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강제규|주연 장동건, 오다기리 조|드라마|한국|2011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영화 <마이웨이>를 보고 왔습니다. 전쟁영화라 끔찍한(?) 장면도 더러 있었지만 볼 만한 작품이었어요.
2차 세계대전 때 중국과 소련, 독일을 거쳐 노르망디에 이르는 12,000km 전장이 배경입니다. 스케일이 무척 크지요. 그 속에서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조선청년 준식(장동건)과 일본 최고의 마라톤 대표선수 타츠오(오다기리 조)가 만납니다. 그들이 라이벌로, 적으로 겨루다 서로에게 희망이 된다는 것이 큰 줄거리입니다.
전투신이 상영시간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쏘고 맞고, 죽고 죽이고, 돌진하고 넘어지는 모습들이 매우 사실적입니다. 포로수용소 상황, 전투기 피폭 장면과 폭탄 투하 장면도 압도적이구요. 외적인 배경뿐만이 아니에요. 전쟁을 겪으며 변해가는 사람들의 내면까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준식은 한결같이 의리 있는 인물이지만, 타츠오나 준식의 친구 종대는 좀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기습 받아 우왕좌왕하는 포로들을 향해 ‘후퇴하면 내 손에 죽는다’며 총을 쏘아대는 소련인 장교. 그의 모습에서 조선인에게 똑같이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타츠오. 살아남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사형대로 밀어 올리는 종대.
전쟁 가운데 괴물이 된 사람들을 그려낸 영화야 많지요. 하지만 <마이웨이> 속 타츠오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천황과 대일본제국밖에 모르던 그였으니까요. 지난한 전쟁은 장교를 이등병으로, 군인을 포로로, 산 자를 주검으로 만듭니다. 그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사람 목숨과 명예, 충성, 승리 같은 대의명분을 저울질하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일인지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포로수용소 안에서 힘차게 달렸던 준식의 모습도 기억에 남네요.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꿈을 품은 그의 모습이 애틋했습니다. 마라토너가 되고 싶었을까요? 조국에 두고 온 아버지와 여동생이 그리웠을까요? 꿈은 꾸기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낼 때 더 희망적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중국인 저격수 쉬라이(판빙빙)의 등장으로 흐름이 끊기고 산만해진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가 아픔을 토로하거나 비행기를 명중시킨 장면은 멋졌지만, 영화의 메시지와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기여하진 못한 듯합니다. 강제규 감독의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영신(이은주)은 쌀을 받았다고 빨갱이로 몰려 처형당하지요. 짧지만 강렬하면서 시대상을 뚜렷이 보여준 그 장면과 비교할 때 <마이웨이>의 구성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는 쓰지 않을게요. 다만 전쟁이 전쟁만 낳는 것이 아니라 희망도 꽃피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애초에 일어나선 안 되는 게 전쟁이지만요!) 예수님은 말씀하셨지요. 자기 안녕만을 바라는 사람, 자신의 ‘목숨’을 고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마르 8,35) 새해가 오기 전에 영화와 함께 곱씹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단호한 말씀 속에는 뿌리 깊은 희망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 광고팀 고은경 엘리사벳
* 이미지는 <마이웨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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