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파트리스 르꽁트|주연 다니엘 오떼유, 대니 분|코미디|프랑스|2007년 개봉

 

두 달에 한 번 회사에서 영화를 봅니다. 미디어영성교육팀 수녀님이 직원들을 위해 좋은 영화를 골라주시거든요. 이번에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 <마이 베스트 프렌드>를 봤지요.

골동품 딜러와 택시기사. 어울리는 조합인가요? 흠, 감이 오지 않습니다. 거만한 골동품 딜러와 박식한 택시기사. 그래도 감이 잡히지 않네요. 골동품을 다루며 부와 명성을 쌓아온 사람과 택시 핸들을 돌리며 TV 퀴즈쇼에 나가길 꿈꿔온 사람이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쉬이 고개가 끄덕여지질 않습니다. 직업, 빈부, 사회적 지위 같은 배경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의 잣대를 답습해온 듯해 묘한 죄책감이 듭니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힘입니다.

‘베스트 프렌드’라고 하면 누가 생각나나요. 꼽을 만한 사람은 있는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되물었답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누구?


학교 다닐 때는 ‘베프’니 ‘단짝’이니 하는 말을 참 많이 썼습니다. 애칭을 짓거나 교환일기를 쓰기도 했지요. 한편으로는 유치하다고 느꼈어요. 왜 이렇게까지 친한 사람을 만들어야 할까. 다른 사람과는 선을 긋듯이. 지금 쌓은 우정이 영원할까.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니 달라집니다. ‘베프’니 ‘단짝’이니 하는 말은 거의 쓰지 않아요. 교환일기를 주고받지도 않고요. 자주 보지 못하고 종종 연락하지 못하는 가운데 익숙한 얼굴들을 떠올립니다. 배경을 모른 채 서로에 대한 끌림과 친숙함만으로 사귀었던 친구들.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날들. 참 청량하고 순수한 우정이었습니다.

영화에는 중요한 소품이 나옵니다. 『일리아드』 등장인물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로스의 ‘피를 나눈 우정’ 전설이 새겨진 고대 그리스 도자기예요. 한 사람은 도자기에 집착하며 없던 친구를 만들려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친구에게 배신감 느껴 그 도자기를 부숴버리고요. 두 사람이 진짜 친구가 된 때는 도자기가 부서진 뒤입니다. 아집과 편견을 깨야 우정은 오히려 굳건해짐을 보여준 것일까요?


우정에도 나이가 있는지 모릅니다. 어렸을 적 내 모습과 지금 내 모습이 다르듯, 우정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양과 빛깔을 달리하겠지요. 어떤 관계는 성숙해질 것이고, 어떤 관계는 빛바래지기도 할 거예요.주인공들은 함께 퀴즈를 풉니다. 또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베스트 프렌드가 누구니 하는 물음이 무색해집니다. 친했던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자기중심’이란 더께를 걷어내고 뽀얀 얼굴로 말거는 상상을 합니다. 일하는 친구와는 일 이야기를, 결혼을 앞둔 친구와는 결혼준비 이야기를, 아기를 낳은 친구와는 아기 이야기를 하며 그저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집니다.

- 홍보팀 고은경 엘리사벳

*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감독 페이튼 리드|주연 짐 캐리, 주이 디샤넬|코미디, 드라마|미국|2008


 

여성센터에서 요리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한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과정을 배우고 자격증시험도 준비했습니다. 넉 달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네 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했지요. 빡빡하지만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 실습시간에 배운 품목은 ‘무생채’였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는 밥만 먹어온 저로선 무를 써는 것도, 무 껍질을 벗기는 것도 힘들었어요. 곱게 채를 써는 것도 가당찮았지요. 선생님은 제 옆을 지나치시며 “곱게, 더 곱게!”를 외치셨습니다. 같은 조에 있던 아주머니들은 얼마나 손놀림이 빨랐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손가락을 베어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어요. 피 몇 방울을 보니 별별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요리사가 될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지내던 때였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배우기에 좋은 때, 바삐 움직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질 때였지요. ‘요리를 계속 배울 것인가’란 질문에 결국 ‘예스’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요리를 배우는 과정은 ‘예스’를 이어가는 일이었어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수첩에 기록하고, 재료준비를 하고, 배운 대로 깎고 썰고 볶고 끓이고, 수강생 아주머니들이 “막내, 막내” 부르면 응대하고, 남은 재료들로 부친 부침개를 먹고, 집에 와서 배운 것을 연습하고, 조리기능사 시험을 보고, 스스로가 실업자란 현실을 넘어서고, 삶을 새로이 가꾸어나갈 에너지를 얻고… 순간순간 ‘예스’ 하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들이었겠지요.

영화 <예스맨>을 보며 요리 배우던 때를 떠올렸답니다. ‘예스’를 통해 삶을 긍정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요리를 즐기며 삶을 깨쳤던 저의 모습과 비슷했거든요.


아내와 이혼하고 무료하게 살아가는 대출회사 상담원 칼(짐 캐리)은 ‘예스’보다 ‘아니오’를 잘합니다. 그러나 친구의 권유로 <인생 역전 자립 프로그램-YES MAN>에 참여하면서 인생이 바뀌지요. 모든 일에 ‘예스’라고 답하면서 새로운 일들에 도전합니다. 경비행기를 조종하고, 한국말을 배우고, 대출 신청 서류를 무조건 승인하고, 온라인 데이트로 이란 여성을 만나고, 톡톡 튀는 밴드 보컬과 사랑에 빠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무조건 ‘예스’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도 알게 됩니다. ‘노’라고 해야 할 때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함을 터득하지요.

‘예스’는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줍니다. 그 가운데 있는 ‘노’가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즐거운 삶, 긍지 가득한 삶에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합니다. 요리 학원을 다니는 동안 처음 접한 일들에 ‘예스’를 남발했던 저를 기억합니다. 우왕좌왕하면서도 차츰 능숙해지고, 끝내 시험에 붙었던 모습을 생각합니다. 백수, 룸펜이라는 지칭에 기꺼이 ‘노’ 했던 마음을 되짚으면 웃음이 납니다.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마음껏 웃고 싶은 분들, ‘예스’와 ‘노’를 지혜롭게 쓰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드립니다.


- 홍보팀 고은경 엘리사벳

*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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