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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바오로딸

소외된 이들의 샘물 같은 잡지 ‘야곱의 우물’ 20년 맞다

by 바오로딸 2014. 3. 6.
소외된 이들의 샘물 같은 잡지 ‘야곱의 우물’ 20년 맞다
 
<경향신문>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2014-02-20
  • ㆍ성바오로딸수도회가 창간
    ㆍ고 권정생 등 집필진 탄탄
    ㆍ생활 속 다양한 묵상 전해

  • 일상의 삶과 신앙의 일치를 모토로 생활 속 묵상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온 가톨릭계의 작고 소박한 잡지 ‘야곱의 우물’이 올해 3월호로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들이 설립한 출판사 바오로딸이 1994년 3월 창간호를 낸 이래 지금까지 단 한 호도 거르지 않고 통권 240호를 냈다.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는 국제바오로가족 소속인 성바오로딸수도회는 1960년 한국에 진출했다. 지난 19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창간 주역인 초대 편집장 홍순흥 수녀(75)와 김수복 초대 편집기획위원(70·일과놀이출판사 대표)을 만났다.

    “야곱의 우물은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이 열두 아들과 함께 마셨던 우물입니다. 예수님은 그곳에서 버림받은 이방인인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이방 지역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뒤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당당하게 자신이 속한 사회와 공동체에 복음을 전한 것처럼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생명의 우물이 되겠다는 것이 바로 이 잡지의 편집방향입니다.”

    ‘야곱의 우물’ 창간 주역인 초대 편집장 홍순흥 수녀(위쪽)와 김수복 기획위원. 성경묵상 잡지 ‘야곱의 우물’은 1994년 3월 창간호를 낸 이래 한 호도 거르지 않고 통권 240호를 냈다. | 바오로딸 제공

     

    수도회 한국 진출 초기인 1964년 공동체에 입회해 한국 관구장을 네 차례나 지낸 원로이면서도 지금까지 출판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홍순흥 수녀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취지를 변함없이 지키면서 어느새 20년이 흘렀다”고 회고했다.

    “신자들도 가정과 사회, 국가,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입니다. 일상의 삶과 현실이 곧 신앙의 터전입니다. 국민의 삶과 신앙이 따로국밥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강정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철도·의료 민영화 논란 같은 사회문제까지도 예외없이 신앙의 문제가 되는 겁니다.”

    김수복 전 기획위원은 “믿는 이들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성경 말씀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 교회 안이나 사회 안, 가정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이 잡지가 성경을 역사 현실, 사회 현실과 연결시키는 일에 힘써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편집방향은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작은 판형과 함께 쉽게 풀이한 매일성경묵상, 문학성 높은 다양한 에세이와 칼럼 등을 통해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잡지의 중심은 매일성경묵상이다. 날마다 성경 말씀을 신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목회자 등 다양한 필자들이 자신의 묵상 체험을 담아 집필한다. 또 환경, 생명, 인권, 빈부 문제 등 사회 현실을 성경과 교회 정신에서 바라보는 칼럼이 많다.

    잡지는 컬러면이 거의 없다. 창간 당시 책값이 1000원이었는데 지금도 2800원을 받는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필진은 꽤 탄탄하다. 고 권정생 선생, 이현주 목사는 오랫동안 이 잡지에 동화를 연재했다.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인 송봉모 신부, 이철수·박재동 화백, 작가 공선옥씨,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의 한상봉 편집국장 등도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1호 정기구독자는 한국 천주교에서 가장 가난한 교구로 꼽히는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을 지낸 두봉 레나도 주교다. 이제는 20년, 10년 된 정기구독자가 많고 교도소, 군부대, 병원 등에 잡지를 기부하는 독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화로 독자를 관리하는 일은 목소리가 고운 수녀가 맡고 있다. 홍순흥 수녀는 “이 수녀님도 나이가 칠순이 넘었는데 한 번 걸렸다 하면 여간해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잡지에는 책 광고와 공익성 협찬광고 외에는 광고를 싣지 않는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잡지가 수익을 내기 위해

           기업광고를 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야곱의 우물’은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어떤 행사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 홍순흥 수녀는 “모든 게 넘쳐나고 아름다운 것도
많은 세상이지만 ‘야곱의 우물’은 화려하지 않은 처음 모습 그대로”라며 “성서가 영적 빈곤의 해독제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을 명심해 야곱의 우물이 초심을 잃지 않고 성서의 묵상을 통해 어려운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의 우물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2202121275&code=9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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