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후고 신부님께서 바오로딸의 다시 읽고 싶은 명작01 「천국의 열쇠」를 읽고 감상평을 남겨주셨습니다.
열 여섯 살 성소를 고민하던 시절에 이 책을 읽고 치점 신부처럼 살고픈 바람을 지금까지 마음에 품고 있다는 신부님의 꿈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박정우 신부님의 꿈을 응원합니다.
가톨릭 소설의 영원한 고전, 스코틀랜드의 의사 출신 작가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를 40년 만에 다시 읽었다. 한창 사제 성소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 16살의 어느 날인가 이 책을 잡았다가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밤을 새워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50대 중반을 넘긴 현재의 나에게도 똑같은 감동을 선사했다.
<천국의 열쇠>는 1941년 출판된 이후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1944년 미국에서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 1972년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고 고우영 화백이 그린 “둥근 찌그렁”이란 제목의 만화로도 교회 신문에 연재된 적이 있다.
부모를 사고로 잃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후 우여곡절 끝에 사제가 된 주인공 프랜시스 치점 신부(과거 번역본에 나온 치셤 신부가 더 친근하다)는 편법이나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강직한 성격으로 자주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종교, 사회적 지위, 인종 등에 대한 편견이 없는 보편적인 인간애와 지극히 이타적인 사랑의 마음을 지닌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가 선교사로 중국에 파견되어 겪은 35년간의 이야기는 “참된 믿음과 구원이란 무엇인가” “참된 삶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생생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특히 그가 친구인 자신을 돕기 위해 중국까지 와서 페스트와 싸우다 병에 걸려 죽게 된 무신론자이며 자유주의자인 의사 탈록과의 마지막 대화는 정말 인상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죽어가면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는 친구에게 치점 신부는 그런 건 상관없다며 대신 “하느님 쪽에서 자네를 믿고 있네”라고 말한다. 얼마나 지혜로운 답인가!
“속일 건 없어.... 난 회개를 하지 않았네”
“인간의 괴로움은 모두 회개의 행위이네”
탈록은 자신을 회개시켜서 천국에 보내려고 들볶지 않는 친구가 더 좋아졌다고 농담하지만 치점 신부는 자기 목숨을 다해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던 이 친구가 “천국의 열쇠”를 이미 받았다고 믿고 있었다. 이 소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공식화된 “익명의 그리스도인” 사상을 이미 20년 앞당겨 보여주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나도 이런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던 것도 그렇고 내가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은 치점 신부와 대조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친구 밀러 신부(주교)의 삶을 무의식 중에 거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학생 때부터 면담 때마다 교수나 학자가 되기 위한 유학은 가고 싶지 않고 소박한 사목자로 살고 싶다고 여러 번 말씀 드렸었고 (비록 유학은 다녀왔지만) 여전히 나의 꿈은 밀러 주교와 같은 화려한 엘리트의 삶이 아니라 중국에서 가난한 신자들과 동고동락했던 치점 신부와 같은 따뜻한 사목자의 삶이다.
그런데 우리 부서의 30대 여직원들이 이 소설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 시대에는 가톨릭 청년들의 필독서였는데...청소년기 내 가슴에 불길을 일으키고 사제의 길을 선택하는데 일조했던 이 소설이 다음 세대에도 계속 널리 전해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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