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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과격하고? 원초적인! 은총에 열린 고백을 향하여-여성과 그리스도교 1-3권

by 바오로딸 2015. 9. 19.

과격하고? 원초적인! 은총에 열린 고백을 향하여

메리 말로운 지음, “여성과 그리스도교” 1-3권

유정원, 박경선, 안은경 옮김, 바오로딸, 2012


                                                                                          최우혁 editor@catholicnews.co.kr

2015년 9월 16일에서 20일 까지 진행되는 올해 여성영화제의 주제는 “고백의 방향”이다. 상영되는 영화 중에 그리스도교와 연관해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미국의 수녀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Radical Grace”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주님은 페미니스트”라는 한국어 제목은 다소 엉뚱하고, 지나친 롱숏으로 뽑은 느낌이다. 영화는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 “버스를 탄 수녀들”로 잘 알려진 미국 여성수도자 지도자회의 수녀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밀착 취재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여성감독 리베카 패리쉬의 다큐 작품으로, 서울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영화제에서 9월 17일과 20일 오후 2시에 상영된다.

마침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영화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기사가 세 꼭지나 실린 것을 확인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미국 여성수도자 지도자회의(LCWR : Leadership Conference of Women Religious)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의료보험 개혁 법안에 대해 미국 주교회의의 반대 결정에 순종하지 않고 독자적인 입장을 가지고 찬성한 것 때문에 신앙의 순수성을 의심받게 된 것에서 시작된다. LCWR은 대다수의 가난한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개혁법을 지지하며 주교단과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는데, 이에 분노한 일부 주교들은 수녀들을 바티칸에 고발하였고, 교도권은 이 사건을 교회제도가 크게 위협을 받을 사건으로 보고 조사관들을 파견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조사가 진행되는 몇 년 동안 수녀들이 보여 준 태도는 성령을 따르는 헌신의 모습이었다는 것으로 해명되었고, 새롭게 바티칸의 수장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4월 16일, 수녀들과 화해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교도권은 그녀들의 신앙고백과 실천이 언제나 인간의 판단을 넘어서는 성령을 따라서 이루어졌으며, 교회의 예언직 전통을 지켜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교황청, 미국 수녀들과 싸움 끝내 신앙교리성과 LCWR 공동보고서 발표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59

미국 수녀들은 왜 교황청과 싸웠는가? “주님은 페미니스트”, 리베카 패리쉬. 2015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18

버스를 탄 수녀들 제9회 여성인권영화제, "주님은 페니미스트”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28 

미국 가톨릭 교회에서 발단이 된 일련의 사건은 교황이 바뀌는 더 큰 사건 안에서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교도권이 여성들과 맺어 온 관계에 대해서는 그리스도가 여성들과 맺은 관계에 비추어서 깊은 성찰과 비판을 하고, 실제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을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주님은 여성에게서 태어나고, 여성들의 고통에 함께하셨고, 여성들에 둘러싸여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의 부활소식은 여성이 처음으로 전했으며, 이 모든 사건은 성경에 고스란히 기록되어서 지금도 누구나 읽으면 알고 있다. 하지만 여성을 독립적인 인간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을 페미니스트라고 한다면, 여성들과 더불어 활동하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단순히 페미니트스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대의 관점일 뿐이다. 주님과 여성들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서 더 나아가는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성찰해야 하는가? 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접점이고 시간이 열리는 순간이다. 인간은 이 열린 순간에 다가온 질문에 대답하고 그 대답에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그리고 우리의 대답에 따라 미래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즉, 모든 현재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응답은 역사적인 응답이고, 나자렛의 마리아가 그 모범을 보였듯이 성령과 함께 신중하게 논의해야 하고, 응답하는 것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인간을 향한 성령의 “Radical Grace” 는 바로 이 순간에 우리에게 대답을 요청하는 하느님의 질문인 것이다.

  
▲ 메리 말로운 지음, “여성과 그리스도교” 1-3권, 유정원, 박경선, 안은경 옮김, 바오로딸, 2012

우리의 성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아보았다. 여성들이 그리스도교의 역사 안에서 어떻게 응답했는가를 다루는 “여성과 그리스도교”라는 세 권의 역작이다. 저자인 메리 멀론(Mary Malone)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그리스도교 문학과 고전학을 공부하고 토론토 신학교에서 가르친 종교신학 교수다. 지난 세기에 시작된 여성주의에 영향을 받은 여성신학자들이 여성의 관점에서 성서를 새롭게 읽는 작업을 했다면, 이번 세기 여성신학의 주류는 역사 안에 묻혀 있던 여성의 존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작업들이다. 멀론의 작업은 여성사학자인 거다 러너의 작업과 더불어 오래된 미래의 지평을 가리킨다.

모든 시대의 여성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질문에 고민하는 인격적인 존재였고, 죽음을 무릅쓰고 옳다고 믿는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신앙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일치하려는 사랑과 헌신으로 표현되었다. 즉, 교회사 안에서 이루어 낸 여성들의 활동은 단지 여성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희망과 고통을 외면해 온 가부장제 시대의 그리스도교를 성찰하는 것은 가부장제 이후에 비로소 이루어질 그리스도교의 오래된 미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작업인 것이다. 세 권의 책은 한국가톨릭교회 수녀장상연합회 산하의 여성신학회의 회원들이 번역하고 공동으로 감수한 번역서로 출판되었으며, 여성신학을 공부하기 위한 필독서로 읽혀지고 있다.

제1권은 예수를 만난 여성들에서 시작해서, 여성 제자들, 초대 그리스도교의 여성 사도들, 여성 순교자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 나아가 중세 대수도원의 여성 원장들과 여성 선교사들의 권위와 활동을 이야기한다. 제2권은 12세기에서 이후의 여성 신비가들과 평신도 여성들인 베긴회의 영성, 여성 은수자들과 여성 순례자들를 소개한다. 제3권은 근대에서 시작하여 종교개혁과 여성, 아빌라에서 시작된 예수의 데레사의 활동과 가톨릭 개혁, 신대륙의 발견과 그곳으로 이주해서 활동한 여성 선교사들, 개신교 여성들, 마리아 시대와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의 영성과 미래를 포괄하는 윤리를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렇게 세 권에 담긴 내용은 모든 시대의 교회 안에서 여성들은 복음을 살고 전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고, 그들의 헌신으로 교회의 풍성한 영적, 물질적 전통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은 지위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성령과 이루는 교감을 통해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왔다. 
 

멀론의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을 인용해 본다.

하느님과의 사랑의 관계에서, 이 여성들이 가졌던 깊은 신뢰에 우리는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 중 참으로 많은 여성들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자신이 이제껏 추구해온 사랑의 당연한 결과라고 믿었다.... 베긴회 여성들은 다른 이들도 그들과 똑 같은 유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세상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은총의 선물이 자기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비주의의 평등화 속에서 그들은 모든 이가 이러한 은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제2권 206쪽)

베긴회가 이전의 어떤 선례를 따르고 있었을지라도 이들의 영적 교리는 공식적인 교회로부터 거의 아무런 도움이나 격려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종래의 공식적, 전통적 형태와는 사뭇 다른 그리스도교의 모습을 느낀다. 이 여성들은 인간 예수와 그분을 따르던 이들과 복음에 뿌리를 둔 가운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리스도교 전통의 또 다른 흐름 속으로 들어갔다.(2권 207쪽)

2000년 그리스도교의 역사 안에서 여성들이 제도화된 교회의 인정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삶을 살아온 것을 이제야 새롭게 돌아보게 되었다. 그 존재가 잊혀졌거나, 이단시 되었던 여성들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적, 영적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고, 그들의 삶이 있었기에 여성신학적 인식은 정당한 방법으로 인정될 수 있다.

유대교의 전통을 배경으로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는 나자렛의 한 소녀인 마리아의 응답에서 잉태되었다. 그의 대답이 없었다면,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흘러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인이 되려는 이는 마리아의 자리에서 같은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현재로 열린 역사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그 신적 사랑에 응답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을 방해하지 말것이며, 그 사랑을 불륜으로 폄하하지 말아다오!

여성 수도자들, 여성 신비가들, 여성 신학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사랑에 눈이 먼 이는 내 머리털 하나에 시선을 빼앗긴 그분 하느님! 모든 역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니 성령과 함께 일치를 이룬 여성들의 기쁨을 왜곡하지 말라. 여성들이 여성사제직을 넘본다고? 그것 역시 오래된 오해다. 여성신학은 교회의 온전함을 회복하기 위한 지난한 작업 중에 있다. 그리고 가부장제 이후의 교회를 책임지기 위해서 준비하느라 바쁘다.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그 느낌으로....
 

최우혁 (미리암)
종교학과 신학을 교차하며 공부하였다. 예수의 데레사와 에디트 슈타인을 중심으로 교황청립 데레사대학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였고, 에디트 슈타인의 마리아론으로 교황청립 마리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강사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소속 가톨릭여성신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 기사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승인 2015.09.18  16: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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