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날 때

주님, 당신의 온유한 손을 제 가슴에 얹어주소서.
제 화가 가라앉으리다.
주님, 당신 음성을 들려주소서.
거칠어진 제 목소리가 낮아지리다.
주님, 당신 얼굴을 보여주소서.
그늘진 제 낯빛이 편안해지리다.
주님, 당신 마음을 열어주소서.
어두웠던 제 마음이 다시 환해지리다.
당신 안에서 제가 다시 세상을 따뜻하게 안으리다.
저를 다스리소서.
_ 한상봉,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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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많으신 주님,
아이들을 당신께 맡기오니
이 아이들이 당신 그늘 아래서 쉬고
맘껏 뛰놀며 행복하게 하소서.
아이들의 얼굴에서 햇살이 부서지고
아이들의 걸음에서 신명이 돋게 하소서.
때로 넘어지고
무릎에 상처가 나더라도
이내 아물어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기쁜 낯으로 반기게 하소서.
_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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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서도 그때 외로우셨나요?
집집마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사람들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당신도 외롭고 쓸쓸하셨나요?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 많지만
정작 나를 사랑해 줄 그 한 사람 그리웠나요?
모든 이해관계를 넘어 사심 없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줄 그 한 사람 기다리셨나요?
세상을 위해 다 내어 주고도 외롭게 서 계셨을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께 가려 합니다.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그 한 사람 발견하려 합니다.
제 손을 이끌어 주시고 받아주소서,
나의 주님.
_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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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제 부족한 사랑을 탓하소서.
제 입술이 저를 부끄럽게 하나이다.
허튼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나이다.
제 손이 저를 감추려 하나이다.
자비를 구하는 사람을 못 본 체 무시하고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았나이다.
제 귀가 저를 먹먹하게 내버려 두나이다.
애절하게 하소연하는 사람들의 말을
두 귀 꼭 막고 듣지 않았나이다.
제 어깨가 마음을 누르나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거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님, 제게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인 사랑을 심어주소서.
그래서 후회 없이 사랑하게 하소서.
당신의 입술이 되고 손이 되고 귀가 되고 어깨가 되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_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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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사랑으로 가르치시는 주님,
당신 숨결을 따라 아이들이 숨쉬게 하시고
당신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집에서 평화롭게 하시고
학교에서 편안하게 하소서.
배우고 익히는 데 지치지 않게 하시고
착하고 반듯하게 살아가도록
도우시고 이끌어 주소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정겨운 우정을 나누게 하시고
서로서로 행복하게 하소서.
_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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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사랑으로 다스리시는 주님,
당신 사랑을 나누어 가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작은 일에 애틋하고 큰일에 대범하며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할 줄 아는
그런 사랑의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가정에 충실하고 세상에 내어 줄 연민이 많은 사람,
책임감이 있으면서 유연한 사람,
착하지만 어리석지 않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집에서나 거리에서나 들길에서나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
푸른 하늘과 푸른 산에 오르고
강물처럼 언제라도 지치지 않는
사랑을 함께 나누며 노래 부를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나
영원한 사랑을 이루게 도우소서.
당신께 나아가게 하소서.
_ 한상봉,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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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주님,
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뒷모습뿐입니다.
저희를 위해 당신 자신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평생을 부지런히 일해 오신 아버지.
그 아버지의 허전한 어깨를
저희 사랑으로 채우게 하소서.
아버지의 아픔을 사랑하고
주름살을 헤아리며
한숨마저 아름답게 듣게 하소서.
저희가 아버지의 자랑이 되고
보람이 되게 하소서.
아버지에게 건강을 허락하시고
저희와 더불어 복을 누리게 하소서.
_ 한상봉,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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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서도 그때 외로우셨나요?

집집마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사람들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당신도 외롭고 쓸쓸하셨나요?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 많지만

정작 나를 사랑해 줄 

그 한 사람 그리웠나요?

모든 이해관계를 넘어 사심 없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 줄 

그 한 사람 기다리셨나요?

세상을 위해 다 내어 주고도

외롭게 서 계셨을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께 가려 합니다.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그 한 사람 발견하려 합니다.

제 손을 이끌어 주시고 받아주소서, 나의 주님.

_한상봉, 「생활 속에서 드리는 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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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자비' 실천하는 풀타임 그리스도인교황 첫 강론집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출간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10월 2일 일반알현에서 신자들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하느님의 성성에

물들도록 우리 자신을 내맡깁시다”라고 권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화의 소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어 “성성은 어떤 특별한 일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활동하시도록 모든 것을 맡기는 데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친절하게도 성성(거룩함)이란 “우리의 나약함과 하느님 은총의 힘이 만나는 데 있다”고

함으로써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고,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리고 이 거룩함의 길은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그리고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해 자애를 실천하고 모든 일을

기쁨과 겸손으로 행할 수 있도록 이끄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신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일러주었다.

   

▲ 성 크리소스토모는 평신도들이 '지옥만 면하면 된다'는 식의 신앙을 갖지 말라고 이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화의 소명을 가진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화의 소명 받아
교황의 강론, 한국교회에 지침 주고... 
한국사회에 방향타 제공할 것

토마스 머튼은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죄를 거부하고 자신을 아무런 타협 없이

그리스도께 봉헌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소명을 완수하고, 자신의 영혼을 구하며, 하느님의 신비

안에 들어가 자신을 완전히 ‘그리스도의 빛 안에 잠기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였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젊은 시절 사막으로 가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훗날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거룩함으로 부르심 받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부와 수사와 수녀들은 완전함을 향해 성숙해야 하고 진전을 보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평신도들은 은총의 상태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성직자들의 옷자락에 매달리거나

홀로 ‘완전함’에 불린 전문가들에게 이끌려 천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소스토모는 평신도들이 ‘지옥만 면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판하며 “나무는 단지 살아있기만

해서는 안 되며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성인’이 될 것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인물이다. 개별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하다면,

당연히 교회 역시 성인됨을 준비하는 학교이며 근거지가 되어야 하고, 스스로 정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聖)교회’라는 말이 제 몸을 찾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하느님 안에 잠기고 성화되어, 이 세상을 복음화시키는 근거가 되기 위해

청사진을 제시한 교황이 바로 프란치스코다. 이탈리아 출판인 줄리아노 비지니가 엮은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바오로딸, 2014)은 이 교황이 착좌 미사부터 수요일 일반 알현,

평화를 위한 기도 모임, 아파레시다 대성당에서 봉헌하신 미사 등 다양한 기회에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구성원들에게 “부탁하고 하소연한 39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는 “이 책은 오늘의 한국교회에 분명한 지침이 되고,

세상 어느 곳보다 세계화에 내몰려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도 방향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했다.

“이 시대 한국이라는 땅에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자문하도록 우리를

재촉하고 일깨운다”고 했다. 여기서 교황의 초대는 단순하다. “복음의 기쁨에 젖어 주님과 함께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곳으로 나가라는 초대”다.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귀를 막으며 내 안에, 교회 울타리 안에 들어앉아 있기보다는 다치고 깨질

위험을 감수하면서 세상을 향해 나갈 때만이 교회의 진정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고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감으로 가득한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어느새 새로운 희망,

새로운 용기가 솟는 것 같아 마음이 흥분됩니다.”

교회의 가난한 어부들, 
하느님의 깊은 물속에 ‘자비’의 그물 던져라


   

▲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줄리아노

비지니 엮음, 바오로딸, 2014

밀라노 가톨릭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기도 하는 편집자 줄리아노 비지니는 “교황은 사도좌에서 직무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말과 행동과 확고한 결정을 통해 교황으로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편교회에 대한 전망과 의지가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내셨다”고 말한다. 특히 2013년 11월 24일 발표한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은 교황 자신과 교회가 걸어야 할 길을 총체적으로 제시한 ‘대헌장’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가 언제나 더 순수하고 충실하게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교회의 부족함도 알고 있다고 줄리아노 비지니는 말한다. 

“교회의 가난한 어부들이 부서지기 쉬운 배와 낡은 그물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며, 갖은 노고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거두지 못하는 때가 많다는 것을 교황님은 잘 알고 계십니다. ... 그러나 교회의 힘은 인간적 능력이나 인간적 수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깊은 물속’에 숨겨져 있으며, 교회는 그 속에 그물을 던지라고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십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물을 던져야 하는가’인데, 그 방법을 교황은 이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하느님의 자비’라고 말한다. 교황이 거듭 지향하는 교회의 모습은 ‘자비의 집’이다.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비를 느끼거나 스스로를 포기하는 일 없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조명된 충만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언제나 당신의 교회 안에 현존하시며, 이 분을 만나는 이들은 신앙의 기본원리뿐 아니라

용서와 화해, 형제애와 사랑의 필요성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는 증인으로서 용서와 화해, 형제애와 사랑을 실천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탁상공론 하는 파트타임 신앙에서 풀타임 그리스도인으로 가야..
교황의 기본노선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

교황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거룩함으로 나아갈 소명’을 일깨우는데, 이는 복음을 듣고, 선포하고

증거하는 단계를 밟아간다. 여기서 그리스도인들은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투신해야 한다.

‘풀타임 그리스도인’은 “제 자리에 앉아 자신의 신앙을 반추하거나 탁상에서 그 신앙을 두고 토론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 밖으로 나가서 용기 있게 자신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 모든 사람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교황이 말하는 ‘복음화’는

교회의 ‘바깥’을 향해 있다.

바깥을 향하면서, 그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을 돌보려는 태도가 ‘복음화의 길’이다.

교회는 일차적으로 가난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이들이 사목적‧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난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당신의 삶에서, 그리고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시면서 그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내어주셨기 때문”이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가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가난한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며,

가난한 이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내주신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그래서 교황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기본노선으로 삼았다.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들과 공고히 연대하셨을 뿐 아니라 그들이 지닌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해 주고 정의를

실현하셨으며 참된 의미의 ‘인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앞장섰다”고

믿는다. 교회는 당연히 그분의 제자로서 그 노선을 따라야 한다는 게 교황의 확신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권력과 돈, 출세주의, 이기주의, 무관심, 그리고 ‘세속의 영’이라고 표현되는

우상들을 허물어버리고 스스로 정화되어야 한다. ‘자신을 향한 복음화’를 감행할 수 있는 교회는

살아있는 교회다. 교황이 가장 우려하는 현실이 ‘생기 없고 졸린 듯한 신앙’이다. 교황은 오히려

“예상치 않게 맞닥뜨릴 수 있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복음 안에서 기쁘게 세상의 도전에 맞서는

신앙”을 요청한다. 그래야 교회는 거듭 활기찬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2013년 9월 25일 일반 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말은 여전히 우리에게 도전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자문해 봅시다. 이 세상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고통 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무관심한가, 아니면 가족 가운데 하나가 고통 받는 것처럼 느끼는가?”

교황은 이런 질문도 던진다. “나는 내가 속한 단체를 위해, 내 조국을 위해, 내 친구들을 위해 교회를

사유화하는 사람은 아닌가?” 하고 묻고는, “이처럼 이기주의와 신앙의 부족으로 ‘사유화된 교회’를

바라보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26

예수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다
[2012년 여름 지금여기가 추천하는 책-한상봉]
2012년 07월 12일 (목) 10:42:53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사방에서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속출하고 염려가 염려를 낳고, 우려가 한숨을 자아낸다. 그러면 우리 마음 안에는 자연스럽게 흐르던 강물을 헤집어 놓고 흙탕물을 튀겨 물길을 알 수 없게 만들어놓은 곳은 없을까. 겉보기에 산뜻한, 그러나 안으로 곪아터진 구석은 없을까. 탐욕이 앞서가며 연민을 접어두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우리 교회는? 교계 제도와 교회법 테두리에서 반듯한 질서를 호소하며 성령의 흐름을 가로막는 ‘성직주의’, 그리고 만사를 교회 안에 제한하는 ‘비닐하우스 신앙’이 신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는가, 한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마당에 가뭄과 폭우로 이어지는 2012년 여름을 ‘독서’의 힘을 빌어 신앙 업데이트 기회로 삼아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일단 늘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아직 읽어 내지 못한, 그러나 한번 읽고 마음을 비추어 볼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책에서는 피에르 신부, 도종환, 캐틀린 노리스, 빈센트 반 고흐, 이현주, 제프리 로빈슨, 시몬 베유 등 실천적이면서 성찰적인 인물들이 호명된다. 예수에게 길을 물었던 사람들이다. 이제 이 사람들에게 다시 우리의 길을 물어볼 차례다. 내 삶이 충분히 복음적인지, 예수의 제자가 되기에 충분히 아파했는지, 세상과 교회를 향해 하느님의 자비를 마땅히 설파했는지.

책에 대한 소개는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초로 했으며, 책 본문 몇 대목과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였다. 미리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몰려올 만한 기쁨을 예감한다.

 

<성인 지옥에 가다>, 질베르 세스브롱, 남궁연 역, 바오로딸, 2012 (소설)

   

성인이 지옥에 가다니! 제목 자체가 충격적이다. 사실은 프랑스 노동사제의 이야기다. 광산촌 출신 노동사제가 가난한 마을 ‘사니’에 들어가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함께 고통을 겪으면서도 하느님 사랑 안에서 희망을 건져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1950년대 프랑스 교회는 산업사회의 발달과 함께 대두된 사회 문제 앞에서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자각하고, 빈민층과 노동자들의 복음화를 위해 비그리스도교적 환경에 복음의 ‘누룩’을 심는 방향으로 선교를 전환한다. 프랑스 교회는 이에 소명을 느끼는 사제를 양성해 사제가 없는 빈민지역이나 공단지역으로 파견한다.

이 책의 주인공 피에르 신부는 프랑스 파리 교외 공장지대에 가서 스스로 공장 노동자가 되어 살면서 산업사회가 낳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을 숨김없이 증언한다. 밤마다 어린 아들을 때리는 주정뱅이 마르셀, 경찰의 앞잡이 북아프리카인 아흐메드, 창녀 쉬잔 같은 생활에 지친 군상이 바로 피에르 신부를 둘러싼 이웃이다. 이런 환경에서 피에르 신부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며 따뜻한 사랑과 헌신으로 헤쳐 나간다. 이따금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좌절할 때도 있지만, 복음의 진정한 창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사제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 교회도 국내 노동사목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사목, 해외사목까지 광범위한 사목을 펼쳐가는 시점에서 여기 나오는 초창기 노동사제의 열정과 고난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은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단 한 마리의 가엾은 양도 잃지 않기를….” 등장인물, 파리대교구 추기경의 유언입니다. 고인이 되신 우리의 아버지 김수환 추기경이 생각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를 살리는 힘은 가난한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필치로 심오한 복음의 진리를 전할 수 있는지 놀랍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좋은 피정을 한 듯한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서춘배 신부 추천사)

이 책을 지은 질베르 세스브롱은 가톨릭 운동과 인연을 맺고 청소년 범죄 문제를 다룬 <굴레 벗은 개들>, 이혼 부부의 자녀 문제를 다룬 <우리가 죽이는 모차르트>, 장애인의 문제를 다룬 <나도 역시 그들을 사랑했소> 등을 지었다.

 

<해인으로 가는 길>, 도종환 시집, 문학동네, 2006 (시집)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도종환 시인이 <슬픔의 뿌리> 이후 4년 만에 펴낸 아홉 번째 시집이다. 2004년 지병으로 교단을 떠난 시인이 보은 법주리 산방에 머물며 쓴 시편들을 엮었다. 깊은 산중에 집을 짓고 홀로 텃밭을 가꾸는 동안, 시인이 일구어 온 시간과 고즈넉한 마음의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병들었던 시인의 심신은 자연 속에서 천천히 아물어 갔다. 허욕과 집착을 비우고 고통과 아픔을 삶의 축복으로 치환하는 긍정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삶과 시는 눈에 띄게 단순해지고 그러면서도 더욱 꼿꼿해졌다.

수록된 60여 편의 시는 '아름다운가게'의 홈페이지, '시인의 선물'이라는 칼럼란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의 인세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되어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다.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종환 시인은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상했다. 2009년 시 ‘바이올린 켜는 여자’로 제22회 정지용 문학상을 탔다. 시집에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산문집에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등이 있다. 지금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다.

 

<수도원 산책>, 캐틀린 노리스, 강창헌 역, 생활성서사, 2004 (산문)

   

이 책은 개신교 배경을 갖고 있는 저자가 미네소타 주에 있는 베네딕도회 성 요한 수도원에 거주하면서 수도 생활에 대한 일흔다섯 편의 다양한 고찰과 묵상을 담은 수필집이다. 이 책은 수도원 전례의 리듬을 따라서 얻은 베네딕도 수도원의 영성을 살피고 있다. 전례력에 따른 시편을 비롯해 성서를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이른바 ‘거룩한 독서’의 은총을 증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기의 삶과 연결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수많은 성인, 사상가,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말과 글, 이야기들을 선사하고 있어 천천히 읽으면 그 자체로 '거룩한 독서'가 된다.

“위령의 날 분위기는 침울하다. 죽은 사람들을 위해 성무일도를 바치고 자비를 간청한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그리고 비신자들’을 덧붙이거나, 성찬 기도문에 나오는 것처럼 ‘오직 당신만이 아시는 신앙을 지닌 사람들’과 혼란스럽고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을 첨가한다.”

이 글을 지은 캐틀린 노리스는 미국의 시인이며 작가, 베네딕도회의 봉헌자로서 노스 다코타 주의 '성모 승천 수도원'과 미네소타 주 '성 요한 수도원'에서 머물면서 얻은 영적 통찰을 이 책에 담았다.

 

<하느님의 구두>, 클리프 에드워즈, 최문희 역, 솔, 2007 (예술+신학)

   

빈센트 반 고흐가 자기만의 하느님과 영성을 깨달아가는 여정에 초점을 맞추어 쓴 평전이다. 주변의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자신의 영적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비근한 삶을 그림 속에 투사시켰던 고흐. 그가 편지와 그림을 통해 제시하는 영적 인간상을 꼼꼼하게 읽어 냈다.

고흐가 하느님이라 불렀던 것은 건강하고 인간적이며 강렬하고 솔직한 사랑과 우정, 노동이 존재하는 이 세상 위로 펼쳐진 별빛 비치는 커다란 둥근 하늘이었다. 지은이는 고흐가 남긴 회화 작품과 편지글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고흐의 영성이 어떤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실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내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그의 그림을 통해 확인한다.

여기서 고흐의 눈은 항상 ‘일상의 거룩함’으로 열려 있다. 고흐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우리를 세속 세계의 인간적 한계 너머로 끌어 올려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예술적 길로 안내한다. 우리는 고흐의 그림을 주의 깊게 명상하면서 우리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고흐의 고독한 투쟁과 나의 고뇌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했으며, 그가 상처 입은 치유자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전에 내가 감히 바라보지 못했던 것을 그렸고, 내가 감히 입 밖에 꺼낼 수 없었던 것에 물음을 던졌으며, 내가 감히 근접할 수 없었던 마음의 자리에 성큼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나로 하여금 나의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내가 사랑이신 하느님을 찾기 위해 더욱 깊이 또 더욱 멀리 나아갈 수 있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헨리 나웬)

고흐의 도록에 헨리 나웬이 남긴 메모를 기초로 이 책을 지은 클리프 에드워즈는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종교역사와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와 스위스 뉴샤텔대학교, 예루살렘 히브리 유니언대학교에서 성경 및 고고학을 공부하고, 일본의 선 사찰인 대덕사에서도 공부했다. 그는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에서 3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며 현재 이 대학의 종교예술학과 교수다. 저서로는 <신자의 삶과 행위>, <하늘 아래 모든 것>, <고흐와 하느님>이 있다.

 

<예수에게 도를 묻다>, 이현주, 삼인, 2005 (묵상 대담집)

   

작가이자 번역가인 저자 이현주 목사가 마르코 복음서를 한 구절 한 구절 풀어 읽은 기록이다. 책에서 예수는 '선생님'으로 등장하여 제자인 저자와 직접 대화를 나눈다. 주석서이면서 스승과 제자의 문답집이기도 한 셈이다. 동서양의 종교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복음서의 뜻과 기독교의 개념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네가 애써서 요한처럼 먹고 요한처럼 입는다 해도 네 마음이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결국 자신과 세상을 속이는 것일 뿐이다. 요한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나에 눈길을 머물지 말고, 그가 그렇게 해서 누렸던 자유를 보고 그것을 배우도록 하여라.”

많은 이들이 이현주 목사를 이 시대의 멘토로, 영성가로 꼽는다. 글이 모이면 책을 내고, 부르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다. 그동안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 <지금도 쓸쓸하냐>, <예수의 죽음>, <길에서 주운 생각들>, <장자 산책>, <대학 중용 읽기> 등을 썼다. 그밖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예언자들>, <어둠 속에 갇힌 불꽃> 등을 번역했다. <바보 온달>,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등의 동화를 쓰기도 했다.

 

<성 권력 교회>, 제프리 로빈슨, 최문희 역, 2011 (신학 에세이)

   

적지 않은 사제와 수도자들에 의해 자행된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과 그러한 추행을 은폐하려는 바티칸 당국의 시도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불미스런 추문 가운데 하나다. 1994년 호주 주교들의 논의에 따라 성추행 사건에 대응하는 소임에 임명된 저자는, 그로부터 9년간 추문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사건의 본질을 목격하며 환멸을 느낀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관리’하려 드는 모습에, 조용히 입 다물고 문제가 사라지기만을 바라는 모습에 고뇌한다. 그리고 마침내 성과 권력을 다루는 교회 태도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절실히 느꼈다.

“완전하고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종교적 믿음은 삶에 의미를 형성하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종교적 믿음은 삶의 큰 문제들에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해답은 사랑을 토대로 한다. 우리는 사랑에서 왔고, 사랑할 것이며, 사랑은 이 세상에 우리가 현존하는 목적이자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한 종교적 믿음을 직접 상징하는 이들에 의한 성추행은, 그 종교가 지금까지 제시해 온 대답들을 무너뜨린다.”(제프리 로빈슨)

제프리 로빈슨은 호주 시드니 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호주와 로마에서 철학과 신학, 교회법을 전공했다. 1984년 시드니 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되었으나 2004년 사임하면서 <성과 권력 교회>라는 책을 발간했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 박진희 역, 리즈앤북, 2012 (평전+철학)

   

예전에 <불꽃의 여자 시몬느 베이유>라는 책으로 유명해 졌던 시몬 베유의 삶과 사상을 읽을 수 있는 모음집이다. 우리 시대에 다시 시몬 베유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녀의 삶과 이상이 오직 하나의 길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몬 베유는 모든 지성인들이 저지를 수 있는 습관적 오류에 빠져들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생각을 위한 생각, 지성을 위한 지성에 몰입하지 않았다. 시몬 베유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 때 스스로의 의지를 완성시켰다. 괴팍하다 할 만큼 고집스러운 시몬 베유의 삶의 자세를 들여다보며 우리는 느슨한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는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 시몬 베유의 저작 <중력과 은총>, <뿌리박기>, <신을 기다리며>와 여섯 통의 편지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몬 베유의 삶과 현실>에서는 T. S. 엘리엇과 체슬라브 밀로스의 글을 통해 시몬 베유의 짧은 생애를 이해해 보고자 했고, 지인들과 부모에게 보내는 시몬 베유의 편지들을 통해 그녀가 겪었던 현실의 순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2부 <시몬 베유의 작품과 이상>에서는 시몬 베유의 사후에 발표된 여러 글들을 편집하여 실음으로써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글로 표현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상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다.

오직 신만이, 진정한 신만이, 우주가 온 무게로 우리를 짓누를 때 균형을 이루는 추가 될 수 있다. 거짓의 신은 설사 참된 신의 이름으로 일컬어진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악은 한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무한하다. 물질, 공간, 시간. 오직 참된 무한만이 이런 무한을 이길 수 있다. 십자가는 저울이며, 그 위에서 연약하고 가벼운 육체―바로 신이다―가 온 세상의 무게를 들어 올린다.
'나에게 지렛목을 주시오. 이 세상을 들어 올리겠소.'(아르키메데스)

십자가가 바로 이 지렛목이다. 다른 것으로는 안 된다. 세상을 들어 올리는 지렛목은 세상이 아닌 것과 세상의 교차점이어야 한다. 십자가가 바로 그 교차점이다.(시몬 베유)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철학자.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져 공장과 농장의 임금 노동자로 취업했고, 스페인 내란에도 참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와 합류하고자 귀국을 시도하던 중 런던에서 죽었다. 그녀는 유대인이었지만 가톨릭 영성에 심취한 신비가였으며, 평생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고통으로 아파했다. 그래서 독일 여성신학자인 도로테 죌레는 시몬 베유를 ‘우리 시대의 성인’이라고 부른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원문 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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