 수녀의 10년 교육 경험이 녹아들었다. 또 성경 부분을 맡아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내용을 위해 힘썼던 김정훈 신부(전주 가톨릭 신학원 원장), 교재에 가장 적합한 그림을 위해 애썼던 허명순 수녀의 노고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윤 수녀는 이들과 이 기획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 준 수도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마르코 복음을 '자기 성찰'에 중점을 두면서 16장의 복음으로 16개의 주제를 만들었다. ‘나의 복음서’라는 제목에서 보이듯 책을 완성하면 각자의 ‘신앙과 삶에 대한 총체적 고백서’가 되는 것이다. 입문 과정으로 시작된 마르코 복음서에 이어 마태오, 루카, 요한복음도 준비 중이다.

교재는 읽고 쓰고, 붙이고 칠하는 작업과 나눔을 통해 성경의 내용을 익히고 중요한 맥락과 시대적인 배경을 파악한다. 동시에 각자의 인생과 신앙을 돌아보면서 삶에 베어들 수 있도록 이끈다. 총체적으로 성경 안에서 삶과 신앙을 성찰하고 미래를 다짐하게 한다는, 보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각 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섬세하다.

예를 들면 마르코 복음 1장에 대해 공부할 때는 우선 전체를 읽고 쓴 다음, ‘세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세례 경험에 대해 무턱대고 ‘그때 어떠셨어요?’라고 묻지 않는다. ‘당시의 날씨가 어땠는지, 어떤 선물을 받았었는지...’ 등 주변의 기억을 점차 상기시키면서 체험적 작업을 하고 궁극적으로 세례서약 갱신에 가 닿게 한다. 무리 없이 세례 당시와 이후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앞날의 신앙생활을 새롭게 결심하도록 하는 것이다.

평신도 영성은 이미 대단하다
봉사자들도 스스로 사목의 주체임을 인식해야

교재나 교육도 중요하지만, 윤영란 수녀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바로 봉사자들의 마음가짐이다. 봉사자 교육에 집중하는 윤영란 수녀는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봉사자 자신이 노인 사목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일깨우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평신도로서의 영성이 얼마다 대단한 것인가를 알리는 것에 주력한다.

기본적으로 봉사자들은 상대방에게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아야 하는데, 안타까운 경우 중 하나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자기 말’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에게 맞는 방법을 파악하고 아주 구체적으로는 말하는 목소리의 크기, 어투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 교재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한 봉사자 교육에서 느꼈던 것은 봉사자들에게 의무감이나 부담감이 클 뿐 사명감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윤 수녀는 이 활동을 통해서 봉사자 자신의 삶 또한 성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기쁘고 자신감 있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봉사자 교육을 위한 8주 과정을 만들고 교안 작성법, 강의 방법, 기본 마음가짐까지 전달하기 시작했고 필요로 하는 모든 자료는 공개했다. 그러면서 봉사자들은 스스로 눈높이를 맞추고자 노력했고 ‘노인사목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 윤 수녀가 강조하는 것은 평신도 영성이 갖는 힘이다. 앞으로 길러야 할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크고 넓고 강한지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의 조력자로서가 아니라 스스로 봉사를 통해 성화되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고, 하느님이 나를 통해 활동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생소해하지만, 점점 봉사자들의 의식이 변하면서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볼 때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꿈꾸는 노년, 아름다운 인생, 신명나는 성경공부”

“성경 그림에 색칠을 하는 시간이었어요. 어떤 할머님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님의 옷을 잿빛으로 칠하는 거에요. 그래서 예쁘게 색칠하지 왜 그런 색을 칠하시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다소 민망한 질문이 돌아왔어요. ‘수녀, 애 낳아 봤어?’ 알고보니 아들의 죽음을 경험해 본 그분은 자식이 죽는 것을 바라보는 성모님의 마음이 어떠했으리라 짐작하고 잿빛으로 표현한 것이죠. 누구도 그렇게 성경을 묵상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어르신들이 잘 모르신다고 생각하지만 그분들이 표현하는 하느님 체험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윤영란 수녀는 이 사도직을 위한  세 가지 목표를 지니고 산다. '꿈꾸는 노년, 아름다운 인생, 신명나는 성경공부'다.

보통 노년을 생이 저물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하느님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꿈꾸고 희망과 결심으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지난 삶에 대해서 '누가 뭐라고 해도 하느님 앞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성경공부 여정 안에서 하느님께 다가감으로 가능하다고 윤 수녀는 믿는다. 그 여정에서 아픔을 치유 받고, 용서를 주고받으며, 생의 마지막까지 영적으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성경 공부의 목표다.

   
▲ 마르코복음 10장의 '하느님 나라와 부자'를 공부하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고 그것을 향해 살겠다는 각오로 신발끈을 만들어 붙이는 작업을 해본다.

“특히 이 사목활동은 양적인 확산보다 기반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속성을 유지하고 힘을 잃지 않아야 하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필요해요. 노년이라고 해서 그들이 하루하루 희망 없이 재미없게 산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그런데 교회가 그 부분에 대해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윤영란 수녀가 보여주는 것은 사실 새로운 교재라는 성과물 이전에 한 분야에 온전히 투신했던 시간이며, 그 투신이 청년, 유아, 청소년 등 연령은 물론, 개별적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성경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시사한다.

종이 색깔, 글자 크기, 그림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 않고 사목 대상, 봉사자들의 영성까지 놓치지 않는 모습은 한 분야의 사목을 위해서 얼마나 섬세하고 깊이 있게 배려해야 하는지도 말해준다.

윤영란 수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다.

“교리 교육이나 성경 공부를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어르신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청년층 그리고 영세자 교육을 받는 이들에게도 재미있고 역동적인 방법으로 성경을 맛들이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윤 수녀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부르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충실하게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함께 활동할 동료 수녀님도 생겼다. 이미 내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일정이 빽빽하다. 광주, 전주, 대구, 서울, 안동, 대전교구와 함게 각 6주 과정의 봉사자 교육을 진행하고, 4월부터는 인천, 제주, 의정부, 원주교구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그 발이 닿는 곳마다 더 없이 향기로운 신앙의 꽃이 피어나기를 바란다.

어르신 성경공부와 봉사자 교육에 대한 문의는 시청각통신성서교육원(02-944-0824).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원문 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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