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신 하느님은... 사람들
이 서로 미워하고 서로 죽이는 전쟁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독자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는 KBS 김학순 PD의 「전쟁과 사랑」에 대한 감상입니다.
<전쟁과 사랑>을 읽고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엔도 슈사쿠의 <전쟁과 사랑>이라는 소설의 주제에 해당하는 이 말은 폴란드인 콜베 신부가 사치코에게 준 성화에 있는 말씀입니다.
나가사키라는 특정한 지역에 관련된 인물들로 구성된 소설은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온갖 인물 군상들이 살아가며 고뇌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치코라는 한 소녀가 성장하면서 사랑을 알게 되고 전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살아남아 사랑을 기억하는 소설이죠.
책 읽는 시간 내내 나는 슈헤이가 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을 읽는 재미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누구는 사치코가 될 수도 있고 누구는 콜베, 누구는 헨리크, 누구는 슈헤이 등.
슈헤이는 자기가 곧 전장에 투입될 것을 알고 있죠. 신앙인으로서 그의 고뇌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은...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서로 죽이는 전쟁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답을 찾지 못한 채로 그는 가미가제 특공대로 출전하여 죽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누구나 이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아야하겠지요.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섬세한 느낌을 엔도 슈사쿠는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포착하고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콜베 신부가 자기 목숨을 타인을 위하여 바치는 장면은 일반인으로서는 하기 힘든 숭고한 사랑이지만 거기에서 머물렀다면 별다른 느낌이 없을 텐데 나중에 헨리크가 콜베 신부의 사랑을 이해하게 되고 또다시 그가 타인을 위해 베푸는 사랑은 엔도 슈사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헨리크) 신부님, 전 천국은 믿지 않지만, 지옥은 믿습니다. 이 수용소가 바로 지옥이에요. (콜베) 여긴 아직 지옥이 아니요, 지옥이란, 헨리크! 사랑이 완전히 없어진 곳이에요. 그러나 여기엔 아직 사랑이 남아 있소.”
사랑이 있어야 천국이라는 말.
사치코가 한 말 ‘전쟁이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람들은 왜 서로 싸우고 피를 흘리는 것일까.’ 이 말은 지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작가의 질문 같습니다.
김학순 PD는 1987년 KBS 공채로 입사. ‘TV 책을 말하다’ ‘6시 내 고향’, ‘문화탐험 오늘’, ‘VJ 특공대’, ‘생로병사의 비밀’, ‘아침마당’, ‘생생정보통’ 등 KBS 간판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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