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서적33권읽기] 9월의 선정 도서는…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3-08-18 [제2858호, 16면]
‘가톨릭독서문화운동 - 제2차 신심서적33권읽기’ 도서선정위원회는 7월 18일 모임을 갖고, 9월의 도서로 「성자처럼 즐겨라」,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 「흑산」 등 세 권을 선정했다.
「성자처럼 즐겨라」(제임스 마틴 신부 저/이순 역/가톨릭출판사)
과도한 진지함은 삶을 좀먹고 어찌할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일상의 고통을 넘어서지 못하게 한다. 이 책은 엄숙함에 치우친 신앙이 기쁨, 웃음, 유머와 균형을 이루게 하려는 시도이다.
예수님께서도 당대의 종교적 권위가 지닌 오만함을 폭로하되, 재치있는 비유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풍자로 당신의 인류 구원의 소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셨다. 수많은 성인들도 종종 자신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삼아 오히려 스스로의 겸손함을 유지하기도 했다.
저자는 기쁨이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며, 따라서 “기쁨, 유머, 웃음이 영성 생활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영성가와 성인들이 유머와 웃음을 영적인 건강의 필수 요소로 삼아왔음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그럼으로써 유머를 통해 신앙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예수가 ‘슬픔이 가득한 분’일이기도 하지만 ‘기쁨 충만한 사람’이라며, 엄숙함과 진지함과 함께 유머와 웃음이 차지할 자리를 신앙에게 마련해줄 것을 권한다.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김양회 저/바오로딸)
은경축을 맞은 한 사제의 진솔하고 담담한 삶과 신앙의 고백.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실어,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로부터 사제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부끄러운 경험이나 극적인 순간들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다.
책에 담긴 체험과 순간들은 저자만의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과 기억들이 사진들과 어우러지고,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연결되는 순간, 일상은 오롯히 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저자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시 형성된다. 특히 고풍스러운 느낌의 흑백 사진들은 그 고요와 적막으로 독자들에게 마치 초대장을 전하듯이, 각자 자기 삶을 반추하도록 이끈다.
저자는 사진전을 개최, 아프리카 아이티와 모잠비크에 학교를 건립하고 생활비를 아껴 현지 기숙사 건립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것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마음 불편하고 무거웠는지….”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꾸미고 감추고 잘난체 하지 않아도 부족한 것은 주님께서 모두 채워주실 것임을 믿으며, “저를 가엾게 보시고 내일은 제대로 된 바보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있다.
「흑산」(김훈 저/학고재)
깔끔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간결하며 풍성한 글로 정평이 난 저자가 ‘남한산성’ 이후 4년만에 발표한 역사 소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정약전, 황사영 등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정약전의 흑산도 귀양살이와 조카사위 황사영의 삶과 죽음을 중심 축으로 다룬다.
부패한 관료들의 학정과 성리학적 신분 질서의 부당함에 눈떠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서양 문물과 함께 유입된 천주교는 조선 후기의 혼란을 극복할 대안이었다. 저자는 당대의 통치 현실에 대한 사료를 충실하게 소화하고 소상하게 제시하면서, 왕권의 유교적 유훈 통치 의식과는 다르게, 세상을 주재하는 하느님의 원리에 따라, 선의와 사랑이 미래를 형성한다는 의식을 주제로 삼는다.
신앙을 주제로 삼는 작품이 도식적인 호교론에 흐르지 않고 인간적 삶의 드라마가 되는 것은 인간 구원의 문제를 자유롭고 활달하게 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약전과 황사영 외 20여 명의 다양한 사회 계층의 인물들이 엮어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구도적이면서도 일률적이지 않은 구도적 문학작품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가톨릭 문학의 영역을 더 깊고 풍부하게 해주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제1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
「성자처럼 즐겨라」(제임스 마틴 신부 저/이순 역/가톨릭출판사)
과도한 진지함은 삶을 좀먹고 어찌할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일상의 고통을 넘어서지 못하게 한다. 이 책은 엄숙함에 치우친 신앙이 기쁨, 웃음, 유머와 균형을 이루게 하려는 시도이다.
예수님께서도 당대의 종교적 권위가 지닌 오만함을 폭로하되, 재치있는 비유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풍자로 당신의 인류 구원의 소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셨다. 수많은 성인들도 종종 자신을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삼아 오히려 스스로의 겸손함을 유지하기도 했다.
저자는 기쁨이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며, 따라서 “기쁨, 유머, 웃음이 영성 생활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영성가와 성인들이 유머와 웃음을 영적인 건강의 필수 요소로 삼아왔음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그럼으로써 유머를 통해 신앙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는 예수가 ‘슬픔이 가득한 분’일이기도 하지만 ‘기쁨 충만한 사람’이라며, 엄숙함과 진지함과 함께 유머와 웃음이 차지할 자리를 신앙에게 마련해줄 것을 권한다.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김양회 저/바오로딸)
은경축을 맞은 한 사제의 진솔하고 담담한 삶과 신앙의 고백.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실어,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로부터 사제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부끄러운 경험이나 극적인 순간들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다.
책에 담긴 체험과 순간들은 저자만의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과 기억들이 사진들과 어우러지고,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연결되는 순간, 일상은 오롯히 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저자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시 형성된다. 특히 고풍스러운 느낌의 흑백 사진들은 그 고요와 적막으로 독자들에게 마치 초대장을 전하듯이, 각자 자기 삶을 반추하도록 이끈다.
저자는 사진전을 개최, 아프리카 아이티와 모잠비크에 학교를 건립하고 생활비를 아껴 현지 기숙사 건립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완벽한 것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마음 불편하고 무거웠는지….”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꾸미고 감추고 잘난체 하지 않아도 부족한 것은 주님께서 모두 채워주실 것임을 믿으며, “저를 가엾게 보시고 내일은 제대로 된 바보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고 있다.
「흑산」(김훈 저/학고재)
깔끔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간결하며 풍성한 글로 정평이 난 저자가 ‘남한산성’ 이후 4년만에 발표한 역사 소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조선 사회의 전통과 충돌한 정약전, 황사영 등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정약전의 흑산도 귀양살이와 조카사위 황사영의 삶과 죽음을 중심 축으로 다룬다.
부패한 관료들의 학정과 성리학적 신분 질서의 부당함에 눈떠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서양 문물과 함께 유입된 천주교는 조선 후기의 혼란을 극복할 대안이었다. 저자는 당대의 통치 현실에 대한 사료를 충실하게 소화하고 소상하게 제시하면서, 왕권의 유교적 유훈 통치 의식과는 다르게, 세상을 주재하는 하느님의 원리에 따라, 선의와 사랑이 미래를 형성한다는 의식을 주제로 삼는다.
신앙을 주제로 삼는 작품이 도식적인 호교론에 흐르지 않고 인간적 삶의 드라마가 되는 것은 인간 구원의 문제를 자유롭고 활달하게 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약전과 황사영 외 20여 명의 다양한 사회 계층의 인물들이 엮어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구도적이면서도 일률적이지 않은 구도적 문학작품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가톨릭 문학의 영역을 더 깊고 풍부하게 해주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제1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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