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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교황님의 영원한 미소 - 제8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초등학생 부문 대상 수상작

by 바오로딸 2011. 12. 16.

▲ 임승룡(서울 인헌초등학교5학년) 군


▲ 행복한 할아버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매년 가을이 되면 기다리는 것이 있다. 평화독서감상문대회이다. 올해는 어떤 도서가 선정됐는지 궁금해 하며 서점에 도착했다. 5학년 권장도서는 많았지만 그중에 제목만 보고도 내 마음에 확 와 닿는 책이 있었다. 바로 「행복한 할아버지 요한 바오로 2세」였다. 어릴 적부터 신부님이 되고 싶었던 나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성당 주일학교에서 그림 그릴 때 거의 내 미래 모습을 신부님이 되어 사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그리곤 했다.

 1학년 때였던 것 같았다. 우리 외할아버지께서 즐겨 보시던 평화방송에서 천사같이 하얀 옷을 입으시고 한 손에는 커다란 십자가 지팡이를, 다른 손은 높이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흔들고 계셨다. 그리고 계속 미소 짓던 모습이 나한테 꼭 박혀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때부터 나는 교황님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교황님이 되고 싶다는 꿈도 간직했다. 그때 텔레비전으로 본 교황님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었다. 그때까지의 교황님들은 모두 이탈리아 출신이었고, 네덜란드 분은 한 분, 폴란드 분은 처음이셨다. 그만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더 특별한 분이시라는 것을 알았다.

 더 중요한 것은 교황님이 터키인의 암살 시도로 총을 맞으셨는데 천만 다행으로 대동맥을 살짝 지나 생명은 건지셨지만 그것 때문에 두 번이나 수술까지 하시는 아픔을 겪으셨는데도 그 터키인을 용서한다고 말하셨다. 난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을 용서할 수가 있을까? 나라면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난 쉽게 용서가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가톨릭교회가 2000년 동안 잘못했던 것을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해 용서를 구하시기도 하셨다. 교황님께서는 참다운 용서란 무엇인지를 스스로 보여주신 것이다. 이 대목을 읽는 동안 온 세계 사람들이 용서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가 없으면 다툼, 살인 등으로 이 세상은 교황님과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서가 있다면 이 세상은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외할아버지께서 많이 위독하셔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외할아버지는 12년 동안 누워만 계셨고 우리 집 위층에 사셔서 더 소중하셨다. 온가족은 중환자 대기실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누나들은 계속해서 울고 나도 할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자꾸 흘렀다. 몇 시간 후 엄마께서 원목 신부님을 모시고 와서 위독하신 할아버지께 기도를 드려 달라고 부탁하셨다. 신부님께서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 가족들을 위로해주신 후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몇 분 후 나오시더니 "가족들의 끈끈한 사랑이 김군혁 요한 형제님을 살리셨나봅니다. 기적적으로 갑자기 좋아지셨답니다"라고 하시며 우리 가족을 데리고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혼수상태로 아주 위험했던 할아버지 의식이 돌아오고 눈도 뜨고 우리도 희미하게 알아보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 가족 11명은 할아버지 침대 주변을 에워싸고 신부님과 함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난 다음날 저녁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들어갔다. 여전히 입에는 큰 호스가 끼워져 있고 많은 주사 바늘을 달고 계셔서 깜짝 놀라 눈물이 또 나왔다. 할아버지께서 눈을 조금 뜨고 계셨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이제 말을 알아들으시고, 고개도 끄덕이실 수 있다고 했다. 난 할아버지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말했다.

 "제발 제가 신부님, 교황님 되는 거 꼭 보셔야 해요. 아셨죠?"

 난 정말 신부님이 될 거라고 약속했다. 난 할아버지 이마에 십자가를 긋고, 두 손을 얹고 '우리 할아버지를 낫게 해주세요. 아멘'하고 기도했다.

 이곳은 생명의 소중함이 더욱 더 느껴지는 곳이다. 나는 나만 생각하지 않고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다짐하며 나왔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파킨슨병으로 심한 고통을 받으시면서도 온 인류의 평화를 위해 끝까지 교황직을 수행하셨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죽음이라는 문턱에서도 아주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시며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더욱 교황님이 훌륭하게 생각됐다. 두 손으로 십자가 지팡이를 잡고 몸을 기댄 채 미소 짓고 계시는 교황님의 사진이 더 정답게 느껴진다.


▨ 당선 소감

2학년 때부터 매년 감상문 대회에 응모했지만 큰 상은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대상을 받게 돼서 더욱 기쁩니다. 대회에 같이 응모한 누나가 장려상, 엄마가 최우수상을 받게 돼서 신기하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존경해 왔기에 자연스럽게 「행복한 할아버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라는 책을 고르게 됐습니다. 이번에 받은 부상은 할아버지께 드릴 예정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요즘 많이 편찮으시거든요. 교황님을 생각하며 열심히 기도하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신다는 내용을 책에서 읽고, 할아버지께서 다시 건강히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습니다. 상을 타는 지금도 할아버지 생각이 제일 많이 납니다.


12월 18일자 평화신문에 제8회 평화독서감상문대회 초등학생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승룡 군의 글이 실렸네요.^^

바오로딸에서 펴낸
『행복한 할아버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읽고 쓴 글로,
교황님에 대한 성찰과 외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큰상 받은 승룡 군에게 다시 한번 축하를 보내며, 여러분에게도 이 담백하고 감동적인 글을 권해드립니다!



원문 보기: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398701&path=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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