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책과 함께181 [묵상] 그대가 성장하는 길 - M. 메리 마고, 최진영 M. 메리 마고 지음 | 최진영 옮김 | 132쪽 | 바오로딸 오래전에 담양 소쇄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맑은 새벽에 도착한 그곳에서 나를 반겨준 것은 대나무 숲이었다. 하늘을 향해 곧고 푸르게 자란 대나무를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하늘을 덮을 만큼 다 자란 대나무의 평균 길이는 20미터 정도라고 한다. 속이 텅 빈 것을 생각하면 그 만한 높이까지 자란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것은 중간 중간에 있는 모든 ‘마디’에서 생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마디’는 ‘멈춤’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살다가 한두 번 멈추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부러라도 ‘마디’를 만들 필.. 2013. 7. 18.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 차연옥 수녀(알로이시아, 성바오로딸수도회) 광주대교구 김양회 신부의 책 한 권을 받았다. 요즘 사도직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지만, 책 제목이 맘에 들고 저자 신부님의 사진과 글을 잡지에서 본 터라 구미가 당겼다. 그러고 보니 6년 전쯤일까, 「한겨레신문」에 아프리카 앙골라의 수도 르완다에 학교를 짓기 위해 마련한 사진전에 ‘숨겨온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는 김양회 신부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책 속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함께 실려 있다.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를 보는 눈 역시 마음의 눈이다. 남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자연과 인물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마음이 아름다운 목자의 시선을 통해 책갈피의 사진들, 사립문, 대문, 대청문, 들창 등으로 표현된다. 빼꼼 열.. 2013. 7. 8.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을 만나다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윤동주 님의 이란 시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를 찾아 떠나는 방랑자인가 봅니다. 한 조각을 찾기 위해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데굴데굴 길 떠나는... 오랜만에 '나'를 마주하게 하는, 잉크빛 감성이 묻어나는 책 한 권을 만.. 2013. 6. 20. [치유] 아주특별한 순간 다시 죄를 짓는다 해도 「아주 특별한 순간」고해성사 편 나를 죄짓게 하는 사람들 고등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시집가고 난 후에는 도통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시댁에, 남편에, 그녀를 의지하는 다른 누군가가 친구 말고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바쁜 그녀를 대신해 먼저 연락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안부를 물을 수도 있을 테지만 꽁한 마음에 통화버튼을 누르지 않습니다. 대신 마음 속으로 꾀심죄를 부르짖으며 친구가 외로워 전화하길 은근히 바라기도 합니다. 질투와 접시물 보다 얕은 맘보에 상처 받은 저는 마음으로 멀어져 가는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전화목록을 찾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몇번의 신호,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음날이 되어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 2013. 3. 6.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46 다음