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함께걷는 세상’ 낸 강우일 주교

지난 5년간 천주교 사제들이 현실 참여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잦았다. 제주 강정 해군기지, 구제역, 4대강 사업, 원자력발전소 등에 대해 사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행동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67·사진) 역시 그랬다. 제주교구 교구장이기도 한 그는 “제주를 군사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바위섬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가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다음주 출간 예정인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바오로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념해 현시대와 사회문제를 복음과 교회 정신으로 비춘 글을 묶은 책이다.

강 주교가 10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강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품위와 존엄이 잘 지켜지도록 하는 모든 일에 교회는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온 예수 그리스도는 권력자, 부자가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게 다가갔다. 참혹한 현실에 절망한 그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나라가 곧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스도인이 “믿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예수가 2000년 전 이스라엘에 존재했음을 인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예수의 발자취를 계승하기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 주교는 책에서 “오늘 누가 가난한 사람들이고, 누가 잡혀간 사람들이며, 누가 억압받고 있고, 누가 앞을 못 보고 암흑 속에 갇혀 있는지 관심이 없다면, 작은 공동체 안에서 우리끼리 사랑한다고 외쳐봐야 예수님의 진실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SKY’, 즉 쌍용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용산 유가족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예수님은 공동체 안에만 머물지 않으셨습니다. 끊임없이 제자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셨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시선이 교회의 울타리 안에만 머문 것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사목 활동의 시선을 바깥세상에서 힘들어 하는 사람, 눈물 흘리는 사람, 아프다고 외치는 사람에게 돌리는 것이 예수님 제자로서의 자세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이도 적지 않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이견을 가진 이들이 충돌했다. 강 주교는 “예수님이 오셨을 때도 같은 하느님을 섬기고,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이 기도하는 이들 사이에 생각이 달라서 갈등이 일어났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갈등을 완전히 없애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의 새로운 가치관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류와의 충돌이 벌어졌지만, 결국 그의 가르침은 세상에 퍼졌다. 강 주교는 “교회가 2000여년을 걸어오면서 많은 갈등과 분열이 있었지만, 모든 교우들이 다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면 세상 종말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교우들이 알아들으실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설득하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 주교들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신도의 반발로 곤혹스러운 적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강 주교는 “여러 번 있었다”면서도 “그분들의 탓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성직자들의 탓”이라고 말했다.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2110002585&code=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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