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차쿠의 아침-소설 최양업」펴낸 이태종 신부
발행일 : <가톨릭신문> 2014-09-21 [제2911호, 16면]
“일상생활이라는 소박한 밭’에서 영원한 생명의 진주를 캐낸 최양업 신부님의 영성을 닮고 싶은 마음이 이 소설을 영글게 했습니다.”
「차쿠의 아침–소설 최양업」은 이태종 신부(청주교구)의 첫 소설집이다. 이 신부는 이 소설을 통해 최양업 신부의 인간적 면모와 신앙심을 비롯해 특별히 최양업·김대건 신부가 나눈 혈육보다 진한 우정, 시공을 초월한 영적 친교 등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사실 박해시대를 견뎌낸 우리 신앙선조들의 삶은 ‘너무나 극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소설 같은 그 삶들은 오롯이 신앙의 모범이 된다. 이태종 신부는 그중에서도 “최 신부님이야말로 저 같은 사람에게, 때로 속물적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분”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은 박해가 없는 시대라고 하지만, 신앙을 방해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마라톤같이 긴 인생길을 함께할 ‘일상생활의 순교모범’이 필요합니다.”
이 신부는 소설에서도 조선 선교사 매스트르 신부의 목소리를 빌어 “자유로운 시대의 십자가는 어쩌면 자기 자신 하나 잘 견뎌내는 일일지도 몰라”, “이 가난과 정결과 순명을 들이는 것도 일종의 순교행위라고 봐요… 인간관계 안에서의 자기 낮춤, 사소한 양보, 먼저 건네는 인사, 화해, 섭섭해도 넘어가 주기, 또 재미없어도 함께해 주기, 맨날 계속되는 빨래와 설거지, 잔병치레와 권태 같은 일상의 너저분한 것들을 기쁘게 살아내는 것… 이런 것도 일상의 작은 순교라고 볼 거지”라고 말한다.
이 신부는 최양업 신부가 한국에서 처음 맡은 본당이자 사목활동의 중심지인 ‘배티’ 출신으로 늘 ‘선배’ 최양업 신부의 삶을 본받으려 노력해왔다. 또한 최양업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후 처음으로 사목활동을 펼친 ‘차쿠’에서 오래오래 사는 소원을 품고 있다. 최양업 신부를 닮으려는 이 신부의 노력은 최근 ‘차쿠’를 널리 알리고 싶은 바람으로도 이어졌다.
이 신부는 이곳 ‘차쿠’와 교우촌 ‘백가점’이 하나의 지역이라는 것을 밝혀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5년 말 새해를 최양업 신부의 사목지였던 차쿠에서 보내겠다는 바람 하나로 중국 요녕성 장하시 용화산진 차쿠성당 터를 찾았고, 이 때 용화산이 차쿠이며 이곳이 예전에는 ‘백가점’으로 불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동안 백가점은 김대건 신부의 서한 발신처이자, 김대건·최양업 신부와 조선 선교사 매스트르 신부가 요동 땅에서 처음 거처를 정한 곳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이 신부는 현재는 차쿠에서 차로 3시간 여가 걸리는 심양에서 사회보장학과(사회복지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 중이다. 현지 사정이 허락되는 대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살면서 차쿠 사적지를 순례하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바람도 크다고 말한다. 「차쿠의 아침」 제2권도 빠른 시간 안에 집필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어떤 계획도 저의 으뜸 계획은 아닙니다. 제가 차쿠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제가 먼저 ‘최양업’처럼 살아보는 것입니다. 최 신부님의 흉내를 내며, 그 분처럼 말하고 그 분처럼 세상을 대하는 일입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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