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윤동주 님의 <길>이란 시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를 찾아 떠나는 방랑자인가 봅니다. 한 조각을 찾기 위해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데굴데굴 길 떠나는...
오랜만에 '나'를 마주하게 하는, 잉크빛 감성이 묻어나는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
광주대교구 김양회 신부의 글과 사진을 실은 이 책은 화선지 위 수묵화를 보는 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합니다. 꼼틀꼼틀 감성을 깨우는 문장에 가던 눈길이 멈춰 섭니다. 사진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윽합니다. 잠시나마 머리와 눈을 쉬게 하고 싶을 때, 덕지덕지 앉은 일상의 더께를 폴폴 털어 버리고 마음이 맑아지고 싶을 때, 나도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갑니다.
카메라를 손에 들면 더없이 행복하다는 신부님은 하느님께서 주신 이 탈렌트를 통하여 아프리카를 돕는 일에도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2006년 말로만 들었던 아프리카의 실체를 직접 보고 나서 17년 동안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자신의 사진 작품으로 첫 번째 아프리카 돕기 사진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나눔의 열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별들은 유난히도 반짝이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작은 별들이 꿈을 꾸고 있었다...커다랗게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속삭임 같았다...지금은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들이 생각난다. 까만 피부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던 그 예쁜 아이들이 생각난다...어두웠던 아프리카의 밤하늘에는 유난히도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 아이티·모잠비크 현지 청소년 위한 학교 세운 광주대교구 김양회 신부 - 사제가 쏘아올린 ‘희망’의 공,
<가톨릭신문> 2011. 12. 18자 참조
“교회의 본질은 ‘나눔’입니다. 그리고 그 나눔에 ‘우리’라는 선을 그어서는 안 됩니다. 나보다 높은 곳을 찾아가긴 쉽지만, 나보다 낮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할 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제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 모잠비크에 학교 설립한 김양회 신부 “고통 받는 아프리카 이웃에게 희망의 둥지를”,
<가톨릭신문> 2012. 10. 14자 참조
"주님, 부르면 희망이 되는 당신 이름을 되새기며 오늘은 기필코 당신을 만나 뵙겠습니다."
김양회 신부의 이 말처럼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을 만나러 길을 나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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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딸 홍보팀 제노베파가 씁니다.
http://www.pauline.or.kr/book/detail?isbn=978893311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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