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산나 글, 전정화 그림, 『예수님, 제 기도를 꼭 들어주세요』, 바오로딸, 2011

내 친구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

“하느님, 맨드라미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하느님을 처음 느끼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깨알보다 작은 맨드라미를 심었는데 상상할 수 없이 큰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기적으로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도 이것은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고 그 깨알 같은 맨드라미 씨앗 뒤에는 어떤 큰 분의 힘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분을 ‘하느님’으로 불렀다.

어린 시절 제일 무서운 것이 밤에 화장실 가는 일이었다. 그 당시는 화장실이 실내가 아닌 마당 한편에 있어서 ‘귀신 이야기’ 등과 중첩되어 그렇게 무서웠던 것이다. 그때마다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하느님을 계속 부르며 하느님과 대화를 나눴던 것이 추억으로 다가온다. 하느님과는 못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렇게 하느님은 내 든든한 백(?)이요 가장 친근한 벗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는 고2가 되어서야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았다. 성당에 나가지도 않았고 부모님도 불교 신자이셨던 내가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하느님을 친근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큰 은총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드셨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함부로 해서 지구가 아파요…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고 병들지 않도록 지키게 해 주세요…” (예수님, 제 기도를 꼭 들어주세요, 34쪽)

내 어린 시절 하느님과 나눴던 많은 이야기들을 다시 보는 것과 같은 책 [예수님, 제 기도를 꼭 들어주세요]를 보면서 나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이 책을 쓰신 ‘고 수산나’ 선생님도 나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신 것은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며 단숨에 책을 읽었다. 어린이들에게 자신과 가족, 친구, 자연을 위해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참 고운 책이었다.

“예수님, 세상에는 불쌍한 친구가 참 많아요, 배고픈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더 이상 매 맞는 아이들이 없게 해주세요…” (같은 책, 35쪽)

눈물이 핑 도는 기도였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고통 받는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였다. 이 기도책이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많이 읽혀져서 모두가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그래서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고 환해지기를 기도한다.

- 주민학 벨라뎃다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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