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H. 그린 신부 지음, 한정옥 옮김,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바오로딸, 2012

 

주여 당신 얼굴을 찾고 있사오니…

수도생활 중에 가장 기다려지고 기대되며 또 행복한 시간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씩 하는 8일 연피정일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던 사도직에서 손을 떼고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하느님 대전에 머물러 있기를 간절히 원하면서 피정에 임한다. 8일 동안 매일 잠자고 밥 먹고 하는 일이 기도밖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기적처럼 여겨지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피정을 시작하고 하루 이틀 점점 깊어지면서 주님과의 대화가 무르익다 보면 마치 타볼 산에 오른 듯, 베드로 사도가 주님께 아뢰었듯이, 나도 같은 고백을 하게 된다.

“주님, 여기다 초막을 짓고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주님을 찬미하면서 기도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떼를 쓰듯 욕심을 부려보지만 피정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하산의 명을 받잡고 산을 내려오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일상의 삶 안에서 피정 중에 만났던 주님의 얼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잊지 않도록 하는 일이 남았다. 피정을 지도하신 신부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주님을 바라보아라. 너희가 빛나리라”(시편 34,6), “주여 당신 얼굴을 찾고 있사오니 당신 얼굴 나에게서 감추지 마옵소서”(시편 27,9) 하는 말씀을 기억하며 산책할 때나 길을 걸을 때 시편기도를 외우고 다니면서 피정의 향수를 느끼고 있을 즈음 내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토머스 그린의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라는 책을 만났다.

토머스 그린 신부님은 기도가 나아가야 하는 경지를, 간결하면서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기도의 세 단계는 하느님을 아는 단계에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단계로, 사랑하는 단계에서 참으로 사랑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린 신부님은 성숙한 신앙인의 기도를 수영할 때 물에 뜨는 것에 비유한다. 그대의 인생을 제 맘대로 통제하려는(‘수영’)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고, 가라앉을까 두려워서 무엇이든 하려고 발버둥치지 말고 자신을 물에 내맡겨 그대를 둘러싸고 있는,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사랑의 바다가 그대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도록 하라는 것이 신부님의 통찰이다.

“기도는 하느님이란 바다에서 파도를 타는 것입니다”라는 이 책의 안내가 기도생활의 성장을 원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서 하느님과 얼굴을 마주하는 지복을 누리게 되기를 빌어본다. “지금은 우리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라는 바오로사도의 예언적 말씀이 빛을 발한다.

- 박문희 고로나 수녀

* 이 글은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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