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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책과 함께

[창작동화] 빵나무 - M. 아가다, 박홍근

by 바오로딸 2012. 5. 9.

   M. 아가다 지음, 박홍근 옮김, 『빵나무』, 바오로딸, 2002

맛있는 책 이야기

언젠가 가톨릭 신문에 성찬경 선생님께서 책이 주는 힘에 대하여 글을 쓴 적이 있다. 하나의 책을 깊이 읽고 그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게 되면 그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어느 틈엔가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책이 주는 힘을 믿는다. 아무리 영상매체가 발달하고 그것이 주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해도 책이야말로 우리를 숙고하게 하고, 깊이 그리고 오래도록 남아 우리 인격을 만들어 준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기에 나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긴 하였지만 나는 신앙서적을 그리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다. 사실 영성이 무엇인지, 영적인 것이 무엇인지 체험이 없는 나에겐 신앙서적들이 하고 있는 얘기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거기다가 소설책에 익숙한 나는 기승전결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그냥 나열한 듯한 책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책이 좋아 성바오로딸수도회에 입회하였다. 입회를 하고 나서 모르던 책들도 알게 되고 아주 어릴 때부터 신앙서적들을 접했던 동기들이 자신이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만나면서 신기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리 집(바오로딸출판사)에는 아주 오래된 책들이 수녀님들의 손을 거쳐 예쁜 모양으로 거듭나며 사랑받는 책들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빵나무다. 이 책은 1978년에 초판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나에게 무한한 감동을 안겨주었으며 빵나무를 생각하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빵나무]에는 빵나무와 함께 3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길 가는 나그네에게 건넨 작은 친절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얼마나 크게 갚아주시는지 알게 해준다. 마태오복음 25장의 최후 심판과 성체성사를 생각나게 한다. 책 속의 맛있는 빵이, 빵 굽는 냄새가 나에게도 솔솔 전해지는 듯하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작은 동화 하나가 나의 온 마음을 풍요롭게 하며 저절로 미소 짓게 하여준다. 우리 삶 안에서 실현되는 성체성사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성체성사를 교리로 말해 주지 않아도 온몸으로 알 수 있다.

- 황현아 클라우디아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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