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국 글, 장준 그림, 『동글동네 모돌이』, 바오로딸, 2012
세상에서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자전거를 타는 거다. 초등학교 때 도전을 했다가 넘어지는 것이 무서워 포기했다. 그 뒤 또 한 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연습용으로 빌려 탄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정말 큰일 날 뻔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자전거가 타고 싶다. 바람이 속삭이거나 마음이 멀리 날아가고 싶은 날은 더욱.
성은 금, 이름은 모돌! 모돌이는 자전거를 아주 잘 탄다. 모세 수사님과 할아버지 수사님을 만나러 수도원에 갈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화가 나거나 슬플 때, 외롭거나 그리울 때도 모돌이는 자전거를 탄다. 바람도 빛도 햇살도 호수의 잔물결과 나뭇잎도 모돌이의 페달에 맞춰 함께 달린다. 그 순간 엄마와 누나에 대한 그리움, 친구를 향한 원망,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빨간 불씨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 모돌이의 별이 되고 모돌이의 우주가 된다.
“희망이란 결국엔 모든 것이, 모든 진리가 다 환하게 밝혀지리라는 거야.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문제의 속을 정면으로 보는 것. 그러면 우리는 알게 될 거야. 모돌이 엄마는 누구인지, 모돌이는 누구인지…. 우리는 서로서로에게 무엇이며, 이 목숨과 저 목숨 사이의 끈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왜 상하고 끊기고 사라지는지….” (210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모돌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내 별이 되었듯이, 그들이 겪고 있는 모든 것도 후에 참으로 반짝이는 그들만의 별이 될 것을 믿으면서…. 봄이다. 이제 저 우주 어느 곳에선가 녹색 바람이 불면 땅은 푸른 잎을 내고 올망졸망 꽃들이 피어날 거다. 모돌이의 자전거도 동글동네를 더 힘차게 달릴 거다.
(하늘마음 1502호, 2012. 3. 18.)
- 유 글라라 수녀
* 유 글라라 수녀님 블로그 '바람 좋은 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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