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친해지려면? 어려운 부분 건너뛰세요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조선일보 2017.02.17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 12권째 성경 관련서 '…성경산책' 발간]
2년간 서울주보 연재 내용 묶어 독자가 직접 읽도록 이끄는 방식
사제 생활 대부분 성경읽기 지도
벌써 12권째다. 최근 '허영엽 신부의 성경산책'(바오로딸)을 펴낸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가 '성경'과 관련된 책을 발간한 숫자다. 1999년 '구약성경 길잡이 말씀을 따라서'(기쁜소식) 이후로 그는 신·구약 성경을 종횡무진, 샅샅이 뜯어보는 책을 잇따라 내고 있다. '성서 속의 인물들 1.2' '성서의 풍속'(이유출판사) '성경 속 동물과 식물'(평화방송·평화신문)도 펴냈다.
그가 성경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교 시절. "성당에 다니던 또래 15명 정도가 '성경을 통독해보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임은 두 번 만에 없어졌습니다." 이유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필 시작을 '마태오(마태)복음'으로 잡은 게 잘못이었다. 마태오 복음은 족보(族譜)로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누가 누구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끝도 없을 듯 이어진다. 소설가 고(故) 최인호씨가 '낳고 복음'이란 별명(?)을 붙였을 정도다. 의미를 일러줄 스승도 없이 의욕만 앞섰던 고교생들은 "이게 뭐지?" 하다가 녹다운됐다.
허영엽(앞줄 왼쪽) 신부가 15일 서울 강북구 성바오로딸수도회 ‘문화마당’ 강연 후 신자들과 함께 섰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빚보증을 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같은 생활의 문제들도 모두 성경에 답이 있다”며 “성경은 의무감이 아니라 재밌게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친·외가 모두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성경 읽는 소리와 함께 성장한 그에게 '어떻게 하면 성경을 재미있고 쉽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일종의 화두가 됐다. 사제 생활의 중심도 성경 읽기 지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학교 졸업 후 독일 유학을 다녀와 구파발성당, 가좌동성당 주임신부를 거친 그는 2004년 2월부터 서울대교구 홍보국장을 맡고 있다.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문화위원장, 매스컴위원회 부위원장 등 '감투'가 많다.
그럼에도 그는 1997년부터 8년간 성경 공부 모임인 '성서못자리' 전담 신부를 맡았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2차례 합숙하며 공부하는 청년 성서 모임을 지도하고 있다. 그 사이사이 가톨릭평화신문과 서울주보 등에 성경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연재했고, 책으로 묶었다. 이번에 펴낸 '성경산책'은 지난 2년간 서울 주보에 연재했던 내용. 주로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일화를 소개하고 해당 구절 곳곳에 괄호를 치고 빈칸을 채워놓도록 함으로써 독자가 직접 성경을 읽도록 이끄는 방식이다. '포피타르의 아내'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 '솔로몬을 이은 르하브암' '종교개혁을 단행한 요시야' 등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도 많이 다뤘다. 서울 주보에 연재하던 중 한 장년 독자는 20주치 정답을 모아 우편으로 보내올 정도로 인기도 있다.
그는 "성경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사제 서품 때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라는 시편 구절을 사제 생활의 좌우명으로 다짐했다. 10여 년이 흐르고 매일 같은 생활이 반복될 즈음, 그는 방을 정리하다가 이 구절을 적은 작은 카드를 발견하곤 새삼 머리와 가슴을 때리는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허 신부는 성경을 읽는 좋은 방법으로 "어렵고 재미없는 부분은 건너뛰라. 괜찮다"고 했다. "과거 '오병이어(五餠二魚)' 이야기를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자기들 눈높이로 이해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의무감으로 읽으면 재미도 없고 어렵기만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성경 말씀이 내 마음에 들어옵니다. 사람마다 다 다른 방식으로요. 결국 성경을 관통하는 말씀은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이니까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7/2017021700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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