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업 신부의 "백색 순교" 알리고파
중국 선교 중 <차쿠의 아침> 낸 이태종 신부
가톨릭신문 지금여기 2014.08.28
“김대건, 최양업 두 신부님의 우정은 참으로 애틋했습니다.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에 하느님 신앙에서 맺어진 두 분의
우정을 세상에 외치고 싶었습니다. 또 최양업 신부님의 첫 사목지인 차쿠(옛 백가점)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태종 신부)
중국에서 활동 중인 이태종 신부(청주교구)가 최양업 신부에 대한 소설 <차쿠의 아침>을 출간했다. 27일 명동 가톨릭회관 내 바오로딸 서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태종 신부는 자신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김대건, 최양업 두 신부의 아름다운 우정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이태종 신부는 <차쿠의 아침>을 읽고 “좋은 교리서가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사제들도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최양업 신부의 영성을 배우고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한국 천주교회는 최양업 신부(1821~1861)를 역사상 최초로 순교자가 아닌 증거자로서 시복시성을 추진 중이다. 증거자란 일상의 높은 덕행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한 이를 말한다. 최 신부는 한국인으로 김대건 신부에 이어 두 번째로 사제품을 받았으며, 박해 시기에 사목활동으로 과로 끝에 병사했다. 그는 피 흘려 죽은 “피의 순교자”와 비교해서 “땀의 순교자”로 불리기도 한다.
신학교에서 문예부장을 맡았다는 이 신부는 줄곧 지녔던 습작 욕구가 최양업 신부를 통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구상한 소설은 습작을 다시 공부하고, 최양업 신부 관련 사료들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2년여 만에 완성됐다.
이태종 신부는 최양업 신부의 첫 본당이자 보금자리였던 ‘배티’ 출신이기도 하다. 또 천주교 관련 사적지에 관심이 많아 중국 활동 중에 최양업 신부가 처음으로 사목한 ‘차쿠 성당’과 신학교 터 등을 찾아 다녔고, 최양업 신부의 사목지인 ‘차쿠(岔溝)’와 김대건 신부의 사목지인 ‘백가점(白家店)’이 동일 지역이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후배 신부로서 최양업 신부와의 이런 인연을 무척 소중히 여기는 이 신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며 무언가 도움을 준다면, 그것은 165년 전 이곳에서 신세를 진 최양업 신부 대신 빚을 갚는 것일 뿐이라고 여긴다.
이태종 신부는 책을 쓰는 동기가 두 사제의 우정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지만, 최양업 신부에 더 주목한 것은 그의 사목과 영성이 이 시대에 보다 더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신부는 김대건 신부가 용기와 대담함, 민첩함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최양업 신부는 인내와 온유, 자비를 지닌 사람이었다면서, “스스로도 최양업 신부를 닮으며 살아야 인생의 완성과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양업 신부가 보여준 ‘소박한 일상의 승화’였다”고 강조했다.
또 “최양업 신부는 하느님은 자비로운 분임을 굳건히 믿었던 분”이라면서, “동포와 부모, 김대건 신부마저 순교하는 상황에서도 하느님은 더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종 신부는 집필하는 동안 이런 최양업 신부의 믿음을 통해 자신도 은총을 받았다면서, “스스로 무엇이든 해결하려던 마음이 많이 변했고, 여전히 배우고 있다. 마음의 여유와 너그러움을 닮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양업이 최양업인 이유는 한국에서의 13년 사목활동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에는 이제 치명 영성보다 마라톤같이 긴 인생길에 함께해 줄 ‘일상의 순교 모범’, 최양업 신부가 보여 준 백색 순교가 필요합니다. 최양업 신드롬으로 온 한국 교회가 들썩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신부는 현재 중국 선양시 랴오닝대학에서 사회보장학 대학원을 다닌다. 하느님과 중국 현지 사정이 허락한다면, 곧 차쿠에서 노인들을 위한 활동을 시작할 요량이고, 차쿠를 순례지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할 수 있는 소박한 일을 하면서, 최양업 신부의 자취가 묻힌 차쿠에 오래 살고 싶다는 것 또한 그의 바람이다.
하지만 이 신부는 그 모든 것은 이제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다른 것들이 중요했지만, 이젠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차쿠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최양업처럼 사는 것”이라며, 이 첫 번째 계획을 하느님이 허락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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