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 베르나르딘 지음, 강우식 옮김, 『평화의 선물』, 바오로딸, 2012


햇빛처럼 눈부신 사목자 베르나르딘 추기경님

고전음악을 듣고 나면 잔잔한 마음의 평안과 영혼에 깃드는 안온함이라 말할 수 있는 고요한 기쁨이 찾아온다. 얼마 전 [평화의 선물]을 읽고 난 후 내가 느낀 마음 상태가 이렇지 않았을까?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의 삶의 고백이 담긴 이 책은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사목자의 일생의 필업 중 하나는 거룩함과 순결함일진대 일생일대의 도전인 성추행 사건을 품어 안고 극한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성추행자라고 모함했던 사람들을 용서했을 뿐 아니라 고소인과 만나 함께 화해와 감사의 미사까지 봉헌했으니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은총이요 사랑이었다.

성추행 무고 사건이라는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자마자 추기경님에게 췌장암이란 또 다른 십자가가 다가왔다. 췌장암에 이은 간암으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하루도 쉼 없이 강연과 암환자 사목을 계속하셨다. 그분은 동료 암환자들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쓰면서 곤경에 처한 민중들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셨다.

췌장암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주님 안에 머물며 주님이 주시는 평화에 대한 이 책을 마무리한 후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분의 모습에서 참목자이신 그리스도의 향기와 죽음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수많은 결실을 거둔 참포도나무이신 예수님의 모범을 볼 수 있었다.

나의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 나에게는 2명의 이복 자매가 있는데 나는 이들과 왕래를 하지 않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도 않았다.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를 용서하고 자매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했던가? 오래도록 묻어둔 나의 숙제가 다시금 떠올랐다.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처럼 은총의 힘으로 주님의 뜻인 ‘용서’를 ‘선택’해야 함을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이 나에게 주신 ‘평화의 선물’은 바로 주님 안에서 다가오는 모든 현실을 온유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고통과 죽음, 순간과 영원, 모함과 진실, 절망과 희망, 만남과 이별 속에 담긴 유대와 조화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용서와 화해로 관계를 회복하려는 부드러운 기운을 일으켜 주신 하느님과 베르나르딘 추기경님께 감사드린다. 용기와 힘을 주는 베르나르딘 추기경님의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께서는 결코 우리의 짐을 없애주겠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짐을 지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것이다.” (베르나르딘 추기경, [평화의 선물] 중에서)


- 차연옥 알로이시아 수녀

* 가톨릭뉴스 '삶과 신앙'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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