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선정도서는…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8-10 [제2907호, 21면]

 
‘가톨릭독서문화운동-제2차 신심서적33권읽기’ 도서선정위원회는 지난 7월 24일 모임을 갖고, 9월의 도서로 3권의 책을 선정했다.

선정된 책은 「신심생활 입문」, 「다름, 또 하나의 선물」, 그리고 「씨앗이 자라는 소리」이다. 무더운 여름을 바야흐로 지나는 9월에 접어들며 영성과 신심생활의 뿌리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추천하는 「신심생활 입문」은 5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쉼터를 운영하며 거리의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한 평신도의 일기를 담은 「씨앗이 자라는 소리」와 100쪽 내외의 소책자인 「다름, 또 하나의 선물」은 고전을 읽은 노고를 보상해줄 수 있을 만큼 술술 읽힌다.



다름, 또 하나의 선물 / 장 바니에 저 / 윤성희 역 / 바오로딸

127쪽의 소박한 분량과 한 손에 가볍게 쥘 수 있는 작은 책으로 저자가 2004년 한 컨퍼런스에서 한 강연의 내용을 바탕으로 펴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코소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국제적인 분쟁 지역에서 온 강사들이 함께해 서로 다른 종교와 국가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이 어떻게 참된 축복이 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이 책에 실린 단상들의 메시지는, 진정한 평화는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에서 자라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다름’이 왜 축복이 되는지, 자신의 체험을 통하여 알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타인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름을 극복하여 평등과 평화와 치유를 경험하도록 초대한다.

 

신심생활 입문 /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저 /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 역 / 가톨릭출판사

17세기, 제네바의 주교, 교회학자인 저자가 샤르모아지 부인에게 보낸 영적 지도 편지를 바탕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면서 올바른 신심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모두 5부로 이뤄져 신심 생활에 대한 깊은 동경을 일깨우고, 기도, 성사생활, 수덕생활의 기본을 가르치며, 이러한 신심 생활에 저해되는 일상적인 유혹들을 일일이 짚어본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이 지향하는 영혼의 쇄신을 향해서 독자들을 이끈다.

영성 생활을 어렵게만 느끼는 이들에게, 편지 형식에 풍부한 비유와 예시를 담아 두툼한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아울러 기도, 묵상, 성사, 겸손이나 순명 등의 덕행, 유혹에 대한 영적인 대처 등을 일상의 구체적인 예시들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실제적인 신심 생활 안내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쓰여진지 400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에게 적확하게 들어맞는 사례와 예시들이 놀랍다. 성덕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고자 하는 신학생이나 예비 수도자들은 물론 새 영세자, 나태해진 신자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씨앗이 자라는 소리 / 에드위나 게이틀리 저 / 유정원 역 / 분도출판사

영국 랭커스터에서 태어나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가톨릭 평신도 선교사인 저자가 1980년대 미국 시카고 거리의 성매매 여성들과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 ’창조의 집‘을 설립, 활동하면서 적은 일기를 모은 책이다. 1981년 10월부터 시작해 1986년 1월 7일로 끝나는 이 일기만으로 거의 400쪽 분량이다. 저자가 시카고의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1년 남짓 숲 속에서 깊은 명상의 시간을 보낸 끝의 결심이다.

저자가 전하는 성매매 여성과 거리 사람들의 이야기는 슬픔과 부조리로 뒤섞여 있다. 저자는 거리의 여자들이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이며, 희생자는 이 여성들 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기는 ‘창조의 집’ 공동체가 지하 기도실에 모여 기도하는 모습, 가해자와 희생자, 방관자와 치유자가 한데 뒤섞여 하느님의 백성으로 모임으로써 하느님 나라 잔치의 표징을 이루는 모습을 전한다.

저자는 승리도, 그렇다고 패배도 아닌 거리의 사도직에 대한 이 일기를 통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모습에 가까운 신적인 사랑의 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전하고 때로는 소소하게 이기고 때로는 낙담과 실패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구원의 현실이 시작되고 있음을 전한다.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2407&ACID=710&S= 

[나의 독후감] 「나를 위한 시간」을 읽고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7-06 [제2902호, 17면]

 

이 책 구성이 24시간이다. 1시에 사람이 태어나 24시에 죽는 하루의 시간을 우리의 일생으로 비약시켜 놓은 것 같았다. 그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어떻게 그 시간들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수도원 생활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었는가. 넌 지금 어디에 있느냐? 총결산을 한다면 네 삶이 어떨 것 같으냐. 네가 본래 계획했던 삶은 어떻게 전개 되었느냐?”라는 물음에 “저의 모든 시간들을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난 살면서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도 자신에게 던지지 못한 시간의 압박 속에서 죽을 힘을 다해 무작정 미련하게 달리는 토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하려는 나는 시간 낭비를 무엇보다 싫어했다. 이런 내게 필요한 것은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서두름을 극복하여 시간의 편안함과 온전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리듬에 자신을 내 맡기는 쉼의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에겐 내적인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은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우둔함이, 시간 속으로 뜀박질하게 만든 것이다.

시간의 주인은 하느님이며 단지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시간을 내어 기도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은 남편이 암 완치 판정을 받은 날이다. 긴 시간을 사투하면서 살아온 시간들이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희망이 고통 곁에 함께 머물러 주었기에 그 시간들을 견디어 낼 수 있었고 감사할 수 있었다.

하느님에게는 시간이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는 그냥 지금 존재하는 것뿐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지 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한 유한성에서 난 내게 허락된 시간들 제대로 활용하여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시간의 주인이 되어 삶의 가치를 찾으면서 살아가야겠다.


카페네임 나마스테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1874&ACID=710&S= 

[나의 독후감] 「세상 속 신앙읽기」를 읽고

어두움도 아우르는 희망의 열쇠 하느님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3-23 [제2887호, 16면]

 

하느님을 믿는 한 신앙인으로서 나름대로 열심인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충실하며,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냥 보이지 않는 교만 속에 살아 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신부님의 글을 읽으며 열심인 신자 행세를 하지 않았나 하는 자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앙적인 본질이 우리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지만 하느님의 그 깊은 심연에 숨어있는 사랑이야말로 누구도 범할 수 없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흘려버리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글을 통해 어떻게 하느님을 느끼며 다가서야 하는지 의문점들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세상 속의 삶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하느님의 사랑 잊지 않길 다짐해본다.

빛의 이면에 숨어있는 어두움도 아우르는 희망의 열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독후감] 「주름을 지우지 마라」를 읽고

“나는 너희를 꽃처럼 키웠다”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3-23 [제2887호, 16면]

 

오래 전 알고 있던 지인으로부터 이제민 신부님의 ‘교회-순결한 창녀’라는 책을 추천 받았다. 제목만으로도 자극적인 책, 내용은 제목만큼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읽다가 후일을 기약하고 덮어 두었다. 책이라는 것이 당장은 읽기가 곤혹이지만, 가끔 시간이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부산 출장 길, 카페 회원님의 독후감을 읽고 용기를 내어 완독에 도전했다.

밀양에 위치한 명례성지를 지키시며 그곳을 방문하시는 어르신 신자들과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내용이 묵상의 주제였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애틋하다. 어렸을 적 먹을 것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엄마는 어쩌다 형제들이 집에 온다하면 음식을 만드시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이신다. 그분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자식들에게 주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언젠가 말씀을 많이 아끼시던 아빠가 불만 가득한 자식들에게 한숨을 쉬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도, 나는 너희를 꽃처럼 키웠다.”

부모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린다.

KTX가 밀양역을 지날 때 창밖을 유심히 살폈다. 혹 명례성지가 보일까 싶어서.


하중(pure2013com)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0259&ACID=710&S= 

 [나의 독후감]

「주름을 지우지 마라」를 읽고

모든 것이 축복이며 사랑해야 할 것들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3-16 [제2886호, 16면]

 

사람 없이 이 세상이 지금처럼 형성될 수 없었듯이, 늙음과 죽음이라는 것은 사람의 일생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사람에게 있어 늙고 죽는다는 것이 어찌 보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 견해는 하느님께 가장 가까이 다가간 분들 또한 나이 든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물론 나이와 신앙의 깊이가 정비례하진 않지만, 오랜 세월 살아오며 겪고 듣고 느끼며 축적한 내면적 깊이는 젊은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소중한 재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그것이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죽음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임을 깨닫고 그로 인해 자신을 비우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죽음 역시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서 잠시 내가 살았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돌이켜보니 내 인생에는 늘 젊음과 늙음, 어른과 아이가 만나고 공존하고 있었다. 생과 사가 만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축복이며 우리가 사랑해야할 것들이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신비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으로 만들면 인생이 아름답다고, 인생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바쳤을 때, 그 근본과 진리를 잃지 않는다면 저자의 바람처럼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를 하며 편안하게 주님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광환(제노)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0190&ACID=710&S= 

4월의 선정도서는…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3-16 [제2886호, 16면]

‘가톨릭독서문화운동-제2차 신심서적33권읽기’ 도서선정위원회는 지난 2월 27일 모임을 갖고, 4월의 도서로 3권의 책을 선정했다.

「21세기 신앙인에게」는 어려운 사회교리를 쉽게 풀어줌으로써, 현대를 사는 신앙인들의 신앙적 성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당신을 축복합니다」는 신앙의 기쁨이 기본적인 신앙의 토대임을 밝히며, 진정한 축복의 의미를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의 기도」는 우리에게 생소한 베트남교회의 현실을 조명하는 기회와 함께, 절박한 상황에서도 희망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는 의견에 따라 선정됐다.


희망의 기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우엔 반 투안 추기경 저

오영민 역 / 바오로딸

베트남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우엔 반 투안 추기경이 13년간 옥중에서 쓴 짧은 묵상글과 기도시들을 모은 책이다.

옥중의 13년 동안 자신을 지지하고 격려해 준 은인과 협력자들을 위해 간수가 준 종잇조각에 썼던 짧은 묵상글과 기도시 90편을 7가지 주제로 담았다.

옥중이라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저자는 희망의 기도를 봉헌한다. 그는 복음에 대한 열정과 선교 열의, 젊은이들에 대한 꿈과 희망, 이웃과 나누는 친교와 사랑의 열매, 성모님의 손길, 성인을 닮아 살려는 열망, 기도생활과 신앙생활, 참 신앙의 본질과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간결한 문체 속에 드러난 희망의 기도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영혼의 샘을 찾아가는 기쁨을 선사한다.


21세기 신앙인에게

유경촌 주교 저 / 가톨릭출판사

이 책은 책 제목처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신앙인들에게 보내는 신앙적 성숙을 향한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혼란스러운 사회 안에 갇힌 지금 우리들에게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기 위해 각자의 삶 안에서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실천이 필요한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

무엇보다 사회교리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공동선 추구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앙과 인격의 성숙이 뒤따른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은 생소하고, 어렵기만 했던 사회교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속에서는 자신만의 ‘개인 윤리’를 넘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녀야 할 ‘사회 윤리’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지를 일러주고 있다.

당신을 축복합니다

곽승룡 신부 저 / 성바오로

이 책은 속력을 내며 빠르게 달려가는 우리 사회 발전상 뒤에 감춰진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축복을 제시한다.

세대 간의 갈등, 남녀의 차별, 청소년들의 미래불안과 입시경쟁, 대학생들의 취업난, 높은 이혼율, 낙태, 자살 등 끝없는 아픔들 속에 메말라 버린 우리들에게 축복을 불러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축복은 세상이 생긴 처음부터 존재했고, 우리는 모두 축복을 안고 태어났으며 축복을 계속 이뤄가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동안 어둠에 눈이 가려 보지 못했던 우리에게 부여된 축복을 다시 불러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고요한 가운데 알아차리고 믿고 사랑하는 축복의 삶이 충만한 삶의 기쁨, 신앙의 기쁨을 열어줄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우현 기자 (helena@catimes.kr)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60192&ACID=710&S= 



[2월의 책장 넘기기] 「세상 속 신앙읽기」

“현실의 신앙문제 풀어가는 길잡이”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2-09 [제2881호, 17면]


 

가끔은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내가 진정으로 이 세상에서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할 때, 계획했던 일이 실패하고, 사는 게 재미없어질 때 우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살아온 인생을 멈추고 인생의 물음 앞에 서고 싶어 한다. 하지만 쉴 줄 모르고, 물음에 답을 찾는 일에도 서툰 우리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워 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구석이 있어야 안정과 평화를 누린다. 내가 지닌 신념이 나를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종교가 삶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준다고 많은 이들이 믿지만, 때로 종교가 참된 내적 평화보다는 현실도피를 위한 아편 같은 것으로 전락할 위험도 없지 않다.

이 점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신자들이 내가 믿고 있는 가톨릭 신앙의 깊이와 맛을 보기보다는 믿음 행위가 내 삶을 어떻게 치유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사는 게 힘들 때는 신앙이 힘이 되지만, 삶이 평온해지면 신앙이 여가생활의 일부가 되거나 일상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제로 살면서 신자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그들의 고민이 내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겪은 삶과 신앙의 문제들을 풀 수 있게 해주었던 신학적 고민들이 신자들에게도 현실의 신앙 문제를 풀어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고 싶었다.

「세상 속 신앙 읽기」는 이런 면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교리나 성경에 대한 지식보다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솔직하게 만나는 일부터 시작한다. 세상 속에서 겪는 현실적인 물음으로부터 왜 내가 하느님을 찾는지, 내가 속해 있는 교회 안에서 부딪히는 신앙과 교리들이 내 인생에 왜 중요한지 묻는다. 내가 가톨릭 신자로서 세상에서 나와 다른 종교적 신념을 지닌 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함께 살지도 묻는다.

믿음이란 세상을 등지고 세상 밖의 하느님을 찾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세상을 당신의 육(肉)으로 취하신 하느님과 함께, 세상의 죄와 죽음을 짊어진 예수의 십자가에서 하느님의 평화와 희망을 역설적으로 찾아내는 순례의 여정이다. 「세상 속 신앙 읽기」는 신앙의 정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신앙에 물음을 던지고 찾아가는 길을 보여주고자 한다. 신앙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나, 교회에서 상처 받고 길을 잃은 이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세상과 교회를 바라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믿음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책갈피

“믿는다는 것은 나한테 익숙한 삶에 변화를 촉구하는 힘든 도전일 수 있지만, 내가 사는 이 세상에 발을 띠고, 눈에 보이지 않는 희망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는 아름다운 체험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제3의 눈’을 갖는 것이다. 내가 어려서 보지 못했던, 때로는 나이가 들어서 가려졌거나 스스로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아버린 눈을 다시 뜨는 것이다.” (본문 9쪽 중)


송용민 신부(세상 속 신앙읽기 저자)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59433&ACID=710&S= 

[나의 독후감]「주름을 지우지 마라」를 읽고

늙음은 하느님의 신비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2-09 [제2881호, 17면]


 

늙음은 축복이며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인생은 완성된다는 늙음의 미학, 그러나 우리 시대를 잘 풍자한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에 노인들의 마음은 더 처량해지려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요즈음 부쩍 늘어난 노년층이 즐겨 부르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런데 며느리들은 이렇게 바꿔 부른다 한다.

“네 나이가 어때서 딱 죽을 나이인데…”

이런 노래를 듣는 노인들은 늙음이 주님의 축복이라면서 하느님의 선물로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젊어지고 싶어 주름살도 없애고 열심히 체력단련도 한다. 저자는 주름을 지운다는 것은 연륜으로 쌓은 인생을 지우는 것으로 스스로 자기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수만은 없는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죽음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하느님이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신 것을 깨닫지 못하기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죽음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임을 안다면 자신을 비울 수 있고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헬렛서, 지혜서를 묵상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길이 보이게 되고 자신의 젊어지려는 허망한 욕망은 자연히 상쇄될 것이다.

늙고 죽음에 너무 호들갑 떨 필요가 없고 미화시키지도 말며 예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도 현재가 되니까 지금 제대로 하느님의 뜻에 맞는 내적인 삶을 살면 죽음도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조용히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을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저자의 바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죽을 때 “하느님 감사합니다”하는 기도로 세상을 찬미하며 눈감을 수 있을 것이다.


[신심서적33권읽기] 1월 선정 도서

「주름을 지우지 마라」의 저자 이제민 신부

“영성은 늙음을 받아들이고 귀 기울여 향하는 데서 무르익죠”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1-01 [제2876호, 16면]


 ▲ 이제민 신부는 나이를 먹는 데에도 경지가 있다고 강조하며, 노년의 영성은 젊음 안에 잉태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이제민 신부의 책 「주름을 지우지 마라」는 ‘가톨릭독서문화운동-제2차 신심서적33권읽기’의 2014년 1월 선정도서다. 도서선정위원회는 「주름을 지우지 마라」가 나이 듦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그 자체가 하느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임을 드러내고 노년의 영성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제민 신부는 마산교구 소속으로 1980년 사제로 서품되었다. 1979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 1986년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기초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 가르쳤으며 여러 본당을 거쳐 현재 명례성지에 살면서 '녹는 소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 억새가 한창인 초겨울 낙동강 밀양 명례성지에서 저자를 만났다.



“‘구구팔팔이삼사(9988234)’, 아흔아홉 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 앓고 죽는다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른 셋의 나이로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 속에 처참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은 불행한 인생을 사신 걸까요?”

이제민 신부의 자전적 신학 에세이 「주름을 지우지 마라」(이제민 신부 저/239쪽/1만 원/바오로딸)는 누구나 병들고 죽기 마련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고 노년의 영성으로 초대한다.

한국사회는 이미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빙과 젊음을 상품화하며 늚음을 기피하도록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교회 공동체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목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들은 사목적 대상일 뿐 주체적인 활동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떤 이는 젊음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사는 기술, 치매에 걸리지 않고 노년을 즐기는 시술을 연마하는데 온 시간을 쏟습니다. 하지만 영성은 이런 잔기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늙음을 받아들이고 늙음에 귀 기울이며 늙음을 향하여 사는데서 무르익습니다.”

이제민 신부는 사회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힐링과 웰빙 광풍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던진다.

“우리에게는 ‘치유’라는 좋은 단어가 있습니다. 힐링과 웰빙이라는 단어는 상업성이 짙어 보일뿐더러 자기중심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눈치채야 합니다. 나만 치유되고 나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모습들 말입니다.”

이 신부는 예수님을 찾은 병자들의 예를 들어 “예수님을 찾아간 병자들은 ‘힐링’을 위해 찾아갔겠지만 예수님이 함께 기도해 주심은 단순히 육체적인 치유에 그치지 않았다”면서 “고통 중에도 하느님이 계신다는 ‘현존’을 알려주시는 예수님은 우리의 마음까지 치유해주신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 이제민 신부는 ‘나이를 먹는 데에도 경지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시간적인 경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노년의 영성은 나이를 초월하기에 천수를 누려도 얻지 못하는가 하면, 젊은 나이에 얻을 수도 있다”면서 “예수님이 이미 30세에 노년의 영성에 이르신 것처럼 ‘늚음은 젊은 안에 잉태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노인의 경지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신부는 “자녀들 역시 부모님의 인생에서 묻어난 것들을 인정하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년층을 대하는 젊은이들에게 ‘함께 있음’을 강조한다. 노인을 대우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가 ‘함께 있음’에서 사랑도 희생도 싹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 때에는 제때의 의미가 있으며, 제때에 충실할 때 아름답다.… 10대는 10대에 맞는 얼굴이 있고, 40대는 40대에, 80대는 80대에 맞는 얼굴이 있다. 늙음은 쇠함과 추함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완성시킨다.”


이도경 기자 (revolej@catimes.kr)

 http://www.catholictimes.org/view.aspx?AID=258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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