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슈바르츠 지음, 현대일 옮김,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바오로딸, 2012


선물로 받은 희망

얼마 전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있었다. 맥이 풀리면서 많이 힘들었다. 그것이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고통받는 어떤 이를 위해 그 고통을 좀 덜어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바친 기도였기에 깊은 무력감마저 들었다.

주님은 어디 계신 걸까? 수많은 고통과 불의, 부조리 앞에서 왜 침묵하시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또다시 부딪혔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기에 기도나 바람이 내 뜻과 다르게 이루어져도 감사드려야 한다고 말해 왔었다. 그러나 이 말을 실천하는 것도 주님의 은총이 아니면 안 됨을 인정해야 했다.

이런 지친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토빗이 내 앞에 있는 듯 그의 내면과 만나게 되었다.

주님의 뜻을 한평생 따르며, 어떤 시련과 위협 속에서도 가난하고 핍박받는 동족을 아끼고 사랑함을 멈추지 않았던 토빗! 그는 끝내 눈까지 멀게 된 상황 앞에서도 주님께 대한 믿음을 지켜 나갔다.

눈이 멀어도 삶이 축제일 수 있음을 토빗은 묵묵히 말해 주었다.

“우리 질문에 응답하지 않으시지만 그분은 우리 곁에 계시고, 함께 질문하십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그런 어두운 삶의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성 금요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축제의 날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의 날입니다.

그럼에도 성 금요일은 축제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삶의 가장 깊은 심연까지, 가장 어두운 곳까지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내려오시어’ 모든 것을 감수하신 그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에 읽는 토빗 이야기, 186쪽)

그렇다. 내가 믿는 주님은 저 위 하늘에서 나의 고통을 그저 내려다보시는 분이 아니셨다. 내 바로 곁에서 아니 내 안에서 나의 고통을 안고 계셨다. 그분이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기에 나도 이미 부활한 것이었다.

내게 더 이상 죽음은 없다. 내 안의 그분이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건 내 삶은 이미 축제인 것이다. 그분이 내 안에서 기쁘게 십자가를 지시기에 나도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벗을 위해 죽는 삶, 그런 복된 부활의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빗이 간직했던 희망이 내게도 선물처럼 찾아오고 있다.

- 주민학 벨라뎃다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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