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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책과 함께

소망을 지켜주는 사람, 「사람은 사람을 부른다」

by 바오로딸 2016. 8. 1.


딸아이가 캠프에 갔습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 정말 텅 빈 듯했지요.

~ 딸아이의 방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데, 띵똥,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맞은편 다세대주택에 사는 할머니였습니다.

바쁜가? 좀 나와바.”

할머니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할머니네 주차장 옆에 있는 텃밭이었어요.

이거 보여? 아이고, 우리 강아지가 봤으면 팔딱팔딱 뛰고 난리가 났을 텐데.”

할머니는 작은 화분을 가리켰습니다.

갓난아이 주먹만 한 피망이 세 개 매달려 있지 뭐예요.

저는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어요.

할머니가 일부러 저를 불러내어 보여준 피망을 바로 딸아이의 것이었거든요.

작은 피망들은 공원에 놀러 갔다가 딸아이가 꽁짜로 얻어온 씨앗이었어요.

할머니! 이게 무슨 씨일까요?”

딸아이는 마침 상추에 물을 주던 할머니에게 물었지요.

심어보면 알지!”

할머니는 방금 웃으며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어주었어요.

우리 강아지가 봐야 되는데. 날마다 언제 피망이 열리는 거냐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할머니는 작은 피망들을 내려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런데 그다음 날이었어요. 저는 모임이 있어 외출을 했습니다

무슨 비가 그렇게 많이 오는지,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더군요. 저는 빨리 집으로 들어갈 생각만 했지요.

아이고! 잘 만났네. 잘 만났어! 내가 혼자 들 수가 있어야지!” 

할머니가 급히 뛰어왔어요

오래도록 밖에 서 있었는지, 우산을 쓰고 있는데도 옷이 다 젖어 있지 뭐예요.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왜 밖에 계셨어요?”

그럼 어떡해? 우리 강아지 피망이 다 떨어질까 봐 내가 안에 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랬습니다

할머니는 빗발이 거세지자 우산을 들고 나와 제가 올 때까지 내내 우산을 들고 딸아이의 피망을 지켜주고 계셨던 거예요.

혼자 힘으로는 화분을 옮길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던 거예요.

그 날, 그 빗속에서 저는 흠뻑 젖었습니다.

딸아이의 피망이 자라고 있는 화분을 집 안으로 옮기느라 비에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날, 제 가슴을 흠뻑 적신 것은 빗물이 아니라 아주 작은 소망 하나도 지켜주고자 하는 내 이웃의 간절함이었지요.

그래서였을까요?

딸아이가 캠프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집이 아니라 할머니의 텃밭이었답니다.

_ 이명랑, 「사람은 사람을 부른다」


★ 더 궁금하다면? 

http://www.pauline.or.kr/bookview?code=18&subcode=07&gcode=bo002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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